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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고기 김치찌개

아이들 먹을 돈까스를 만들었다. 큰 등심살 한덩이 사와서 얇게 잘라서 두들기고 밀깨빵을 뭍혀 얼려두면 조금씩 꺼내서 튀겨서 아이들에게 내놓기 딱 좋다.

보통은 돈까스를 만들며 지방이 많은 부분을 잘라내어 버리곤 했는데, 이번엔 잘라낸 지방 부분 중 괜찮은 부분을 남겨둬 돼지고기 김치찌개를 해먹었다. 아내가 찌개나 국에 들어간 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 결혼 후 거의 항상 김치찌개에는 참치만 들어갔었다.

“돼지고기 김치찌개"는 단순하다. 김치 넣고 간 보고 돼지고기 넣으면 끝. 단순하지만, 단순하기에 재료의 맛이 중요하다. 김치도 적당히 삭은 맛좋은 김치를 써야하고, 고기도 잡내가 많이 느껴지지 않은 고기여야 좋다. 이번 김치찌개가 그랬다. 꽤 적당히 삭은 전라도식 김치에 냉장 돼지 등심 부위에 잡내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한숟가락 찌개를 떠먹고 김치맛 푹 절여진 돼지고기 한점을 같이 먹었다.

불현듯 20년전의 대학 생활이 생각이 난다. 대학교 후문 앞 왕십리역 6번 출구 쪽에 많은 음식점이 있었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음식점이라 비싸지 않았다. 그 때 친구들과 자주가던, 지금은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고기집이 있었다. 좁은 가게에 앞으로 차양을 두르고 투명 비닐로 가려서 테이블 두개를 더 펼쳐놓은, 지금은 불법이라 가능하지 않을 모습의 가게였다. 아마 삼겹살 1인분에 2천원 정도 했던 걸로 기억이 난다. 주변의 다른 가게도 비슷한 금액의 가격이었는데 유독 그 가게만 갔었다. 아마 주인아주머니의 친근함이 마음에 들었을 수도 있었던 것 같다.

1학년때 같이 하숙을 했던 고향 친구들, 영삼이 희훈이 경국이와 종종 가서 먹곤 항상 같이 주문을 했던 게 천원짜리 된장찌개와 김치찌개였다. 그 김치찌개에 돼지고기가 들어가 있었다. 싼 가격에 팔아야 하는 가게에 무슨 좋은 고기를 썼을까.. 아마도 싸구려 중국산 냉동 고기로 삼겹살을 팔았을 테고 팔고 남은 자투리 고기로 김치찌개를 끓였을 거다. 조미료도 많이 들어갔겠지만 그땐 그 맛의 차이를 모르고 강한 맛에 ‘맛있다'고 느꼈었다. 그 고기집과 된장찌개, 김치찌개가 떠올랐다.

돌이켜보니 돼지고기 김치찌개를 먹은 지 10년이 넘었다. 그 긴 기간동안 머릿속에 여전히 예전 대학시절의 맛이 남아있었나보다. 먹으며 옛 추억을 떠올렸다. 그 사이 20년의 시간이 지났구나. 그 시절이 그리우면서 지나간 20년이 아쉽기만 하구나.

Dunning-Kruger Effect

재택 근무 52일차

지금 회사에 입사해서 첫날, 아직 신입사원 교육이 이주간 진행되어야 할 상황에, 메니저가 얼굴 한번 보자고 연락을 했었죠. 그 전까진 메니저가 누군지 모르다가 처음 보았는데, 제 인터뷰에서 점심 인터뷰를 한 사람이 메니져더군요.

그 메니저가 앞으로 진행될 프로젝트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해 주면서 보여준 그림이 하나 있었는데, 그게 아래의 Dunning-Kruger Effect 였습니다. 정확하게 아래 그림은 아니였고 약간 변형된 그림이었죠. X 축이 시간인 그래프였는데, 본질은 비슷했습니다. 구글에 워낙 뛰어난 사람이 많으니 Imposter Syndrome 을 겪을 확률이 많다고, 내가 제일 일 못하고, 안좋은 점만 보이게 되는 그런 상황이 지나고 나면 어느정도 원래의 실력이 나온다고 하는 말이었습니다.

원래의 Dunning-Kruger Effect는 X축이 시간이 아니라 Competence, 경쟁력, 즉 실력입니다. 실력이 늘어날 수록 변화하는 "분야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주는 그래프죠. 처음 수박 겉핥기식으로 해당 분야에 대해 알았을 때, 우물 안 개구리처럼 모든 것을 다 아는 줄 착각하고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는 때가 있죠. 그러다 일 잘하는 동료를 만나게 되고 (아니면 아무것도 모르는 줄 알았던 동료가 실상은 그 협소한 부분을 제외하고 정말 잘 아는 사람이라는 걸 깨닫거나) 선배들이 메니징에서 벗어나 시간이 있을 때 숨은 실력을 발휘하는 것을 보면서 점점 자신감을 잃게 되죠. 회의에 들어가면 같은 분야의 사람들인데 내가 하나도 모르는 이야기들만 하고 있고, 그 안에서 꿀먹은 벙어리가 되고 매일 매일 다 알고 있는 줄만 알았던 분야에 숨어있는 모르는 것이 천지라는 것을 깨닫고 아무것도 못하고 좌절하게 됩니다.

그 힘든 시간을 버텨내고 점점 더 경험이 쌓이면서 지난날 우러러보던 선배의 나이, 연차가 되었을 때, 뒤 돌아보면 자신을 그렇게 보고 있는 후배들을 보며 그제서야, 자신이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지는 않지만 후배들에게 길을 알려줄 수 있을 만큼은 알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고 합니다.

ASIC 디자인 분야에 뛰어든 저도 마찬가지 인 듯 합니다. 제 Peak of "Mount Stupid"는 전 직장에서 일했을 때 인것 같네요. ASIC 안에서도 제가 맡은 IP가 워낙에 작다보니 다른 사람들은 거의 하고 있지 않아서, 제가 제일 잘난 줄 알고 자신감이 넘쳤던 그 때가 딱 맞아떨어지는 것 같네요.

그리곤 지금 회사에 입사해서는 메니져가 말한 것 처럼 계속 자신감은, 일에 대한 내 자신의 확신은 점점 아래로 아래로 끝없이 추락하고만 있는 듯 합니다. 한참 뒤에 들어온 동료가 일을 깔끔하게 잘 해내는 것을 보고, 기존에 팀에서 해온 엄청난 프로젝트들을 보면서 사소한 것 하나, 프리젠테이션 하나에 쩔쩔매는 저와 비교되어 점점 자존감은 하락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경험을 쌓아줄련지도 의문이 들고, 이 시간이 지난다고 과연 내가 유능한 동료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지 확신이 없네요.

문제는 이게 계속 하락세이다 보니 바닥이 어디일 지 더 두려워지는 것 같습니다. 메니져가 말한 그 바닥에서 다시 완만하게 상승하기 시작하는 변곡점이 오긴 할 지 의구심도 들고요. 임포스터 신드롬은 자신이 일을 잘 처리하는 사람이 스스로를 사기꾼이라 생각하는 것을 말하지만, 실제로 일을 잘 처리하지도 않고 자신감도 하락하고, 스스로도 일을 잘 처리하지 못하고 있으면 이건 뱁새가 황새 쫓아가며 다리가랑이를 찢고 있는 느낌이랄까요?

몇가지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 듯 한데 대부분은 어느정도 외향적인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이더군요. 그러다보니 선뜻 시도하기도 어렵게 느껴집니다.

Front Yard Fence

코로나바이러스 COVID-19로 인해 집에서 일하게 되면서, 그동안 밀린 집관리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나더군요. 그래서 그동안 미뤄오던 앞마당에 울타리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4월 초 즈음에 땅을 파기 시작해서 지난 토요일(9일)에 마쳤으니 한달정도가 걸렸네요. 울타리 만들기는 해본 적도 없어서 시작부터 막막했었습니다. 주변에 울타리를 직접 만드신 분이 계셔서, 알음알음 묻고, 유투브 보면서 공부해 가며 만들었네요.

만드는 순서는 아래와 같습니다.

  1. 울타리 기둥(post)을 심기위해 땅을 판다.
  2. 포스트를 알맞은 길이로 자른다.
  3. 땅에 포스트를 고정시키고 시멘트를 부어서 양생한다
  4. 포스트 사이에 가로로 나무를 고정시킨다.
  5. 포스트 가로 나무에 세로 갈빗살을 고정시킨다.
  6. 페인트를 칠한다. 2~3 단계 사이에 해도 됨.

땅파기

아쉽게도 땅을 파는 사진을 찍지 못했습니다. 간단히 6단계정도 되지만, 저에겐 가장 힘들었던게 땅을 파는 것이었던 것 같네요. 저희 집 앞마당이 예전에 높은 단이 있었습니다. 이전 집 주인이 그 단을 허물고 경사지게 만들어서 땅에 잔디를 심어두었죠. 그런 이유 때문인지 바닥을 10센티미터 정도만 파면 자갈과 큰 돌이 무척 많습니다.

포스트를 심으려면 적어도 포스트 길이의 1/3 정도는 땅 속에 묻어야 포스트가 바람에 넘어가지 않는다고 합니다. 만일 포스트 사이를 완전히 막으려고 한다면 길이의 절반 정도까지 묻어야 합니다. 제가 살고 있는 도시의 코드가 앞마당은 3피트 (90센티)를 넘으면 허가(퍼밋)가 필요해서, 퍼밋이 필요하지 않은 3피트로 울타리를 심기로 했습니다. 즉, 땅속을 1피트(30센티)정도는 파야됩니다.

10센티를 파고 그 밑으로 20센티를 더 파내는 작업이 무척 오래 걸렸습니다. 큰 기계로 한방에 파내면 좋겠지만, 앞마당 펜스 만드는 데 300불 정도 들어가는데 대여값만 그보다 더 비싼 기계를 빌려올 수는 없었죠. 결국 삽 하나로 돌을 깨가며 총 12개의 구멍을 팠네요. 구멍은 약 1피트 넓이로 파야 합니다. 그래야 양쪽의 시멘트가 포스트를 단단히 고정해 줍니다. 너무 좁게 파면 시멘트가 별로 뭉치지 않아서 쉽게 넘어갑니다.

홈디포에서 구입한 시멘트, 나무

그리곤 제 최애 쇼핑몰 홈디포에 가서 필요한 나무를 사왔습니다. 포스트가 땅 위로 3피트, 땅 속으로 1피트 들어가니 8피트짜리 pressure treated 4x4 나무를 6개 사왔습니다. 땅에 심기는 나무는 물기에 썪기 쉬워서 잘 안썪는 Cedar, Redwood 같은 비싼 나무나 아니면 약품 처리된 Pressure-treated 를 사야 합니다. 전 돈이 별로 없으므로 제일 저렴한 pressure-treated 나무로 사왔네요. :)

가로로 포스트 사이를 연결할 2x3 8ft 나무 25개, 그리고 세로로 모양을 낼 갈빗살 나무 1x2 8ft 짜리를 60개 사왔습니다. 세로 나무는 일단 울타리 길이를 재고 6인치당 2.5피트짜리 나무 한개씩 세운다고 할 때 8피트에 3개를 만들 수 있으니 180개의 2.5피트짜리 나무가 나옵니다. 이만큼은 필요가 없고, 조금 여유분을 가지고 사왔습니다.

포스트와 갈빗살 자르기

구입한 나무를 Miter Saw를 이용해 알맞은 길이로 자릅니다. 포스트는 4피트로 자르고, 세로 갈빗살은 2.5 피트로 자릅니다. 갈빗살이 길이가 딱 맞아떨어지게 잘라지진 않았네요. 마이터쏘를 그냥 땅에 두고 잘라서 길이를 딱 맞추기 어려웠습니다. 스탠드에 두고 길이 조정해가며 잘랐다면 좀 더 깔끔하게 잘랐을 것 같네요.

4ft로 자른 포스트 나무 2.5ft로 자른 갈빗살 나무

가로 나무는 자르지 않았습니다. 포스트를 세울 때 정확하게 간격을 맞추기 어려울 것 같아서 포스트 세운 다음 일일히 길이 재어서 딱 맞춰서 자르기 위해 미리 잘라두진 않았네요.

포스트 세우기

이제 땅도 팠고 포스트도 준비되었으니, 포스트를 세울 차례입니다. 여기서 시멘트를 섞어서 포스트 바닥에 두어야 하는데, 전 Quikrete라는 제품을 사용했습니다. Quikrete 제품이 정말 많은데, 그중에 미리 섞을 필요없이 땅에 붓고 물만 뿌리면 되는 빨간색 Quikrete를 구매했네요. 시멘트를 모래와 섞고 물 부어서 젓는게 쉽다면 쉬운 일인데, 구지 많은 시멘트를 써야하는 것도 아니기에 좀 간편한 녀석으로 샀습니다. 다만 이녀석은 깊이가 2피트 이상 넘어가면 물이 밑으로 잘 흡수가 되질 않아 깊은 곳은 안 굳을 수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제가 설치할 펜스 포스트는 1피트 정도 깊이밖에 되질 않아서 안심하고 사용했습니다.

먼저 코너에 포스트를 세웁니다. 이 때 유용하게 쓰였던 게 포스트용 레벨이었습니다. 직각으로 레벨이 달려있어서 양쪽의 레벨을 한번에 잡기 편하더군요. 콘크리트 믹스를 붓고 레벨을 맞추고 3피트 높이로 나오게 해서 물을 부어 코너 포스트를 설치했네요. 그리고 굳기를 기다린 다음에 그 사이를 실로 팽팽하게 연결해 주었습니다. 이 실이 기준점이 되어 사이의 포스트를 설치할 때 높이를 쉽게 맞출 수 있었습니다.

레벨 잡으며 포스트 설치

콘크리트가 굳는데 4시간 정도 걸려서 한번에 포스트를 다 세우진 못했고, 하루에 조금씩 해서 일주일 동안 틈틈히 설치했네요.

앞쪽 포스트 설치 후

가로로 나무 설치하기

포스트를 세웠으니 이제 그 사이를 연결 할 나무를 설치할 차례입니다. 위에 쓴것처럼 가로 나무는 하나 하나 길이를 재 가며 잘라서 연결했습니다. 실제로 포스트 세우고 보니 포스트 사이 거리가 제각각이더군요. 미리 잘라뒀으면 못 쓸 나무들이 많았을 것 같네요. 게다가 집으로 들어가는 쪽 포스트는 직선도 아니라 정말 세심하게 재서 잘라야 했습니다.

전면에 가로로 나무를 설치한 모습

가로로 나무를 설치할 때에도 실로 똑바르게 선을 맞춰서 연결하니 무척 편했습니다. 덕분에 다 연결하고도 크게 삐뚤삐뚤하지 않더군요.

세로 갈빗살 설치하기

가로로 나무를 전면만 설치하고 어떤 모양일지 궁금해서, 나머지 연결도 안하고 일단 세로 갈빗살 나무를 설치해 보았습니다. 세로로 연결할 때도 마찬가지로, 윗부분에 실로 수평을 맞춰둔 후 그 높이에 맞게 세로로 나무를 설치했네요. 이 때 세로는 레벨을 이용해서 수직이 되게 맞췄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눈대중으로 세로로 연결하게 되서 나중에 간격이 딱 맞지 않게 보기가 흉해진다고 하더군요. 뭐든 도구가 최곱니다.

전면 세로 갈빗살 설치한 모습

페인트 칠하기

전면은 페인트를 칠하지 않고 먼저 나무부터 설치해서, 설치된 상태로 페인트를 칠했습니다. 장장 5시간동안 아내와 둘이서 땀 뻘뻘흘리며 페인트를 칠하고 나니, '미리 페인트를 칠해둘 걸' 하는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예전에 뒷마당 펜스에 페인트 칠을 할 때 그 고생을 해두고 2년이 지났다고 벌써 잊어먹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네요.

앞쪽 펜스 페인트 칠

페인트는 홈디포에서 펜스용 페인트를 사서 칠했습니다. 흰색을 할지 나무색을 할 지 고민했는데, 나무 재질이 좋은 것도 아니라서 나무색 보다는 흰색이 낫겠다 싶더군요. 페인트는 홈디포 브랜드로 구매했습니다. 귀찮아서요..

미리 페인트 칠해둔 갈빗살 설치

양쪽 옆은 미리 페인트를 칠하고 설치했습니다. 앞마당이 경사가 있다보니 경사지게 나무를 자르는 게 조금 어려웠는데 나무 하나 망치고 성공했네요. :)

완성

완성된 펜스를 보니 뿌듯합니다. 처음엔 정말 막막하게만 느껴졌는데 한단계 한단계 하다보니 결국 완성이 되네요. 너무 오랫동안 신경을 써서 그런지, 두달 정도는 된 줄 알았는데 한달 걸렸더군요. 주말에만 할 수 있어서 길게 걸렸지 매일 할 수 있었다면 일주일 안에는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직 겨울을 나지 않아서, 우기에 나무가 뒤틀리진 않을까 걱정이 되긴 합니다. 그래도 어떻게 설치하는 지 감을 잡았으니 좀 망가지더라도 다시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Work From Home 3

재택 근무 36일차

집에서 보는 밤하늘 Pixel 3 Astrophotography Mode

오늘 캘리포니아 주 정부에서 Shelter-in-Place를 5월 말까지 연장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기존 5월 3일까지로 계획되었던 재택근무가 자연스럽게 5월 말로 연장되었네요. 그런데 아직 한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여전히 코로나 바이러스 환자는 증가세가 줄어들지 않고 있네요.

5월 말이 아니라 더 연장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보입니다. 게다가 풀린다 하더라도 혼돈을 피하기 위해 한번에 모두 갑자기 이전처럼 출근하게 할 수도 없겠죠. 그러면 점진적으로 업소, 회사를 열게 될 텐데, 그 또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겠죠. 식당에서는 가구 배치를 바꾸어서 손님끼리 최대한 떨어져서 앉을 수 있도록 해야 할테고, 회사에서는 오픈 스페이스 사무실은 더이상 각광받지 않게 되겠죠. (이건 전 환영할 만한 사항이긴 합니다) 회사 내 식당도 투고가 기본이 될테고 이전처럼 사내 식당에 옹기종기 앉아 먹는 모습은 많이 사라지리라 생각됩니다. 간식과 음료수를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었던 구글의 Micro Kitchen은 더이상 볼 수 없는 모습이 되겠죠. 심하면 올라가는 계단, 내려오는 계단이 따로 만들어질 수도 있겠습니다.

다시 열린 사회의 모습은 많이 다르겠죠. 그에 따른 이득을 보는 사람도 있을테고, 일자리를 잃어버리는 사람도 있겠죠.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겠지만, 정부에서 잘 지원해 주기를 바래봅니다.

이번 주까지 일을 하게 되면 집에서 일을 한지 8주째가 됩니다. 네번이나 집에서 일을 하며 이주급을 받는 셈이죠. 앞으로 적어도 5주, 많게는 지금까지 있었던 것 보다 더 길게 있을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아직 회사에서 레이오프 이야기는 나오지 않아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투자를 줄이고 신규채용을 줄이겠다는 뉴스는 나왔지만 왠지 그것으로 마무리 할 것 같네요.

California roadmap to modify stay-at-home order

재택근무 28일차 입니다.

그동안은 똑같은 일상의 반복이었습니다. 일어나서 커피를 내리고 서재로 가서 일을 시작하고, 아이들이 홈스쿨을 시작하면 컴퓨터가 잘 동작하는 지 봐주고, 점심 먹고 일하고, 저녁되면 일을 멈추고 저녁을 준비하고 아이들을 재우고 잡니다. 이 일상이 5주째를 넘어서 이제 6주째 중반이 되었습니다.

6주째가 되어가는데 아직 미국 내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은 정점에 다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여전히 매일 2만명이 넘는 환자가 발생하고 있고, 사망자도 2천명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다행히 캘리포니아는 동부의 뉴욕주나 뉴저지 주 만큼 상황이 심각한 것은 아닙니다. Stay-at-home을 선제적으로 시행한 것이 지금 효과를 보고 있어서, 병상이 부족할 만큼 환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언제쯤 일상으로 복귀를 하게 될 지 궁금해 하는 듯 합니다. 오늘 주지사의 브리핑 중에 Stay-at-home 명령을 수정하게 되는 기준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Flatten the Curve

그 중 이 그래프가 눈에 띄이더군요. 하늘색 실선은 Stay-at-home 명령을 발효할 당시 환자 증가 예측치이고, 주황색 점선은 실제 환자 수 입니다. 연한 회색 점선은 stay-at-home 명령을 발효하지 않았을 때의 예상 환자 수 이고, 흰색 점선은 지금 Stay-at-home 명령을 완화 했을 때 예상되는 환자 증가 수 입니다.

이 그래프는 두가지 중요한 정보를 보여줍니다. Stay-at-home이 예상보다 더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처음이고, Stay-at-home을 아직 완화하기에는 이르다는 점입니다. 현재 가용한 병상 수치를 5월 초에 훌쩍 넘기고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될 거라는 거죠.

그러나 무한정 stay-at-home을 유지할 수는 없겠죠. 지금의 경제 상황이 표면에서 보이는 것 보다 더 안 좋아지고 있다는 말이 들립니다. 광고가 주 수입원인 페이스북이나 구글에서 오프라인 매장의 광고들이 대부분 사라져서 수입이 급감하리라는 예측도 나옵니다. 아직 지난 주 실업자 수치는 발표되진 않은 것 같은데 그 전주 수치와 별반 다를 바 없이 꾸준히 늘어날 것 같아보입니다.

당장은 테크회사는 어느정도 버텨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많은 회사들이 재택근무로 전향하고, 학교도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하게 되면서 서버 수요가 급증합니다. 그로 인해 버텨내고 있지만, 이 상황이 계속 된다면 회사에서 레이오프가 진행될 테고 그 줄어드는 사람만큼 서버 수요도 줄어들겠죠. 경제가 악화되면 테크 회사도 필연적으로 하락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네요. 가장 마지막이긴 하겠지만요.

그래서 언젠가는 Stay-at-home 명령을 해제하거나 완화해야 하는 데, 오늘 발표에서 그 추이를 아직은 알기 힘들고, 2주에서 4주정도 더 지켜봐야 결정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위의 슬라이드에서 나온 것 처럼, 몇가지 준비되어야 할 사항이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적어도 4월말에서 5월 중순까지는 추이를 지켜봐야 할테고, 그 이후 완화 시기를 결정한다면, 아마도 6월 말은 훌쩍 넘기진 않을까 합니다. 경제적인 위기도 위기지만 고위험군 사망을 줄이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방법인 것 같네요.

올 한 해는 모두에게 힘든 시기가 될 것 같네요. 그 시기가 올해로 끝나면 최고일테고, 몇년동안 지속될 확률이 많아 보입니다.

Work From Home

재택근무 20일차.

Silicon Valley from Villa Montalvo

Work From Home을 시작 한 지 4 주가 지났네요. 집에서만 일을 하고 두번을 급여를 받으니 기분이 이상하네요. 일도 하긴 했는데 왠지 공돈을 받은 것 같은 느낌입니다.

[이전 글][wfh-dpa]에서 언급한 대로 행하려고 노력하는 데, 지키기가 쉽지 않네요. 아침에 일어나는 것은 가능 한 데 끊임없이 생기는 집안 일에, 아이들을 돌보고 하는 과정에, 업무를 잘 못보게 되는 일이 빈번하게 생깁니다. 아내와 협의 해서 집중해서 일해야 하는 시간에 일을 하는게 가능하긴 하지만, 꽤 많은 시간을 허비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급여 받는 게 감사하게 느껴지네요.

게다가 요즘 들리는 소식이 꽤 좋지 않습니다. 처음 Shelter-in-place 명령이 내려졌을 때, 공유 경제를 표방하는 Uber, Lyft, AirBnB 회사 등이 좀 어려울 거라 생각했었네요. 오늘 보니 Hacker News에 스쿠터 공유 업체 Bird가 400여명의 직원을 Zoom으로 해고했다는 글이 올라왔네요.

논란이 일어난 부분은 화상회의 앱 Zoom으로 Text-to-Speach 로 직원을 해고했다는 부분이지만, 제가 보기에 더 심각한 것은 회사 사정이 좋지 않으니 30%나 되는 직원을 한번에 해고했다는 부분이네요. 특히나 공유경제형 회사는 현재 적자를 보고 운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마켓 상황에서 버티기가 쉽지 않을 것 같네요.

설령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나아지더라도 당분간은 사람들이 경각심이 있을테고 대중교통이나 우버나 관리가 잘 되지 않는 AirBnB같은 곳을 꺼려하게 될 것 같네요. 그러면 다음 펀딩을 받지 못하면 순식간에 파산 절차를 밟을 수 밖에 없게 되겠죠. 대마불사라고 지금 까지 펀딩된 돈 때문에라도 계속 투자를 할 수도 있겠지만, 마켓 상황이 안좋으면 투자 회사조차도 자금 회수를 하려고 하겠죠. 이래 저래 좋은 상황은 아닌 것 같습니다.

[실업급여 신청에 관한 이전 글][wfh-unemployment]에 이어서, 지난 주까지 총 660만명이 실업급여를 신청했다고 하네요. 트럼프 정부에서 각 가정에 긴급 재난 자금을 지급한다고는 하지만, Direct Deposit이 가능한 곳은 우선적으로 받을 수 있고 그렇지 않은 가정은 Check로 받게되서 많이 늦어질 것 같다는 뉴스도 보았네요. 20% 정도의 Tax Payer가 Direct Deposit을 하지 않는다고 하니 그 여파도 꽤 크리라 봅니다. 긴급 재난 자금이 이 가정들에게 큰 도움이 되어야 할 텐네 너무 시기가 늦을 수도 있겠네요.

Unemployment Number

재택근무 14일째.

오늘 Washington Post 기사를 보았습니다. 지난 주 실업급여 신청자가 3백30만명이나 되었다는 글인데요. 이 수치는 전에 유래가 없을 만큼 엄청 난 숫자라는군요.

Graph from Washington Post

기사 이미지를 보면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때 보다 5배 정도 많습니다. 그 중 백만명 정도는 캘리포니아 주에 거주하는 사람이라고 하네요. 미국에서 많은 주가 Lockdown 또는 그와 비슷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어서 많은 가계들이 잠시 문을 닫았습니다. 그로 인해 비정규직이 직장을 잃게되어 이 현상이 나타난 것 같네요.

당장 미국 연방 정부에서 중산층 이하에 기본 소득 개념으로 돈을 지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지역 물가를 고려하지 않아서 뉴욕시나 실리콘 벨리에서는 해당 되지 않는 사람들이 꽤 되겠지만 그 이외의 지역에는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되네요.

Graph from Tax Foundation

위의 그래프에서 보여주듯이 2019년 Adjusted Gross Income이 20만불 근처가 되면 4인 가족이라도 혜택이 거의 없게 되네요. 이 지역의 렌트비를 고려하면 좀 아쉽긴 합니다만 나라 전체로 보면 그러한 세세한 조정은 힘들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이것 뿐만이 아니라 경기부양책으로 미국에서만 2조 달러를 풀기로 합의했고, G20 국가 전체로는 5조 달러가까이 시장에 돈을 풀겠다는 말도 들립니다. 그만큼 현재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일테고, 정부에서 2008년의 연쇄작용을 다시는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고 할 수도 있겠네요. (그런 의미에서 오늘 주식시장은 좋군요)

그러나 하이퍼인플레이션 때문에 정부에서 한없이 돈을 풀 수 없기에, 정부에서 돈을 푸는게 우세할 지, 위의 그래프에서 보는 것 처럼 실업으로 인한 경기 침체가 우세할 지 아직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꽤 많은 사람들은 이번 CARES Act로 인해 잠깐은 한숨 돌리겠지만 결국에는 경기 침체가 다시 올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하네요.

시기가 시기인만큼, 가정에서도 최대한 긴축정책을 펼쳐야 할 것 같네요. 긴급자금으로 모아둔 돈을 잘 간직해서 최악의 상황에서도 버틸 수 있어야겠지요.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들어보면 모기지도 특정 상황에서는 연기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하니 제가 산정하는 최악의 상황은 안 오긴 하겠지만요.

온라인 수업

재택 근무를 시작한 지 2주가 지났네요. 11일 째가 되었습니다. 아이들 학교가 문을 닫은 지 일주일이 되었습니다. 처음 학교 문을 닫을 때 온라인 교육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었는 데, 그 때만 해도 한 두 달은 걸린 후 원격 수업을 시작할 줄 알았죠.

그런데, 일주일이 채 되지도 않아서 담임 선생님들이 원격 수업을 준비하더군요. 첫째는 지난 주 목요일, 금요일에는 반 친구들과 짧은 영상을 올리고 서로 영상으로 댓글을 달아주는 Flipgrid라는 것을 하며 컴퓨터를 통해 의견을 나누는 것을 연습했고, 둘째는 밤에 잠자기 전 화상회의를 켜고 선생님이 들려주는 Bedtime story를 듣고 잠에 드는 연습을 했네요.

그리고 이번 주 부터 본격적으로, 그러나 처음은 가볍게 원격 수업이 진행되네요. 꽤 빠르게 진행이 된 터라 미국의 시스템을 고려해 볼 때 무척이나 놀랬습니다. 다행히도 이미 학교에서 어느 정도 온라인 수업과 비슷하게 병행을 하고 있었더군요.

gSuite for Education 계정이 이미 두 아이에게 만들어져 있었고, 수업 중 이 계정을 이용해서 Google Docs를 이용해 글을 쓰던지, 이 계정과 연동된 수학 프로그램으로 문제를 풀던 지 했더라구요.

원격 수업은 지금까지 해 왔던 것의 연장선인 듯 합니다. 처음엔 Zoom을 이용한 화상회의로 선생님이 약간의 지도를 하고, Google Classroom을 이용해 하루 하루 해야 할 공부 분량을 내어주고 Google Docs/ Slide로 답변을 적어서 제출하게 되어있더라구요. 기존에 해오던 것에서 Classroom, 화상회의 정도만 추가된 것 같네요.

그래서 첫째도 별 무리없이 원격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것 같네요. 둘째는 아무래도 저학년에 컴퓨터가 익숙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지 아이패드로 간단히 진행하는 것 같네요.

시국이 시국인 만큼 공부에 대한 것은 거의 포기하고 있었습니다. 여름까지 학교가 열지 않을 거란 의견이 대다수라 이번 학기는 거의 포기하고 있었죠. 아이들이 저학년이라 그다지 큰 문제는 되지 않았겠지만, 주변의 고학년 자녀를 둔 지인들은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였더군요.

효율은 좀 떨어지겠지만 다행히 이런 방식으로나마 수업을 진행할 수가 있어서 다행인 듯 합니다. 바램으론 Hangout Meet이 좀 더 많이 퍼졌으면 좋았겠지만, 아직 기능이 Zoom만큼 다양하게 지원하진 않아서 주류가 되진 못하는 것 같네요. 예를 들면 수업 중 진행자가 전체를 음소거 한다던지, 학생이 손을 든다던지 하는 기능은 아직 Hangout Meet에는 없습니다.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로 어려움도 많지만, 이 힘든 시기가 지나고 나면 교육에 관한 부분도 많이 바뀔 것 같네요. 지금까지는 아이가 감기걸리거나 다른 이유로 수업에 참석을 못할 경우 independent study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종이로 출력된 숙제를 하는 게 보통이었는데, 이 시기 이후엔 온라인 교육으로 많이 대체될 것 같은 느낌입니다.

Defense Production Act

재택근무 8일차에 접어들었습니다.

현재 기준 미국과 유럽에서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네요. 이탈리아는 이제 매일 3천명을 넘어서 4천명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고 사망률은 8% 가까이 됩니다. 이란의 상승세는 꾸준한 듯 하고 스페인, 독일, 프랑스가 제대로 검사를 하고 있어서 확진자 증가폭이 크네요. 미국과 마찬가지로 지역 감염이 될 동안 준비가 안되었다가 많이 퍼진 지금 검사역량이 늘어나고 있어서 확진자 증가 폭이 크다고 하는데, 그래도 번지는 것을 막기는 쉽지않아 보입니다.

오늘 뉴스에서 미국 연방정부가 Defense Production Act를 공표할 지도 모른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예전 전쟁시 군수물자를 빠르게 생산하기 위해 미국 내 공장을 전시체제하에 군용물품 생산하는 공장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한 법안인데 지금은 의료인들이 사용할 수 있는 방호복, 마스크, 장갑등을 생산하기 위함이라는 말이 들리네요. 조금은 늦은 감이 있어보이지만 지금이나마 정부가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어서 그나마 다행입니다.

그 외에도 연준은 기준금리를 0%로 낮추었고, 양적완화(Quntitative Easing, QE)를 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정부는 긴급자금 수혈을, 소득 기준 중하위계층에 바로 돈을 지급하는, 거의 기본소득 개념의 지원을 고려하고 있다고 하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상황을 안좋게 보고 있는 듯 합니다. 다우 존스는 서킷브레이커가 한번 발동되고 조금 상승해서 6.3% 하락한 19,898로 오늘 장을 마감했습니다. 여전히 더 떨어질 것 같죠.

그 와중에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난 주 사재기로인해 텅텅 비었던 마트의 선반이 다시 채워지고 있다는 점이겠네요. 아직 완벽하게 다 채워진 것은 아니지만, 마트마다 중요한 물건은 구매 수량을 제한하고 있고, 사재기 할 사람은 이미 사재기를 한 탓인지, 슬슬 물건 구하기가 쉬워집니다. 고기도 충분히 보이고, 화장지도 한가득 벽면을 차지하도록 쌓아뒀더군요. 쌀은 코스트코에는 없었지만, 한국마트에서는 구할 수 있어서 어떻게든 먹는 데에는 문제는 없을 듯 합니다.

안 좋은 상황 이야기는 이쯤에서 그만하고, 그동안 재택근무했던 경험을 좀 더 정리해 볼까 합니다. [며칠 전의 재택근무 글][wfh-2020]의 연장선인데, 재택근무를 하면서 효율적으로 재택근무하기 위한 몇가지 중요한 부분을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업무 환경은 확실히 준비

하루 이틀 재택근무 하는 것이라면 작은 랩탑 스크린에 랩탑의 키보드로 일하는 것이 불편하긴 하겠지만 감내하지 못할 정도는 아닙니다. 그런데 최소 한달, 길게는 여름까지 지속될 수도 있는 장기간 재택근무에서는 편하게 업무볼 수 있는 환경이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거의 회사의 자리(cubicle)를 그대로 집으로 옮겨올 정도로 환경을 만들어둬야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쓸만한 모니터와 키보드 마우스, 그리고 화상회의에 필요한 웹캠일 듯 합니다. 저희 회사에서는 회사에서 사용하던 모니터를 집으로 가지고 갈 수 있도록 했는데, 저는 이참에 큰 모니터를 하나 장만했네요. 기존에 27인치 모니터를 썼는데, 이번에 Built-in KVM 기능이 있는 델 U3419W 모니터를 장만했습니다. 편하게 기존 데스크탑과 회사 랩탑을 번갈아가며 작업할 수 있고, Ultra-Wide 모니터로 코딩하면서 자료띄워서 보거나, 화상 회의하면서 회의록 정리 또는 코드 수정할 수 있었습니다. 키보드 마우스는 Ergonomic까지는 아니지만, 꽤 괜찮은 기계식 키보드에 적당한 마우스를 사용하고 있어서 장시간 업무보는데에도 문제없었습니다.

책상과 의자는 키보드 마우스, 모니터만큼이나 중요하죠. 회사에서 사용하는 의자가 steelcase인데 집에도 steelcase를 중고로 얻어와서 사용하고 있어서 의자 자체는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미리 서랍이라도 준비 해 뒀어야 하는데 서랍이 없어서 책상이 서류로 너저분해 지는 것을 막을 수가 없네요. 그래서 자리가 깔끔하지 않다는 느낌을 받아서 주의가 좀 산만한 것 같네요.

또 하나 중요한 것은 화상회의를 원활히 하기 위한 웹캠인 것 같습니다. 회사 랩탑에 내장된 웹캠을 써도 괜찮고, 저같은 경우는 기존에 사용하던 웹캠을 사용해서 좋은 화질로 화상을 캡쳐하고 있습니다. 내 모습을 화상회의를 하는 상대방에게 보여주는 것, 온라인으로 일하는 환경에서는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이 드네요. 꽤 많은 사람들이 화상회의에서 캠코더는 켜지않고 보이스로만 회의하는데 그러면 서로 유대감이 좀 덜한 것 같네요. 아무래도 표정으로 느껴지는 뉘앙스와 음성으로만 받아들이는 게 좀 다릅니다.

매일 출근하는 기분으로 준비

가장 좋은 것은 집에 일을 하는 공간이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집이 정말 넓지 않은 이상, 이렇게 독립된 일하는 공간이 있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합니다. 그러나 한가지 도움이 되는 것은, 아침에 일어나서 그대로 일하는 것이 아니라 회의가 없다 할 지라도 회사에 출근하는 기분으로 차려입고 일을 하는 것입니다. 처음 재택근무를 하게되면 주의가 산만해지기 쉬운데, 씻고 옷을 입으면서 일하는 모드로 점점 바뀌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을 하는 도중에 일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는 정말 많은 요소들이 있지만, 준비를 함으로써 그나마 조금은 더 일을 한다는 느낌을 주는거죠.

동료와 자주 의견교환을 하는 것

사람마다 성향은 제각각이죠. 어떤 사람은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조용히 묵묵하게 8시간 일을 할 수 있는 반면, 혼자 놔두면 일도 손에 안잡히고 스마트폰을 보고 있기 일쑤에다 일보다 집안일이 생각나서 집안일로 하루를 허비하기 쉬운 사람도 있습니다. 네, 바로 저같은 사람이요.

어떤 사람은 그날 할 일을 정해두고 일을 하면 낫다고 하는 데, 전 그게 크게 도움이 되질 않았습니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는 게 회사에서 일을 할 때에도 일상인 터라 (그러고 어떻게 월급 받으며 잘 버티는지..) 집에서 일을 하게 될 때에는 더 어렵더군요. 잠깐만 일을 해도 집 안에서 들려오는 아이들 소리 (학교가 휴교라), 체크해야 하는 개인적인 이메일, 할일이 계속 생각나 일의 흐름이 끊기기 일쑤입니다. 실제론 제가 먼저 이야기 걸지 않는 이상 동료로부터 방해 받을 일이 거의 없는 상황인데도 집중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저희 팀은, 재택근무로 변경되면서 채팅방을 하나 만들어서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게 꽤 효과적이더군요. 채팅방에 뭐 거창한 업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고, 오늘 있었던 일, 사회 현상 토론 (바이러스는 언제 잠잠해질것인지), 아니면 간단하게 어떤 부분에서 진행이 안되고 있을 때 그에 관해 채팅하는 것 정도입니다. 그런 이야기를 동료들과 하면서 팀에 속해있다는 느낌도 들고, 다른 동료의 진행상황을 보면서 내가 해야 할일에 대한 압박도 좀 느낍니다. 그러면서 일이 조금씩 진행이 되네요. 가끔은 조용한 분위기에 일을 하면서 능률이 팍팍 오를때도 있지만, 방해가 덜 되는 선에서 잦은 의견을 나누는 것은 확실히 도움이 되는 것 같네요. 특히 지금같은 시국에서는 정신적으로 피폐해지기 쉬운데 동료들과 이야기 하면서 조금은 완화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회사에서 일을 할 때에는 바로 옆자리 동료에게 가볍게 물어보는 내용인데 재택을 하면서 연락하는게 좀 꺼려질 수 있겠지만, 채팅이나 1:1 화상회의를 종종 하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되는 듯 합니다.

캘린더 업데이트

이것은 내 업무를 돕는 것이 아니라 동료의 업무를 돕는 것인데, 재택근무를 하면서 캘린더에 일하는 시간과 데스크에 앉아있지 않는, 집안일을 하거나 밖에 나가거나 하는 시간을 기록해 두는 게 좋습니다. 원격으로 일을 하게 되면 자연적으로 이메일이나 기타 피드백이 느려지게 되는 데 이때 상대방이 무작정 기다리는 게 아니라 캘린더 일정을 보고 바로 응답할 수 있는 상황인 지 아닌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캘린더가 공유된다는 가정이 있긴 하지만, 제가 사용하고 있는 gSuite에서는 같은 그룹 내에서 캘린더가 자동으로 공유되서 이 부분은 무척 편합니다.

꾸준히 산책하기

이건 저도 잘 하지 못하는 부분이라 제 다짐이기도 한데, 일하면서 꼭 하루에 적어도 한 번, 아니면 오전/오후 두번은 주변을 산책하면서 갇힌 느낌을 받지 않고, 체력도 유지하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날씨가 계속 비가 와서 못하고 있긴 한데, 날씨가 좀 좋아지면 저도 꾸준히 주변 산책을 할 생각입니다.

회사에서는 일하다 종종 커피를 마시러 내려가서 커피 받고 회사 건물 근처를 한바퀴 돌고 오는데, 걷는 와중에 생각도 정리가 되고 좋더군요.


각설하고, 상황은 점점 안좋아지고 있는데 아직은 최악으로 치닫지는 않습니다. 물건도 동나는 것도 아니고, 주변 사람들 모두 차분하게 대응하고 있네요. 간간히 들리는 주변의 확진자 소식에 좀 안타깝고 가끔은 가슴이 철렁이기도 하지만 재택근무를 하면서 다른 사람 접촉할 일이 확실히 줄어들어서 심적 안정에 도움은 되는 것 같네요.

좋은 소식으로 글을 쓸 날이 어서 오면 좋겠습니다.

Virtual Lock Down

재택근무 2주차 (6일째)입니다. 오늘은 주 정부인지 카운티 정부인지 모르겠지만, 정부에서 베이지역을 Lock down 했습니다. 락다운을 해서, 이제 삶에 필수적인 곳, 예를 들면 마트, 주유소, 병원, 홈디포 같은 곳을 제외하곤 휴업해야 합니다. 그리고 정부는 주민들이 집에서 지내야 하고 위에서 언급한 필수적인 곳을 가는 것 외에는 돌아다니지 않기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점점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늘어나고 꽤 강력한 정책이 발효되다보니 시장의 반응이 심상치 않네요. 다우 존스가 1914년 세계대전때와 1987년 Black Monday를 제외하고는 가장 많이 하락한 날이 되었습니다. 1987년에는 22%, 오늘은 13% 가까이 떨어졌네요. 경제 대공황이던 시절이 12.8%가 떨어졌으니 그때와 맞먹는 파급력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2008년에 조차 하루 낙폭은 8%도 안되었으니 이번 바이러스의 충격이 엄청난 걸 볼 수 있네요.

그러나 이전 글에도 언급했지만, 아직은 끝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실제로 바이러스는 계속해서 급격하게 번지고 있고, 치료제는 1년간은 만나보기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증시가 더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겠죠.

이번 락다운으로 인해 피해를 크게 입을 계층은 베이지역의 테크회사를 다니는 엔지니어가 아니라, 하루벌어먹고 살아가는 (paycheck-to-paycheck) 사람들일 것입니다. 어떻게든 정부에서 이런 계층을 지원해 줄 수 있는 방안이 어서 나오면 좋겠네요. 락다운 동안 식당도 영업하지 않고 사람들은 지출을 줄이고 하면, 몇주 되지 않아 렌트비도 내지 못하게 될 터라 그 전에 빨리 방법이 강구되면 좋겠습니다.

두번째 주간으로 들어서면서 WFH은 점점 더 익숙해 집니다. 익숙해지면서 조금 헤이해지려 하는 데, 다시 집중해서 업무를 잘 처리해야겠네요. 아이들 학교도 4주간 휴교를 결정한 터라 더욱이 집중이 어렵게 되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회사에서 이런 부분을 충분히 인지한 덕분인지, 아이들로 인해 업무를 보지 못하게 되는 상황에도 연차를 쓸 필요는 없다고 공지가 내려왔네요.

연준과 정부는 꺼낼 수 있는 카드는 다 꺼낸 듯 한데, 이번 한주간 시장이 어떻게 반응을 할 지 좀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