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antic Paris #4
2007년 05월 27일 17:05 at Ines in Paris
바깥에는 비가 내리고 창문은 빗방울이 고여있다. 이틀 동안 무척 덥다가 번개를 동반한 소나기 이후 어제부터 선선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오늘은 다시 비가 내린다. 런던에 가까워져 오니 런던 날씨를 슬슬 닮아가나 보다.
비가 내리면 살아있는 나무를 제외한 다른 모든 색들은 차분해진다. 좀 더 안정적이며 때로는 우울하기까지 한 색을 지닌다. 사람들은 비를 피해 뛰어가기도 하고, 가진 물건으로 비를 막기도 한다. 우산을 준비한 사람은 느긋하게 연인을 껴안고 거리를 걷는다. 노점상, 특히 센강변의 고서, 그림을 파는 노점상 주인은 줄어든 손님 탓에 느긋하게 벽에 기대어 신문을 본다. 비록 오늘의 장사는 더는 기대를 하지 않는 듯하지만 자리를 떠나지 않고 지나가는 이들을 무심히 바라본다. 수많은 사람이 비가 내리는 중에도 노트르담 성당 앞 광장에서 신의 창조물, 노트르담을 바라본다. 그리고 나중에 다시 보지도 않을 사진을 열심히 찍는다. 나는 비를 맞으며 걷는다. 카메라에 빗물이 들어가는 게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느긋하게 걷는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며 비 내리는 파리를 바라본다.
이것 또한 파리의 모습이다. 맑은 날, 쨍한 햇살 아래 빛나는 에펠탑만이 파리 전부가 아니다. 한순간, 심지어 지금처럼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부는 날의 차분한 거리 또한 파리다. 많은 사람이 파리에서 살아가고 파리에 여행을 온다. 이들이 파리를 만들어 간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이 모습 또한 파리의 삶이다.
이제야 내가 파리에 있음을 느낀다. 에펠탑에 올라 파리 시내 야경을 볼 때도, 샤이요 궁에서 은빛으로 화려하게 반짝이는 에펠탑을 볼 때도 느끼지 못했다. 지금은 내가 파리의 삶, 그 가운데 서서 그들을 바라보고 있다.
떠날 날이 4일밖에 남지 않았지만 이제는 아쉽지 않다. 내가 보고 싶었던 것을 보았다. 이탈리아의 삶을 보았고 프라하의 삶을 보았고 알프스의 산을 보았다. 지금은 파리의 삶을 본다. 마지막으로 남은 런던의 삶 그것이 기대가 될 뿐 아쉽지 않다. 난 나만의 여행을 즐겼다. 그리고 느꼈다. 이제 새로운 도전을 한다. /FIN
2007년 05월 28일 13:00 at Cafe.Trocadew in Paris
신종 구걸 수법 : 바닥에서 떨어진 반지를 줍는 척하며 건네준다.
그리고 배고프다며 돈을 달라 한다
샤이요궁 뒤편에 않아 에펠탑을 보며 Cafe Latte를 마시는 중이다. 비가 온 탓인지 날씨가 쌀쌀하다. 거리는 평소보다 매우 한산하다. 천천히 노트르담에서 이곳 Tour de Eiffel까지 걸어왔다. 벽에 Graffiti 를 하던 젊은 사람들이 기억에 남는다. 그때 나는 더 다가갔어야 했다.
나는 왜 그들에게 다가가지 못했을까? 분명히 내가 다가갔다면 독특한 파리의 삶을 담을 수 있었다. 길에 건널목이 없었다는 것은 핑계다. 실은 그들에게 말 거는 것이 두려웠다. 되지도 않는 프랑스어로 답답하게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이 두려웠다. 또한 그들이 폭력적일지 모른다는 내 터무니없는 생각도 나를 멈추게 하였다. 나는 겁쟁이다.
오늘 가장 중요한 순간을 놓쳤다. 아직은 Documentary Photographer가 되기엔 멀었다.
Robert Capa의 "you are not close enough", 그 말이 내게 주는 의미는 크다. 그리고 사진을 찍으면 찍을수록, 기록작가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들수록 '충분히 다가간다.'라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느낀다. 때로는 목숨을 걸어야 하기도 하는 closeness. Capa 에 대한 존경심은 커진다.
European의 삶을 담으려고 여행을 계획했지만 막상 와보니 삶을 담는 것이 그 삶 속에 들어가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그렇게 나는 절망한다. 내 사진은 아직 현상도 안 되었지만 이미 그 결과는 정해져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볼품없는 평범한 사진들, 아무런 주제도 힘도 담겨있지 않는 사진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이미 나는 셔터를 눌렀다. 그 횟수는 이미 500회를 넘었다. 그 안에 무엇이 담겨있을까? 쓰레기? 과시용 풍경? or Nothing....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