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홀러에게 중요한 10가지 조언

이 글은 빨깐 깻잎, 다음 카페에 썼던 글을 옮긴 것입니다. 이 조언은 제 개인적인 경험에 기반해서 쓰여진 것으로,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저같이 조금은 소심하지만 이것 저것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 어느 한 사람이라도 이 글을 보고 용기를 얻었으면 좋을 것 같은 마음에 남겨둡니다.

  1. 두려움과 맞서라

    적게는 20년 많게는 30년 동안 지낸 정든 한국을 떠나 타국에서 1년간 생활하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캐나다 공항 문을 나서면 모든 것이 막막하고 앞으로의 일들에 대한 두려움이 가득할 것입니다. 저 또한 밴쿠버 공항문을 나서니 막막하더군요. 정해놓은 숙소도 없고 그렇다고 지낼 친구도 없으며 주변에 한국사람은 보이지도 않던 그 상황. 결국 한국에서 적어온 몇가지 호스텔 전화번호를 들고 공중전화에 몇십분을 매달려 방을 구했습니다.

    명심해야 할 것은 캐나다도 사람이 사는 곳 이라는 점입니다. 자신감을 가지고 두려움을 이겨내십시오. 이것이 워홀러 (Workholer) 의 첫번째 과제입니다.

  2. 편안함을 버려라

    캐나다에서 가장 두려워 해야할 것은 한국사람 입니다. 일단 외국 사람을 만나려면 용기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한국에서 얼마나 공부를 했든 - 어떤사람은 예외란게 적용되기는 하지만 - 외국인과의 첫 대화는 힘듭니다. 생각 이상으로 빠르고 생각 이상으로 알아듣기 힘든 대화였습니다. 그들과 이야기 하려면 온 정신을 집중해야 하며 이야기가 끝난 후에는 땀이날 정도였죠.

    제 주변의 많은 워홀러는 이것을 두려워했습니다. 그리고 편안함을 찾아 한국 사람들과 어울리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리 캐나다에 한국 사람이 널려 있다고는 하지만 한국사람을 보면 반가운 것은 사실입니다. 모두 다 이곳에서 외톨이죠. 그리고 모두다 사람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이유로인해 서로 쉽게 친해질 수 있게 됩니다. 한 번 어울리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외국사람들과의 만남은 뒷전이 되어버리고 맙니다. 이제는 단순히 일만 한다는 것 뿐, 워홀러가 아닌 관광객이 되어버립니다. 한국사람들과 어울려 주변 여행을 다니고, 일이 끝나면 한국사람들을 보고 이야기하고 술을 마십니다. Canadian 의 사고방식, 문화, 풍습을 느낄 기회는 영영 사라져버리게 됩니다.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한국 사람들을 아예 멀리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캐나다에 있는 이상 한국의 편안함을 버리고 부지런히 움직이고 캐나다를 제대로 느낄 수 있게 노력을 하는 것 이 제대로 워홀을 경험하는 길이라는 것입니다.

  3. 큰기업. 직원숙소가 있는 곳에서 일하라.

    외국인과 친해지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주 얼굴을 보고 항상 같이 있는 기회를 만드는것입니다. 같이 있기 위해서는 한국사람들과 일하는 것이 아니라 외국인들과 일할 기회를 만드는 것이 좋고, 일과 후 같은 숙소를 쓰는것은 더 좋습니다.

    제가 일하는 곳은 꽤 큰 직원숙소가 있습니다. 사실 일하는 곳 자체가 매우 큰 편이라 직원들이 몇백명은 되는 곳입니다. 이곳 직원 숙소는 캠퍼스 내에만 2개의 건물이 있고 캠퍼스 외부에도 직원숙소가 있습니다. 그 중 하나 , 제가 머무는 Becker Hall , 는 60명 이상의 직원이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2명이 1개의 방을 쓰며 2개의 방이 1개의 화장실, 2개의 세면대, 1개의 냉장고를 같이 사용합니다. 즉, 아무리 피하려고 해도 저를 포함한 4사람은 얼굴을 자주 볼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제가 조금만 노력하면 많은 외국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습니다. 같이 펍에가서 한번 술이라도 마시면 다음날 저를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바뀌죠. 그들에게 //영어를 잘하느냐 못하느냐//는 '친구'의 조건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그저 같이 있기에 , 같이 어울리기에 친구일 뿐이죠. 그들과 친해지면 아마 'Culture shock'을 제대로 느끼실 겁니다. 또한 그 친구들 중에 동일한 취미를 가진 친구를 만난다면 같이 여행도 다니고 같은 취미활동도 하면서 매우 가깝게 지낼 수 있습니다.

    대도시의 일반적인 Job은 직원숙소(Staff Accom)를 제공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자신이 직접 방을 구하고 지내야 되는데, 일반적으로는 한국 사람들과 방을 같이 사용합니다. 물론 외국 사람의 roommate로 지낸다면 좋겠죠. 한국사람들과 같이 지내게 되면 다시 2번 항목의 문제점을 떠안게 됩니다.

  4. 항공권은 편도로 끊어라

    한국에서부터 철저한 계획을 세우고 오는 사람이 많습니다. 얼마동안 어디서 지내고, 무엇을 보고, 무엇을 할 것인지 생각을 해 오겠지만 막상 캐나다에서 지내다보면 생각이 달라지고 계획은 바뀌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돌아갈 표가 확정되어 있다면 하고싶은 일을 하지 못하고 돌아가야 할 수도 있습니다.

    제 경우는 캐나다를 편도로 들어왔습니다. [Student Universe][] 에서 50만원도 안되는 저렴한 금액으로 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생활하면서 생각지도 않았던 보드에 빠지게 되었고 그로 인해 자금 여력이 안되어 동부여행을 접고 유럽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만일 왕복으로 비행기표를 구입했다면 유럽을 가려고 마음을 먹을 수 있었을까요?

    제 주변의 다른 사람도 편도로 와서 남미를 잘 구경하고 한국을 들어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물론 왕복으로 구입하면 좀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워홀은 기회입니다. 그리고 편도는 왕복에 비해 선택의 폭을 넓혀줍니다

  5. 발음보다 문법에 더 신경을 써라

    제가 영어를 잘하는 편은 아닙니다. 겨우 외국인이 제게 하는 말을 알아듣고 떠듬떠듬 대꾸할 수 있을 정도죠. 아직도 외국인들끼리 이야기 하는 것은 정말 알아듣기 힘듭니다. 그 빠른 말들을 듣고 있노라면 제가 멍청이가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듭니다. 캐나다는 거지(Homeless)도 영어를 하는 곳이니까요.

    하지만 지금까지 지내온 경험으로는 외국인과(여기서는 우리 워홀러가 외국인이죠. 암튼 한국 기준으로) 대화를 하는데에 중요한 점은 얼마나 얼마나 부드러운 발음을 구사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내가 하고싶은 말을 할 수 있느냐 입니다. 제가 하고싶은 말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선 문법에 맞는 문장을 말해야 합니다. 문법에 맞아떨어지는 문장은 발음이 어눌해도 외국인이 좀 더 쉽게 이해를 합니다.

    발음을 구지 아메리칸 영어 를 구사할 필요는 없습니다. 단지 'l' 과 'r' , 'p'와 'f', 'v'와 'b' 를 구별하여 말할 수 있으면 됩니다(이것도 쉬운건 아니죠). 예를들면 생선회를 말하고자 한다면 'raw fish'인데 이 발음을 한국사람들에게 시키면 대부분은 'law fish'라고 발음을 하지요. 그렇게 말하면 외국인들은 죽었다가 깨어나도 알아듣지 못합니다. 혀가 천장에 닿지 않는 'r'을 말하는게 우리는 익숙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것 몇가지만 주의하면 더 신경을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여기에서 지내다 보면 발음을 딱 딱 끊어져서 말하는 사람도 영어권 사람과 유창하게 대화하는것을 많이 보게 됩니다. 발음 연습보다 먼저 문장을 제대로 만들어 내는 연습을 하십시오. 대화를 하는 실시간으로 어순이 맞고 문법이 맞는 문장을 만들어내는 것은 정말 어렵습니다.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6. 먼저 다가가라

    누군가에게 무엇인가를 먼저 받으려고 하는 것을 기대하지 마십시오. 다가가지 않으면 상대방도 다가오지 않습니다. 일단 "Hello~" 라고 간단하게 말을 붙여보면 친해질 기회가 생기는 거지만 말을 걸지 않으면 그 기회는 영영 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7. 한국 사장밑에서 일하지 말라

    모든 한국가게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 가게에서 일하다 보면 외국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적어지게 됩니다. 손님을 상대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몇개의 문장을 반복적으로 사용하게 됩니다. 단골손님(Regular Customer)의 경우에는 더 많은 대화가 가능하고 더 친해질 수 있지만 그런 경우는 흔하지 않습니다. 일하는 곳에서 외국 동료와 일할 수 있다면 더 좋겠죠. 제가 아는 어떤 곳은 일하면서 cashier를 볼 수도 없고 가게 안에서 음식만 만듭니다. 외국에서 일하지만 환경은 한국의 아르바이트와 다를 바 없는 상황이죠.

  8. 쉬는 날에는 일단 집 밖으로 나가라

    1년을 꼬박 캐나다에서 지낸다고 한다면 그 중의 2/7 , 104일이 쉬는 날 입니다. 캐나다는 주5일 근무가 잘 지켜지는 편이죠. 가끔 6일을 일한다면 하루에 대한 overtime 은 확실하게 지급합니다. 1년을 한 곳에서 머문다면 주변을 충분히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지만 지역을 몇 번 옮겨다닌다면 그 한 지역을 보기에는 그다지 많은 시간이 아닙니다. 특히 day-off 라고 늦잠을 자거나 전날 술을 마셔서 day-off 를 방콕으로 지내는 분들에게는 더욱 부족하죠. 일단 쉬는 날이 되면 밖을 나가야 합니다. 혼자서 숲속을 걸어도 좋고 산을 타도 좋고 시내를 걸어도 좋습니다. 일단 활동적인 일을 하십시오. 그러다 보면 뜻에 맞는 친구도 만나게 되고 많은 인연을 볼 수 있을겁니다.

  9.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는 지역에서 지내라

    여담입니다만 일반적으로 한국에서 대도시에서 지내시던 분들이 캐나다에 오면 잘 적응을 하지 못합니다. 밴쿠버, 토론토가 아니면 사람이 많이 지낸다는 '캘거리' 조차 한국의 1980년대 같으니까요. 서울에서 매일 벌어지는 문화 공연들, 그리고 북적대는 사람들은 캘거리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인터넷 조차도 20kb/s 를 왔다갔다하는 이런 곳이 VSDL 을 사용하던 사람들에게는 답답하게 느껴지는 것이 당연합니다.

    하지만 명심하세요. 캐나다에까지 와서 '대도시' 생활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세요. 캐나다의 문화를 느끼고자 한다면 도시의 아파트에서 살아가는 생활보다 좀 더 한적한 곳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는 것이 더 낫습니다. 제가 밴프를 선택한 이유도 이것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아주 작은 시골 깡촌으로 들어가는 것도 좋지는 않습니다. 주변의 자연이야 뛰어나겠지만 깡촌은 깡촌인 이유가 있습니다. 볼 수 있는 것이 (공연의 범주 뿐만이 아니라 자연이 좋다고 하더라도 관광지의 수 등) 한정되어 있습니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적당한 곳을 찾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눈을 뜨고 귀를 열어서 정보를 모으세요. 그리고 활동적인 일을 할 수 있는 지역에서 캐나다를 마음껏 즐기세요.

    여담입니다만, 어떤 분들은 밴프에 한국 사람이 많아서 밴프에서 워홀 생활을 하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다고 하시는데요. 저는 그 생각에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밴프를 가든, 밴쿠버를 가든, 캘거리를 가든, 아주 작은 곳을 가든 그 어느 곳에도 한국 사람은 존재합니다. 한국 사람을 피할 수는 없죠. 어차피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그래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곳에서 지내는 것이 낫죠. 이 곳 밴프는 주변에 돌아다닐 수 있는 트레일이 셀 수 없이 많고 3000m 의 산이 하루만에 등산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있습니다. 여름이 되면 피어나는 야생화는 형형색색의 색채를 내며 로키를 아름답게 물들이지요. 또한 제가 일하는 이곳에서는 많은 외국 친구들을 만나고 그들과 어울리며 같이 여행도 다닙니다. 제대로 어울릴 수 있는 몇 안되는 곳이죠.

    이렇게 좋은 곳이지만, 몇몇 사람들은 오직 한국 사람들과 어울려 다니기만 합니다. 스스로 외국사람과 벽을 만들어버리지요. 그리고 한국 사람끼리 주변을 보고 한국 사람끼리 술을 마시고 한국 사람끼리 지냅니다. 이것은 자신의 의지에 달려있습니다. 한국 사람과도 잘 지내면서 외국 사람과 즐겁게 지낼 수 있습니다.

  10. 당신은 캐나다 그 자체의 일부. 워홀러 이다.

    워홀러는 관광객이 아닙니다. 워홀러는 돈 많은 어학연수생도 아닙니다. 워홀러는 지내기위해 일을 해야만 하는 사람입니다. 마치 이곳 Canadian과 같은 생활이지요. 아니 똑같습니다. 일을 하며 돈을 벌어서 자기가 하고싶은 것을 하는, 워홀은 캐나다인입니다. 시민권을 가진사람도 캐나다를 이루고 있지만 우리 워홀 또한 캐나다의 한 문화를 이루고 있습니다.(한국 워홀을 포함해 각 나라의 워홀러가 캐나다에 많이 있습니다.) 힘을 내시고 캐나다의 한 문화를 만들어 간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세요. 그리고 힘차게 꿈을 이뤄나가는 워홀러가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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