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퍼밋, 그리고 이민

캐나다, 1년에 800명의 새로운 깻잎이 들어오는 곳. 그러나, 캐나다를 나가는 사람은 몇명이나 될까?

내가 지내는 곳은 밴프, 앨버타 주에있는 세계적인 관광지이다. 매년 수많은 사람들이 자연을 보고 즐기러 이곳을 찾는다. the ROCKIES

앨버타 주에는 요즘 들어서 오일붐이 일고있다. 그로 인해서 앨버타에 원래 거주하던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오일과 관련된 일을 하면서 엄청난 수입을 벌어들이고 있다. 오죽했으면 2006년 초에는 앨버타 주에서 주민들에게 400불씩을 나눠줬을까. 그로 인해 자연적으로 관광과 관련된 서비스 분야의 일손이 매우 부족하게 된 상황이다. 어느정도로 일손이 부족하냐면, 거의 대부분의 가계에는 Hiring, Wanted 라는 문구가 붙어있고 인터뷰 레쥬메 상관없이 뽑아서 바로 일을 시키려고 할 정도다. 이러한 일손 부족을 앨버타 주 정부는 이미 알고있다. 그래서 이곳 앨버타에서는 외국인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Working Permit"이라는 당근을 뿌리고 있다. 가장 쉽게 워킹퍼밋을 얻을 수 있는 곳 그곳이 앨버타이다. 심지어 워킹퍼밋 목록에조차 없는 'HouseKeeping' 직업도 워킹퍼밋을 받을정도...

이곳에서 일하면서 캐나다 풍경에 심취된다. 그리고 이들의 살아가는 방식에 동화되어간다. 내 고향, 대한민국을 떠올리면 그 답답하고 미칠것 같은 빌딩 숲, 그리고 삭막한 사회, 바쁘게 돌아가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직업들... 그러한 것들이 가슴을 탁 막히게 한다. 그리고 다시 캐나다를 돌아본다. 비록, 내 직업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정말 하찮은 직업이지만, 누구하나 나를 천시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러한 직업으로 생활하더라도 돈에 부족함을 느끼지 않는다. 매일 매일 보는 풍경은 나를 놀라게 한다. 이러한 생각들로 인해 많은 깻잎들이 워킹퍼밋의 당근을 잡게 된다. 내 주변만 하더라도 벌써 네 사람이 여기 캐나다에서 지내려 한다. 워킹퍼밋을 쉽게 받을 수 있으니 꿈만 꾸던 '이민' 도 쉽게 가능하게 된 것이다.

나 자신은 캐나다의 로키를 꿈꾸지만 이민은 생각해본적도 없다. 나에겐 내가 하고싶은 일이 있고, 내가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 그것을 포기하고 이곳 캐나다에 살아간다는 것은 나 자신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수많은 깻잎이 이민을 고려하고 캐나다를 동경한다. 나는 이민을 선택하는 많은 깻잎을 그다지 좋은 눈으로 보지않는다. 물론 이민 그 자체가 꿈이었다 할지라도 그들의 삶에서 꿈이란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처럼 느껴진다. 아니 꿈이 있었다고 할지라도 그 비중이 한낱 이민 그 단순한 이름 하나의 무게보다 가벼운 것 뿐...

2013-06-07 지금 돌이켜보면 이 옹졸했던 저의 생각이 많이 부끄럽네요. 모든 사람이 자기 나름대로의 고민과 결단을 가지고 결정하며 살아가는데 저의 기준만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던 독불장군의 모습같아 부끄럽네요. 이 워킹홀리데이를 통해서 캐나다에 흠뻑 빠져들고 캐나다에서의 삶을 선택했던 대부분의 사람들, 지금의 저보다 더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다시 이 글을 읽으며 제 자신에 대한 반성을 많이 하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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