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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이직

Coffee Lab

처음 미국으로 이직한 지 거의 5년이 되고, 영주권을 받은 지 3년이 되었을 때, 정든 이전 직장을 떠나 새로운 직장으로 이직을 했네요. 남들은 왜 이제서야 옮기냐고 하지만 저에겐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있었고 배울것도 많았던 상황이라 옮기기엔 너무 이른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첫 미국 직장이었지만 그전 메니져는 한국분이었습니다. 일과 중 당연히 영어를 많이 쓰긴 했지만, 영어 말고 한국 말을 쓸 경우도 꽤 있었습니다. 적응하기가 편했죠. 그러다 2018년에 메니져분이 퇴사를 하시고 외국 메니져와 일하게 되어 일하는 동안 한국말은 거의 사용하지 않게 된게 얼마 되지 않았네요. 이제서야 제대로 미국에서 일하는구나 생각이 들고 있었습니다.

이직을 생각하게 된 건 개인적인 성장이 막혀서도 아니고 일이 지루해져서도 아닙니다. 일하는 회사에서 비전을 찾기 어려워서 이직을 결심했네요. 몇년 전 회사가 부정회계를 한 사실이 발각되어 주가는 하락하고 오너가 회사에서 쫓겨나고 경영진이 교체되고 구조조정이 있었습니다. 새 경영진이 위기를 잘 넘겨내고 있었죠. 새로 부임한 CEO가 열정적으로 일하더군요. 이전 오너 경영보다 나아보였습니다. 회사 자체로는 꽤 상황이 좋아지는 것 처럼 보였습니다.

문제는 제가 일하는 스토리지 부문이었죠. 구조조정을 하며 넘어온 임원이 계속 일을 말아먹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회사 특성상 여러 고객사를 상대해야 하고 그들의 요구를 들어줘야 하는 상황이란 것은 이해가 가지만, 그래서 세일즈, 마케팅이 계속 새 기술, 스펙 변화를 주장하는 것도 이해가 가지만, 그걸 막아줘서 엔지니어가 혼동없이 잘 만들도록 해야 할 엔지니어링 임원이 계속 요구사항을 수용하더군요. 그로 인해 개발사항이 계속 변경되고 그에 따라 일정은 밀리고 검증엔지니어는 턱없이 부족해서 좋은 품질의 IP가 나오기 힘들어지는 등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상황은 좋아지지 않았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진행되고 있는 새 프로젝트가 제대로 완성될 것 같지 않더군요.

그 뿐아니라 스토리지쪽은 저가제품은 대만, 중국 기업이 치고 올라오고, 고가는 대부분 메모리 회사가 직접 만들기 시작하면서 제가 다니던 회사의 제품이 점점 특색을 잃어 갔습니다. 성능이나 안정성이 좋은게 아니면 제품이라도 빨리 스펙에 맞춰서 출시되어야 하는데, 일정이 밀리면서 하염없이 늘어지는 걸 보고 있으니 더 있다간 제가 답답해서 못 버티겠더군요.

그래서 이직을 생각하고 몇군데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요즘은 실리콘벨리 경기가 좋아서 여기저기 사람 찾는 곳이 보입니다. 지난 몇년간은 웹개발과 머신러닝의 발전에 힘입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찾는 곳이 많았습니다. 요새는 각 회사별로 ASIC 칩 제작을 시도하면서 디지털 디자인 엔지니어도 좀 구하더군요. 애플의 경우 오래 전 부터 칩 제작을 해 온 터라 항상 사람을 찾고 있었고, 최근 급격하게 채용하는 곳이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등 소프트웨어가 강한 회사에서 하드웨어 엔지니어를 꽤 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구지 스토리지 분야에 목 매이지 않아도 되겠더군요. 경력8년이 아쉽긴 하지만 이 참에 새로운 것을 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운 좋게 원하던 회사에서 폰인터뷰 보자고 하고 잘 통과되어 온사이트를 거쳐서 오퍼까지 받게되었습니다. 미국에 넘어온 5년전에만 해도 구글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허무맹랑하다는 말을 주변에서 들었는데 이젠 구글도 칩 디자인을 하면서 운좋게 하드웨어 엔지니어로도 구글에서 일을 하게 되었네요.

완전히 새로운 환경이라 하나 하나 어색하고 서툴긴 하지만 그럭저럭 지난 6개월을 버텨낸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더 많은 것을 배워야하고 이겨내야겠죠. 이전 회사와 지금 회사가 많이 다른 데, 그 부분은 다음 글에서 좀 더 자세히 설명해볼게요.

살인적인 공과금

오늘 수도 요금 인상 통지를 받고 열이 받아서 하소연을 하려합니다.

이곳 캘리포니아, 특히 실리콘벨리에서 살아가려면 엄청난 물가를 감당해야 합니다. 그건 이곳에 지내는 모두 꾸준히 말하고 있죠. 이 비싼 물가에는 렌트비, 집값, 비싼 식자재, 공과금 등 거의 전반적인 부분에 영향을 끼치죠.

이걸 사람들이 보통 캘리포니아 기후세 라고 부르더군요. 일년내내 너무 더운날도 거의 없고, 너무 추운날도 드물고, 겨울 우기를 제외하면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이 지속되는 날씨죠. 그 모든것이 거의 완벽에 가깝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고 그로 인해 인건비를 포함해 모든 물가가 미국 다른 지역과 비교해서 매우 높은 편입니다. 이게 세금처럼 느껴지는거죠. 날씨가 좋은 것에 대한 대가라고 할까요?

그런데, 지난 5년을 살펴보면, 그 정도가 너무 심해지는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렌트비, 집값

주거에 관해서 볼까요?

Case-Shiller Home Price Index

위의 도표는 2000년 주택 평균 가격을 기준으로 한 상대적인 집값을 나타낸 도표입니다. 2007년까지 주택 시장이 버블이 끼어서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터지기 전까지 주택 가격은 거의 2.5배가 뛰었습니다. 그 이후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터졌죠.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빅숏이란 영화에서 아주 적나라하게 잘 보여주고 있으니 그 영화를 보길 추천합니다. 재미도 있어요.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터지면서 이 베이지역도 정리해고가 속출하고, 더이상 주택담보대출 금액을 갚을 여력이 없어지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주택 가격이 빠르게 떨어졌네요. 거의 2000년도 가격으로 돌아갔으니 고점 대비 절반 이하로 떨어진거죠. 이 이후 2012년까지 주춤하다 그 이후 경기가 좋아지고 사람이 몰리기 시작하면서 집값이 다시 상승하기 시작합니다. (2012년도에 집사신 분들이 제일 부러워요)

그 이후, 중간 집값은 그래프가 보여주듯이 2007년 고점을 이미 한참 벗어났습니다. 그 중 가장 심하게 오른 두 지역이, 산타클라라 카운티와 샌프란시스코 카운티입니다. 제가 느끼기론 2007년 고점 대비 50% 이상 오른것으로 느껴집니다. 쿠퍼티노 시의 경우에는 두배 가까이 올랐다고 생각이 되네요.

집값이 오르면 완벽한 상관관계는 아니지만 렌트비도 오르게 됩니다. 사람이 몰리고 집 짓는 속도가 늘어나는 인구를 감당하지 못하니 렌트비와 집값이 덩달아 오르죠. 제가 미국에 처음 왔던 2014년에는 2베드 아파트 렌트비가 2500달러/월 이었는데 지금은 3500달러/월이 넘는게 보통이고, 단독주택의 경우 3천불 근처이던 주택이 4천불 근처정도이고 3500달러였던 주택은 요즘 시세로 4500달러는 줘야하더군요.

물가, 공과금

주택 지출이 늘어나니 자연스레 다른 물가도 상승합니다. 임금을 더 줘야 이런 주택 비용을 감당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음식점 한끼 가격부터 마트의 물건값, 커피 등 모든 물가가 전반적으로 가파르게 상승했습니다. 공과금 (전기료, 수도료)도 예외는 아니였죠.

게다가 물값은 지난 3년간의 가뭄으로 인해 가파르게 상승했어요. 가뭄으로 물 사용을 줄이고자 요금을 매우 올렸죠. 여기서는 물값을 1 CCF (Centenial Cubic Feet) 단위로 매기는데, 1 CCF가 3달러 근처이다가 최근엔 5달러까지 올랐네요. 두달에 한 번 물값을 내는데, 잔디에 사용하는 물을 빼고 보통 10CCF 정도를 사용합니다. 거기에 기본요금을 고려하면 90불 내외 정도죠. 이게 금액이 올라서 이젠 125달러 정도가 되었네요.

여기서 좀 황당한 상황이 발생합니다. 물값이 올라서 사람들이 물을 적게 사용하니, 수도 회사 (공기업이 아닙니다)의 수익성이 악화됩니다. 고쳐야 할 수도관은 많은데 수익이 줄으니, 결국 내놓은 대책이 물값을 더 올리는 것으로 귀결되네요. 이제 요금을 올리면서 하는 말이, 물 사용이 줄어서 수익성이 악화되었으므로 수익보전을 위해 물값을 올리겠다는 조금은 황당한 말로 올해 물값이 대폭 올랐네요. 말로는 물값이 줄어들고 기본요금이 60% 올라서 별반 차이 안난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가정에서 거의 10% 가까이 올랐다고 느껴지네요.

한국에서 물값으로 만원 이만원 내다가 여기서 물값으로 한 여름에 잔디가 물을 많이 먹기 시작할 때에는 두달에 30만원을 내니 좀 당황스럽기까지 합니다. 그 와중에 물값을 더 올린다고 하니 이젠 잔디를 죽여야 하나... 란 생각까지 드네요.

전기료도 마찬가지입니다. 슬금슬금 올라서 이제 1kW당 300원 수준이 되었습니다. 한달에 보통 10만원정도 전기료가 나오네요. 결국 못버티고 집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기로 했습니다. 태양광 패널은 단가가 계속 내려가고 전기료는 끝을 모르고 치솟으니 본전을 뽑는데 7년이 채 안걸린다는 계산이 나오더군요.

결론

이래저래 불평만 잔뜩 늘어놓았는데, 이곳에 살면서 몇 안되는 단점중 하나인것 같네요. 감내하면서 살아야지 하는데, 한달에 수도료, 전기료해서 30만원이 훅 빠져나갈때면 좀 허탈하기도합니다. 이런때에 요금 올린다고 우편을 받으니 어디 대놓고 시위라고 해야 하는건 아닌가.. 생각이 드네요.

Fishing

어릴적, 아버지께서 쉬는 날이 되면 저와 형 손을 잡고 집 근처 다리가 연결된 섬으로 낚시를 종종 갔었습니다. 산길로 차를 몰고 가서 멈추고, 낚시대 가방과 아이스박스를 들고 한참을 산을 타고 바위를 넘어서 갯바위로 갔었죠. 거기서 감성돔도 낚고, 우럭도 낚고, 이것 저것 많이 낚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제일 많은건 놀래미...)

커가면서 점점 낚시도 뜸해졌고, 갯바위에서는 잔챙이 복어 말고는 더이상 물고기가 잘 안잡히게 되더군요. 아무래도 고향이 점점 발전된 도시가 되면서 도시 근처에선 물고기가 살기 힘든 환경이 되어버린 탓이겠죠. (요즘엔 다시 수질 관리를 해서, 좀 낚인다는 소문이 들립니다)

미국에 와서 오랫동안 손 놓고 있던 낚시를 다시 해보려고 이리저리 저렴하게 장비를 구입중입니다. 9피트짜리 단돈 40불 안되는 루어낚시대, 3000대 스피링 릴, 20파운드 줄과 루어를 사서 출격 준비중입니다.

호수 낚시는 어렵기도 해서 낚시대는 모셔만 두고 있는데, 해변 낚시는 아이들이 해변에서 모래놀이 하는 동안 낚시 할 수 있을 것 같아 시도해 보려고 합니다. 이번 주말에 낚시 조황이 좋을 것 같다는 예보에 한번 나가보려 하는데, 잘 잡히려나 모르겠네요. 루어 낚시는 한번도 해본 적이 없으니 99% 허탕을 치겠지만, 그래도 낚시대 드리우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을 듯 합니다.

이런 저런 취미를 가져보려 하는데, 아이들과 같이 시간을 쓸 수 있는 취미는 몇 없더군요. 서핑을 하기엔 아이들이 어리고, 스노우보드는 좋아하지만, 겨울에만 즐길 수 있는데다, 올해는 시에라에 역대 최저 눈이 내렸다고 하니 점점 눈 보기 힘들어질 것 같고 (리프트권도 엄청 비싸구요.. ㅜ.ㅜ) 그러네요.

낚시 다녀와서 한번 결과를 올릴게요. 물론.. 꽝이겠지만요.

첫 집 장만

렌트를 2년 연장한 게 몇달 되지 않았는데 다른 집으로 이사하게 생겼네요. 어쩌다 보니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른 이 때에 집을 사게 되었네요.

집을 보기 시작한 건 아마 미국을 오자마자부터 였던것 같네요. :) 주말에 놀러다니기 바쁘기도 했지만, 짬 날 때 근처에 Open House가 있으면 가서 보는 걸 많이 했어요. 그 때에는 보는 눈이 없다보니, 아무 집이나 보면 마음에 들더군요. 타운하우스도 좋고, 야드 거의 없는 싱글하우스도 좋고, 학군은 뭐 별로 상관 없어서 Santa Teresa까지도 돌아보고 그랬었죠.

그런데 [싱글 하우스를 렌트][renting-a-single-house]한 뒤로 집을 보는 게 조금 달라졌어요. 넓은 뒷마당이 있고, 아이들이 따로 독립된 공간에서 놀 수 있는 공간 (저흰 놀이방이라고 부르지만 Den 같은 공간이에요)이 있는 집에서 살다보니, 이 두가지가 집을 정하는 데에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되더군요. 게다가 지금 살고 있는 캠브리안 지역이 마음에 들다보니, '이곳 근처로 구해야 겠다..' 라는 생각도 계속 들었구요.

그래도 작년 5월엔 집을 20% 다운할 돈도 없어서 대출 가승인 (preapproval)을 받지도 않았어요. 그러다 올해 초가 되서 loan broker도 만나고 은행 융자하시는 분도 만나서 preapproval letter를 받았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뜨거운 봄에는 살 생각이 없었고, 열기가 조금이나마 식는 가을, 겨울에 집을 구해볼 생각이었어요.

그러면서 마음에 드는 집을 하나, 둘 오퍼를 써보기 시작했죠. 시험삼아서요. 그런데 두번째 집에서 덜컥 되어버렸네요. 열심히 편지를 쓴 덕분인지, 같은 금액이 3개가 카운터 오퍼로 들어갔는데, 더 안올리고 저희걸 선택했네요.

갑작스레 집 준비에, 이사 준비에 정신없는 날을 보내고 있지만, 그래도 이젠 더 이상 렌트비 신경 쓰지 않고 살 수 있게되어 스트레스는 조금은 덜 해질 것 같아요. 대출 갚는 데 30년이란 세월이 필요할 만큼 무지막지한 대출 금액이지만, 이곳 실리콘 벨리의 뜨거운 주택시장 상황을 보고 있으면, 살 수 있는 것 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상황이네요.

오퍼가 선택되고 나면 그 다음부터 무척이나 바빠지는 것 같아요.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로 은행 대출이 매우 깐깐해져서, 필요한 서류도 많고, 요구하는 정보도 많아서 융자 하시는 분과 빈번히 연락하고 해결하고 해야 하더라구요. 그 승인 받는 기간이 집을 다시 사고싶지 않을만큼 힘들더라구요.

기회가 되면 융자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간단히 알려드릴게요~

TK 졸업

6월이 되니 이제 대부분의 학교가 방학을 하게 됩니다. 알마덴 지역은 어제, 쿠퍼티노는 오늘, 그리고 제가 살고 있는 지역은 내일 방학을 하게 되네요.

첫째가 공립 유치원을 들어가고 벌써 10개월이 지났나봅니다. 그래서 Kindergarten을 들어가기 전, 경험했던 TK(Transitional Kindergarten)에 대해 간단히 기록을 남겨볼까 합니다.

일단, TK는 Kindergarten을 가기 전, 몇몇 아이들에게 제공되는 공립교육프로그램입니다. 킨더 입학 기준일이 12월에서 9월로 당겨지면서 원래 킨더를 들어갔어야 하는데 못 들어가게된 아이들을 위해 TK 프로그램을 만들게 됩니다. 그래서 킨더는 각 초등학교 별로 따로 있는데, 저희 지역에서는 교육청 내에 단 한 곳의 TK만 있습니다. 프리스쿨 비용이 워낙 비싸다 보니, TK를 갈 수 있게 되어서 좋았었네요.

TK 교육 프로그램은 킨더와 거의 유사하다고 하네요. 알파벳 교육, 미술 교육 같은 프로그램이 있지만 킨더에선 본격적으로 배우는데 반해 여기서는 놀이와 함께 배우고, 그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지는 않는 것 같아요.

거의 보면, 학교에서 그리고, 뛰어놀고, 간식먹고 오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이가 적응하는 데에 그나마 부담이 덜 한 것 같네요. 처음부터 교육에만 집중되었다면 영어를 못 하는 첫째가 지금보다 더 힘들어 했을 것 같아요. 물론, 지금도 영어 때문에 힘들어하긴 합니다.

제가 살고 있는 지역은 아이들이 많다보니 TK, 킨더가 오전, 오후 두 반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그래서 교육시간이 3시간 20분으로 매우 짧아요. 주변 다른 교육청은 오후 1시 ~ 2시까지 하는 곳이 보통이더군요. 짧은 시간 덕분에 처음에 적응이 그나마 낫다는 점은 있지만, 영어에 충분히 노출되지 못해, 1년이 지난 지금도 영어는 아직 못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아이가 학교가는 스트레스가 있게되는 것 같구요. (이건 아이 성향에 따라 다르니 개인차가 있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리스쿨보다 나은 교육환경을 고려하면 잘 보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8월 중순에 킨더를 가게 될텐데, 거기서도 지금처럼 잘 적응하면 좋겠네요. 킨터가 끝날 무렵 다시 한번 글을 써볼게요.

Lexington 저수지 낚시

이번 주 Lake Pinecrest로 캠핑을 가려고 계획했었습니다. 가서 토요일에 호수에서 낚시를 하기로 계획했었죠.

몇 달 전부터 지인 가족과 예약해 두고 설레며 준비하고 있었는데, 막상 출발 할 날짜가 되니 파인크레스트 캠핑장 날씨가 심상찮아졌네요. 가는 날 눈이 오고 이박삼일 내내 밤에 영하 5도까지 떨어지는 강추위가 이어진다고 예보가 나옵니다. 따뜻한 5월 봄날이라 전혀 생각지 못했다가 어린 아이들도 있고 해서 추운 날씨에 결국 캠핑 계획을 접었습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Crabbing at Half Moon Bay][crabbing-at-half-moon-bay] 글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Pier가 아닌 곳에서 낚시를 하려면 면허가 필요합니다. 파인크레스트 호수도 Pier가 있긴 하지만, 카약과 보트가 주변에 많아 낚시하기가 껄끄러워 1-Day 라이센스를 구입했었는데, 그게 그대로 허공에 날아가 버릴 참이었죠. 하루짜리 라이센스는 날짜가 명시되어 있어서 변경도 안되거든요.

예전에 낚시 용품 판매점에서 직원에게 들은 바 있어, Fremont에 있는 Quarry 호수로 낚시를 갈까 하다, 좀 더 가까운 곳인 렉싱턴 저수지(Lexington Reservoir)로 가보기로 합니다. Quarry 호수는 봄, 여름 격주 단위로 송어(trout)를 방류하기에 실리콘 벨리 근처에서 낚시가 재미있는 곳이라 합니다. 렉싱턴 저수지는 송어 방류는 거의 없어서 고기가 잘 잡히진 않는다고는 하는데, 그래도 꽤 큰 저수지 이다보니 자연산 배스가 꽤 잡힌다고 합니다.

집에서 15분 거리에 있는 렉싱턴 저수지는 제가 미국에 처음 와서 그 주말 산타크루즈를 가며 보았던 곳인데, 가뭄이 절정인 때라 물이 참 없었던 기억이 나는 곳입니다. 작년에는 극심해서 거의 호수 바닥이 보일 지경이었죠.

Lexington Reservoir

그러던 호수가 올 겨울 비가 풍족히 내린 덕분인지, 나무가 잠길정도로 물이 가득차고 넘치지 않기 위해 물을 방류할 만큼 상황이 좋아졌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호수에는 이전에 자랐던 나무가 물에 잠겨 낚시하는 데 애로가 있네요. 릴을 감으면 세번 중 한번은 나무에 걸려 바늘을 끊어먹기 일쑤입니다.

결국 두시간 반을 나무와 사투하다 한마리도 잡지 못하고 점심 먹으러 내려갔네요.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저녁 5시 즈음 다시 한번 가 봅니다. 파크 레인저가 말해준 것이 기억이 나서 이번에는 댐에서 낚시를 해 보기로 합니다.

at Dam

댐에는 몇 사람이 낚시를 하고 있었고 한두마리 이미 잡은듯 해 보였습니다. 그 옆에 자리 깔고 낚시대를 드리우는데, 나무에 걸리는 건 매 한가지지만, 오전에 비해선 양호하더군요.

8시 해 질때까지 낚시를 했는데, 입질 두번 온 것 외에는 별다른 성과가 없네요. 그 사이 옆에서 낚시하던 낚시꾼은 5파운드 쯤 되어보이는 송어와, 10파운드는 족히 넘을 것 같은 잉어(carp)를 낚고 얼굴에 웃음을 띄며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역시, 제 낚시 실력이 문제네요.

총기사고와 차별

오늘은 충격적인 사건이 두가지가 발생했습니다.

한 사건은, 2015년에 총기 테러가 일어났었던 샌 버나디노에서 발생했는데 공교롭게도 총기사고입니다. 이번엔 초등학교내에서 총기 사고가 발생해서 어른 2명이 사망하고 아이 두명은 병원에 실려갔네요.

같은 캘리포니아 안에서 일어난 사고라 그런지, 아이들 걱정이 많이 됩니다. 출근길에 항상 총기 판매상을 지나가는데, 이런 일련의 사건들이 꾸준히 발생하는 데도 총기 규제가 좀처럼 안되고 있어서 정말 아쉽습니다.

North Park Elementary

두번째 사건은 유나이티드 항공사에서 승객을 물건취급하듯이 비행기에서 끌어내린 사건인데요. 항공사 직원을 태우기 위해 이미 탑승한 승객을 하차시키려고, 완력을 사용해서 끌어내렸는데 그 영상이 인터넷에 오르면서 심각해 진 것 같습니다.

New York Times 기사 참고

링크에 있는 영상을 보면, 다치신 분은 의사이고 루이스빌에 그 다음날 진찰할 환자가 있어서 못내린다고 거부했는데 강제로 끌어내려진 것 같습니다. 그 과정에서 입술이 터지게 되었구요.

이미 탑승한 상태에서 하차를 시키는 것도 문제지만, 하차할 승객을 선택하는 과정에서도 논란이 일어나는 것 같네요. 컴퓨터로 추첨한 것이 아니라 승무원이 적당히 아시안 3명을 선택했다고 하는데, 이부분은 확인되지 않아서 좀 더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다만 여기 미국에 살다보면, 은근한 인종차별을 가끔 겪게되는 것 같아요. 이런 사소한 것이 모여서 불신의 사회가 되어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Power Outage

Winter Storm이 온다고 해서 타호에서 3박4일 일정을 다 채우지 않고 전날 저녁에 길을 나섰습니다. 타호 가는 길에 눈으로 인해 4시간 반 걸릴 거리를 7시간을 넘겨 겨우 도착해서 가는 길도 그렇게 고생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오늘 보니 눈이 많이 와서 아내 지인은 타호에서 새크라멘토로 오는 I-80 고속도로에서 네시간이 넘도록 갇혀 있었다고 하니, 오늘 출발 했으면 고생을 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온 지 하루도 되지 않아 오늘 집 근처 일대가 모두 정전이 되었습니다. 아침부터 비바람을 맞으며 레몬나무를 다듬는데, 바람이 심상찮게 느껴졌었는데 결국은 오후 늦게 정전이 되어버리네요. 바람이 거세서 어디 전봇대 하나가 넘어지기라도 했나봅니다.

덕분에 캠핑용 랜턴을 꺼내 거실에 켜 두고 헤드 플래시와 스마트폰 플래시로 겨우겨우 버텨야 했습니다. 전기가 없어서 히터도 돌지 않고, 워터리스 가스 보일러라 뜨거운 물도 나오지 않은데 다행히 가스레인지는 동작을 해서 어찌 저찌 저녁은 겨우 해 먹었네요.

그래도 타호에서 일찍 오길 잘했습니다. 일찍 온 덕분에 집안 온도도 미리 68도로 끌어올려 둘 수 있었네요. 오늘 왔다면 차가운 집에서 히터도 틀지 못하고 추위에 벌벌 떨 뻔 했습니다.

얼마 전 지인 집이 정전되었을 때 다시 전기가 들어오는데 하루 반나절이 걸렸다는데, 이번에는 정전 된 지역이 워낙에 커서 더 오래 걸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긴 한국과 다르게 정전이 빈번한 듯 합니다. 매번 폭풍우가 온다고 하면 여기에 오래 계셨던 지인들은 정전을 걱정했었습니다. 한번 정전되면 복구도 꽤 오래 걸리는 것 같아요. 한국 같이 수 시간 내에 복구되는 일은 드물고 보통은 하루, 길게는 일주일이 넘도록 복구가 안되는 경우도 있다고 하네요. 느린 걸 전제로 사회체계가 굴러갑니다.

Half Moon Bay 게잡이

이곳 캘리포니아에 와서 새로 경험한 것이 정말 많습니다. 그 중에서, 겨울철이 되면 보게 되는 '게'가 그 중 한 종류일 것 같네요. 한국에서는 꽃게, 가끔씩 매우 비싼 베링해 근처에서 잡힌 킹크랩을 보는게 전부인데요. 이곳 캘리포니아에서는 가장 유명한 게를 꼽으라면 던저니스 크랩(Dungeness Crab)일 겁니다.

Dungeness Crag

정말 큰 크기에 깜짝 놀라고 살이 킹 크랩만큼 많이 들어있어서 또 한번 놀란 게 입니다. 지역이 다르니 먹거리도 다르구나.. 라는 생각을 들게 한 녀석이죠. 이쪽 북캘리에서부터 알래스카까지 퍼져있는 종 인데 겨울철 인기 음식입니다.

매번 사서 먹다가, 한번 직접 잡아볼 생각으로 지인에게 장비를 빌려서 다녀왔습니다.

면허 (License) & 규칙

캘리포니아에서는 한국과 다르게 아무 곳에서나 게를 잡거나 낚시를 하면 깜짝 놀랄만한 벌금을 물게 됩니다. 가장 큰 벌금은 '전복잡기' 인데요, 면허없이 잡으면 문제고, 면허가 있어도 정해진 수량 (2개)이상 잡으면 벌금이 10,000 달러가 넘을 정도로 큽니다.

게잡이나 낚시도 면허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면허가 없이 낚을 수 있는 곳이 있는데, 바로 공공 부두입니다.

Pacifica 공공부두: 출처 Fishermenneverlie

이곳에서는 정해진 규칙 안에 자유롭게 낚시와 게잡이가 가능합니다. 제가 사는 곳에서는 게잡이로 위 사진에 보이는 퍼시피카 부두로 가는게 보통인데, 저기는 전문적인 기술이 없으면 쉽지 않다고 해서 초보자에게 인기가 있는 하프 문 베이로 가보았습니다. 게잡이는 하프문 베이가 남쪽으로 잡을 수 있는 한계선이고, 그보다 아래에 있는 산타크루즈 피어나 Seaside 피어는 일반 낚시하러 갈 수 있습니다.

게잡이는 크기에 제한이 있는데, 던저니스 크랩은 등껍질 크기가 5.75인치 이상이 되어야 하고, 그 외의 게는 4인치 이상이 되어야 합니다. 또한 상업용도로 게잡이를 할 때에는 암컷은 놔주어야 하며, 일반인이 게잡을 때는 성별에 상관없이 잡을 수 있습니다. 다만 관례상 암컷은 풀어주는 게 보통입니다.

하프 문 베이 피어

Pillar Point Harbor

물이 찰 때 게를 잡아야 잘 잡힌다고 해서 일찍 서두른다고 했는데 하프문 베이 피어(위의 사진에서 보이는 필라 포인트 항구가 하프 문 베이 피어입니다)에 도착하니 9시 30분이 되어버렸네요. 서둘러 빌려온 낚시대 두개와 통발에 준비해 온 닭고기를 썰어 넣고 던졌습니다.

5~10분마다 한번 씩 들어올려보면서 게가 잡혔나 보는데, 작은 게들만 올라와서 바로 바로 풀어주었습니다. 던질때 마다 미끼로 준비해 간 닭고기가 싸그리 사라지는 걸 보니 게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바다속에 먹는 녀석이 매우 많나봅니다. 그런데 잡혀주질 않네요. ^^

12시까지 낑낑대면서 5인치 가량 되는 던저니스 크랩을 잡아서 아쉬워 해 보고, 작은 녀석들은 바로 바로 풀어주고 했지만, 운이 좋게 5인치쯤 되는 Red Rock Crab과 6인치쯤 되는 Red Rock Crab 두 마리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큰 게가 올라오자 아이들이 무척이나 즐거워 하네요. 이리 보고 저리보며 신기해 합니다.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다시는 Fish & Chips는 주문하지 않을겁니다) 다시 와서 한시간 가량을 더 낚으니 6인치쯤 되는 Red Rock Crab을 한마리 더 잡았네요.

3시간 반 정도 낚은 끝에 던저니스 크랩을 낚지도 못하고, 레드 락 크랩만 세마리 잡았습니다. 그래도 아이들도 게잡는 걸 지루해 하지 않았고, 날씨 좋은 날 바깥 구경도 하고, 집에 와서 잡은 게를 쪄서 먹으니 재밌는 경험이네요.

다음엔 좀 제대로 된 낚시대로 일반 물고기를 잡아볼까 생각 중입니다. 어릴 적 아버지와 함께 낚시를 종종 갔던 기억이 나네요. :)

미국에 넘어온 3년

오늘 2017년 1월 14일은 제가 미국에 넘어온 지 만 3년이 되는 날입니다. 달랑 캐리어 하나 들고 가족은 한국에 잠시 두고 장거리 비행을 한 후 초췌한 모습으로 입국 심사관을 대했던 게 기억에 나네요. 친한 형의 도움을 받아 그날 바로 중고 자동차를 구입하고 익숙하지 않은 차를 몰며, 익숙하지 않은 교통체계에 실수를 연발하며 어두운 밤길을 운전해 오던 것도 기억이 납니다. 그날 San Ramon에 멈춰서 인앤아웃에서 햄버거를 먹었던 것도 기억이 나고요.

3년이 지나고 나니, 어느새 아이들은 부쩍 커서 큰 아이는 킨더를 가고, 작은 아이는 자기 주장이 생겨서 미운 네.살이 되고, 단칸방 하숙에서 아파트를 거쳐 월세지만 단독주택에 지내게 되었네요. 영주권도 무사히 받아서 신분 걱정을 하지 않고 지내게 되었고요. 직장도 비록 회사 자체가 위태위태하지만, 직장 내에서 적당히 인정받고 열심히 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이들과 아내는 아직은 완전히는 아니지만 꽤 많이 미국생활에 적응해 가고 있네요. 짧지 않은 시간이지만 그래도 정말 빠르게 지나간 것 같습니다.

3년동안 있었던 많은 일들이 추억으로 느껴질 만큼 아련하면서도 눈을 감으면 떠오를 만큼 선명하네요. 지나온 3년이 우리 가족에게 적응의 시간이어서 힘든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나름 좋은 일이 가득했었던것 같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얼마나 길게 미국에 거주하게 될 지 모르겠지만, 앞으로의 시간도 좋은 일만 가득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