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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고기 김치찌개

아이들 먹을 돈까스를 만들었다. 큰 등심살 한덩이 사와서 얇게 잘라서 두들기고 밀깨빵을 뭍혀 얼려두면 조금씩 꺼내서 튀겨서 아이들에게 내놓기 딱 좋다.

보통은 돈까스를 만들며 지방이 많은 부분을 잘라내어 버리곤 했는데, 이번엔 잘라낸 지방 부분 중 괜찮은 부분을 남겨둬 돼지고기 김치찌개를 해먹었다. 아내가 찌개나 국에 들어간 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 결혼 후 거의 항상 김치찌개에는 참치만 들어갔었다.

“돼지고기 김치찌개"는 단순하다. 김치 넣고 간 보고 돼지고기 넣으면 끝. 단순하지만, 단순하기에 재료의 맛이 중요하다. 김치도 적당히 삭은 맛좋은 김치를 써야하고, 고기도 잡내가 많이 느껴지지 않은 고기여야 좋다. 이번 김치찌개가 그랬다. 꽤 적당히 삭은 전라도식 김치에 냉장 돼지 등심 부위에 잡내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한숟가락 찌개를 떠먹고 김치맛 푹 절여진 돼지고기 한점을 같이 먹었다.

불현듯 20년전의 대학 생활이 생각이 난다. 대학교 후문 앞 왕십리역 6번 출구 쪽에 많은 음식점이 있었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음식점이라 비싸지 않았다. 그 때 친구들과 자주가던, 지금은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고기집이 있었다. 좁은 가게에 앞으로 차양을 두르고 투명 비닐로 가려서 테이블 두개를 더 펼쳐놓은, 지금은 불법이라 가능하지 않을 모습의 가게였다. 아마 삼겹살 1인분에 2천원 정도 했던 걸로 기억이 난다. 주변의 다른 가게도 비슷한 금액의 가격이었는데 유독 그 가게만 갔었다. 아마 주인아주머니의 친근함이 마음에 들었을 수도 있었던 것 같다.

1학년때 같이 하숙을 했던 고향 친구들, 영삼이 희훈이 경국이와 종종 가서 먹곤 항상 같이 주문을 했던 게 천원짜리 된장찌개와 김치찌개였다. 그 김치찌개에 돼지고기가 들어가 있었다. 싼 가격에 팔아야 하는 가게에 무슨 좋은 고기를 썼을까.. 아마도 싸구려 중국산 냉동 고기로 삼겹살을 팔았을 테고 팔고 남은 자투리 고기로 김치찌개를 끓였을 거다. 조미료도 많이 들어갔겠지만 그땐 그 맛의 차이를 모르고 강한 맛에 ‘맛있다'고 느꼈었다. 그 고기집과 된장찌개, 김치찌개가 떠올랐다.

돌이켜보니 돼지고기 김치찌개를 먹은 지 10년이 넘었다. 그 긴 기간동안 머릿속에 여전히 예전 대학시절의 맛이 남아있었나보다. 먹으며 옛 추억을 떠올렸다. 그 사이 20년의 시간이 지났구나. 그 시절이 그리우면서 지나간 20년이 아쉽기만 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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