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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ssionate Italy #2

미켈란젤로 광장에서 본 피렌체

2007년 05월 10일, Firenze

역 앞에서 만나자고 헤어진지 두시간 15분이 흘렀다. 역에 다시 와서 기다린지 두시간이 지났다. 아직까지 기다리고 있는 내가 바보인건가? 하루를 버리는 것은 상관없는데 10시 45분에 다른 장소를 찾아 돌아볼 때도 없 었다는게 아쉽다. 그쪽 팀에 문제가 생긴건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약속인데. 1

피렌체

그러다 문득 예전의 기억들이 떠올랐다. 자세한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내가 지금까지 약속을 어겼던 많은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애써 이해하려 노력했을까? 아니면 욕 한번 내뱉고 돌아섰을까? 그렇지 않으면 두고 두고 마음에 담아두었을까?

피렌체 거리

지금의 나는 찾을 수 없는 그 사람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나조차 대답할 수 없는 부분이다. 나도 내가 왜 지금까지 이렇게 강렬한 햇살을 맞으며2 주변에서 보기 쉬운곳에 앉아서 음악을 들으며 이런 글을 쓰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놓지 못할 미련때문일 듯 하다. 로마에서 워낙 재미있게 지냈던 형들이라서 그 미련이 남는 것 같다.

로마에서의 인연

멀리서 두오모의 지붕이 보인다. 뛰쳐나가 두오모로, 산타마리아 누벨라로, 미켈란젤로의 광장으로 달려가고 싶다. 이렇게 아름다운 Firenze의 풍경을 놔두고 앉아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힘들다.

두오모 올라가는 길

두오모 꼭대기에서

이곳 두오모 꼭대기에서는 피렌체의 모든 곳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모든 것이 갈색의 지붕과 아이보리색의 벽으로 이루어져있다. 그래서 더욱 아름답게 보이는지도 모르겠다. 통일되어있는 느낌.

올라오는 동안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을 보았다. 심판의 날, 하늘과 지상에서는 영광의 찬양을 드리고 지옥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당한다. 그 광경을 거대한 쿠폴라에 가득 그려놓았다. 가까이서 보면 붓의 터치가 거칠긴 하지만 그 엄청난 크기의 그림을 그려내는 것 자체가 경이롭다. 미켈란젤로의 예술의 능력은 어디까지일까?

뉴욕의 Empire State Building 에서는 신시대의 문화에 대한 경외를 느꼈다면, 이곳 피렌체에서는 수백, 수천년동안 살아 숨쉬는 옛것에 대한 경외를 느낀다.

그나저나 이렇게 좋은 두오모 꼭대기에 가득한 낙서는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곳곳에 보이는 한글, 영어, 이탈리아어, 중국어등 어느 나라나 관람문화가 부족한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그 낙서의 절반이 넘는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한글' 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관람문화가 낮은 것 같아 기분이 안좋다. 다른 외국인이 와서 보면 어떻게 생각할까.. 이러다 결국엔 한국인 입장 금지를 걸어놓을지도 모르겠다.

두오모의 낙서

2007년 05월 11일 18:20 Treni Stazione in Venezia

베네치아 골목길

원하던 호스텔이 가득 찼다. 민박집에서 머물기는 싫다. 결국 오늘 바로 온 베네치아를 오늘 바로 떠나기로 했다. 아쉬움만 가득하다.

베네치아 베네치아 베네치아

베네치아는 골목길을 직접 걸어봐야 한다. 산 마르코 광장, 리알토다리는 유명한 곳이라 많은 사람들로 북적대고 이런저런 가게들이 가득하지만 그 이외의 베네치아 미로라 불러지는 '골목길'로 들어가니 진정한 베네치아를 느낄 수 있었다. 한 사람 겨우 다닐만한 좁은길에 걸려있는 빨레들, 조그만 발코니, 벽에 걸린 화분들, 빨래를 걷으시는 아저씨, 그 옆의 리오(가장 작은 운하)에 노 젓는 곤돌라 사공, 집 사이로 비치는 햇살, 조그만 광장에 모인 사람들, 노천 까페, 그 모든 것이 내가 보고자 했던, 내가 꿈꿨던 여행의 모습이었다. 비록 짐을 맡기지 못해 배낭을 메고 걷느라 어깨는 무거웠지만 마음은 가볍게 걸을 수 있었다.

베네치아 골목길 베네치아 골목길 베네치아 골목길

나는 여행을 찍고 가기 식으로 하고 싶지 않다. 삶을 보고싶다. '삶'은 유명한 유적지에서도 발견할 수 없고 박물관에서도 볼 수 없다. '삶'은 '골목길'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앞으로의 여행은 골목길을 중심을 다녀야겠다.

베네치아 골목길 베네치아 골목길 베네치아 골목길 베네치아 골목길 베네치아 골목길 베네치아 골목길 베네치아 역 앞


  1. 나중에 다시 이야기해서 알아봤는데, 그쪽은 팀 사람이 많아서 30분정도 기다리다가 관광을 나섰다고 했다. 

  2. 결국 이날 엄청나게 피부가 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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