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나카에서 폭스빙하로
전날 일찍 자리에 눕고나니 오늘은 개운하게 일어납니다. 11시간정도 자버렸네요. 잠 잔 시간만큼 우리의 여행도 짧아지기에 아쉽지만, 가끔은 이렇게 자야 버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커튼을 젖혀서 보니 오늘도 역시 하늘은 푸릅니다. 초반의 구름낀 날씨를 보상이나 하려는 듯, 그 뒤론 항상 날씨가 쨍하네요.
Puzzling World
첫 목적지는 퍼즐링 월드입니다.
퍼즐링 월드는 와나카 바로 앞에 있는데, 여기는 말 그대로 퍼즐들이 즐비합니다. 입구에서부터 기묘하게 세워진 건물들이나 내부의 기울어진 방, 앞뒤가 바뀌어보이는 얼굴등, 여러가지 즐길거리가 많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가본 곳이라 내용도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재밌는걸 보면, 괜찮은 곳 같습니다.
퍼즐링 월드를 대충, 가볍게 구경한 후,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Fox Glacier (폭스빙하)를 향해 달립니다. 어림잡아 4시간정도 걸리는 거리입니다.
가는 길에 펼쳐진 풍경은 벌써 8일째 보지만, 그래도 놀랍기는 매한가지 입니다.
산을 넘어 Haast까지 가는 길에는 볼거리가 참 많습니다. 중간중간 트래킹 코스와 폭포가 즐비하고 멋진 들판, 호수가 있습니다.
차를 조금만 몰면 멈추고 싶은 곳이 나타나니 우리의 이동 시간은 점점 늘어만 갑니다.
폭포에 갔다가 신발도 젖고,
계곡에서 사진도 찍으며 달립니다.
그리곤, 다시 바다가 나타납니다.
사실, 더이상 바다를 볼 수 없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우리의 애초 계획은 와나카에서 마운트 쿡으로 향해 데카포 호수등을 둘러보고 크라이스트 처치로 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조금은 여유로운 일정으로 후반을 잡아서, 편하게 돌아보고자 하는 마음이었죠.
하지만 와나카를 오기 전, 퀸스타운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왕이면 서쪽을 가보라는 권유가 계속된 터라, 조금은 무리를 해서라도 서쪽으로 가기로 결정합니다. (이거 둘다 귀가 얇아요 ^^ )
서해안은 동해안을 돌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입니다. 동해안을 돌때는 짙은 안개와 구름, 비에 우중충한 날씨 뿐이었는데 서해안을 돌때는 맑은 날씨에 강한 햇살까지 비춰 모든게 푸르기만 합니다. 동해안을 돌았을 때 이런 날씨였다면 기막히게 멋졌을 것 같기만 합니다. 사실 서해안의 맑은 날씨보다, 동해안의 우중충한 악천후 날씨의 풍경이 더 멋지게 느껴졌거든요.
최종 목적지인 폭스빙하에 도착해서 Lake Matheson을 갔습니다. 예약한 홀리데이 파크에서 겨우 2킬로 남짓 떨어져 있던 터라, 느긋하게 쉬다가 갔지요.
Lake Matheson은 뉴질랜드를 소개하는 책자에서 빠지지 않고 나오는 곳입니다. 바람이 항상 잔잔하기에, 수면을 통해 풍경이 아름답게 반영됩니다. 그런데, 차를 주차하고, 호수까지 가는데에 넉넉히 30분은 걸리는 터라, 그저 호수를 통해 해가 지는 모습을 보고자 했던 우리 부부는 호수로 갔을때는 이미 해가 거의 넘어가버려 어둑어둑한 호수만 보고 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Lake Matheson을 보고자 할 때는 좀 더 서둘러 가야겠습니다.
내일은 폭스빙하 가이드 투어를 합니다. 신나게 걸어야 겠지만 그래도 힘든 것 이상으로 즐거울 것 같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