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포드 사운드
Milford Sound
오늘 목적은 밀포드 사운드 를 가는 것입니다.
10시 반 크루즈를 타기 위해 아침 7시에 테아나우 에서 일어납니다. 이번 여행 중 가장 일찍 일어난 겁니다. 어제 보았던 일기 예보에는 구름 약간 있는 맑은 날씨입니다 눈을 뜨고 캠핑카의 침대에서 커튼을 걷어서 하늘을 보니 하늘은 구름으로 자욱합니다. 금방 비가 쏟아내려도 이상하지 않을 날씨입니다.
'이렇게 매번 중요한 곳에서 날씨가 안받쳐주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 여행중에 참으로 날씨로 인해 많은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오타고 반도에서는 안개 자욱한 날씨로 인해 알바트로스나 기타 풍경등 아무것도 볼 수 없었습니다. 캐틀린스 의 너겟 포인트(Nugget Point)에서는 바다는 보이지 않았고 큐리오 만(Curio Bay)에서는 비까지 쏟아지는 악천우 였습니다. 지금까지 여행의 대부분의 장소에서 날씨는 좋지 않았습니다. 오늘도 그렇게 될 것만 같습니다.
일어나지도 않은 채 곧장 몸을 뒤집어 날씨가 좋아지게 해달라고 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추천하는 밀포드 사운드 만이라도 제대로 보고 싶습니다.
8시 정각에 밀포드 사운드 를 향해 출발합니다. 느릿 느릿 챙기는 우리 부부라 1시간은 준비시간에 참 부족합니다. 대충 대충 씻어서 추리한 모습에, 차를 타고 가면서 빵에 잼을 발라 먹습니다.
가는 동안, 결국엔 비가 내립니다.
차를 돌릴까 생각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날씨에도 가야합니다. 여행을 한 달, 두 달 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10일 입니다. 상황이 어찌 되었든 계획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제 시간에 크라이스트처치 에 도착하지 못할 지도 모릅니다.
평지를 지나 숲을 지나니 갑자기 뜬금없는 산들이 나타납니다. 구름에 가려 눈 높이만큼밖에 보이지 않지만 꽤 높은 산들입니다. 테아나우 에서 밀포드 사운드 까지는 거리상으로는 약 120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밀포드 사운드에 가까이 다가갈 수록 풍경은 급격하게 변합니다.
구름이 서서히 걷혀갑니다. 저 멀리 구름 사이로 한여름임이도 눈 덮힌 산들이 그 모습을 잠깐 잠깐 비춥니다. 점점 희망이 생깁니다. 날씨가 좋아지고 있습니다.
Homer 터널을 지나니 터널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집니다. 구름 한점 없는 하늘과 높은 산과 그 산 사이로 쏟아지고 있는 수많은 물줄기가 펼쳐져있는 풍경에 넋을 잃어버립니다.
하나님이 내린 풍경중 이렇게 멋진 곳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밀포드 사운드에 도착해서 Cruise 예약을 하려고 보니 10시 30분은 이미 예약이 다 차버렸습니다. 다행히 10분 뒤인 10시 40분 Cruise에 자리가 남아 그 것을 탈 수 있었습니다.
하늘은 이보다 좋을 수 없는 푸르름을 뽐내고 있고 햇살은 안그래도 피부가 검은 저를 태워버릴 만큼 강렬합니다. 항구에서 보이는 마이터 피크(Mitre Peak)는 사진에서 보이는 모습 그대로입니다. 마이터 피크의 모습도 멋지지만 주변의 다른 산들의 모습도 그에 못지 않습니다.
캐나다에서 보았던 로키산맥의 웅장함과는 다릅니다. 바다, 산, 폭포의 세가지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파랑과 녹색으로 어우러집니다.
2시간 15분의 시간이 짧게만 느껴집니다.
물을 맞으면 10년이 젊어진다는 폭포의 물도 맞아보고
그런 폭포를 넋을 잃고 바라 봅니다.
움직이는 시간조차 아까울 정도 입니다. 한 순간이라도 더 눈에 담아두기 위해 배고픔도 참고 화장실도 참으며 열심히 봅니다.
배는 피오르드를 지나 바다까지 나가서 다시 돌아옵니다. 어느새 2시간 15분이 지나 밀포드 사운드의 풍경은 더 이상 볼 수 없습니다.
아쉬운 마음에 입구에서 사진도 찍어봅니다.
왔던 길을 되돌아 가는 것이 무척이나 아쉽습니다. 중간 중간 멋진 풍경을 감상하기위해 멈추고 사진도 찍습니다.
호머 터널을 지나자마자 바로 왼쪽의 넓은 터에 차를 주차시키고 점심을 만들어 먹습니다. 좌, 우 양쪽으로 수백미터 위에서 쏟아지는 폭포를 반찬삼아 먹는 스파게티의 맛은...
최악입니다 정말 토마토 소스는 싫습니다. ㅜ.ㅜ
먹고 난 후 주차장 방향에 있는 폭포로 가벼운 트래킹을 했는데 길이 없어서 바위를 넘고 얼음을 건너 기진맥진해가며 다녀옵니다.
가까이서 보는 폭포는 그 힘든것을 보상해 주고도 남을만큼 장관입니다.
아내와 나는 그 자리를 떠나는 것이 싫어서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봅니다.
어느새 이 곳에서 2시간 반 이상을 시간을 보냈습니다. 다시 차에 시동을 겁니다. 차갑게 식어있던 엔진이 다시 뜨거워지고 그 아름다운 풍경은 룸미러를 통해서 멀어져 갑니다.
중간 중간 멈춰서 풍경 구경을 하고 테아나우 에 도착하니 어느덧 저녁시간이 됩니다. 테 아나우도 구경하면서 식당을 물색합니다.
오늘은 햄버거에 도전합니다.
햄버거 양은 역시나 엄청납니다. 아내는 햄버거가 짜다면서 얼마 먹질 못합니다. 전 한국용 입맛과 외국용 입맛을 따로 가지고 있어서 짠맛은 무시하면서 먹지만, 역시나 양은 많습니다. 하나만 시켜도 둘이 충분히 먹을 양입니다.
다시 [Holiday Park][] 로 돌아와 간만에 세차도 합니다. 비포장 도로를 달리고 벌써 1200km 이상을 달린 우리 캠핑카는 많이 지저분했는데, 세차하고 나니 다시 반짝이며 더 달릴 수 있다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