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아나우, 반딧불이 동굴
인버카길 에서 장좀 보고 곧장 길을 나섰습니다. 사실 스튜어트 아일랜드에 가보고 싶었지만, 들어갔다 나오는데 걸리는 시간이 상당히 길 것 같아 다음으로 기회를 미뤄야 했습니다. 뉴질랜드 언제 다시 올지 모르겠는데 다음으로 미루는 게 점점 많아지네요. 그만큼 볼거리가 많았습니다.
인버카길 옆에 있는 바닷가에 잠깐 들릅니다. 오늘 날씨는 참 변덕스럽습니다. 같은 장소에서 비를 맞다가 햇살 가득 비쳐서 반팔을 입게 만들더니 다시 비가 쏟아집니다. 우비를 입으라는 건지, 선글라스를 쓰라는건지 모르겠습니다. 고지대 산도 아닌데 이리 변덕스러우니 어찌 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테아나우 로 가는 길은 2방향이 있는데 우리는 남쪽 해안을 따라 가기로 합니다. [마운트 쿡][] 으로 갈 예정이었기 때문에 여기에서 보는 바다가 뉴질랜드의 마지막 바다가 되기 때문입니다. 바다를 따라 가다가 Colac Bay에 들러서 점심을 먹습니다. 자갈과 모래로 이루어진 멋진 해안입니다. 푸른하늘과 연한 구름은 그 풍경에 넋을 잃게 만듭니다.
해변에 한번 뛰어들고 싶지만 언제 또 씻고 출발하겠냐며 발만 담급니다. 시원하네요.
이제 바다가 보이는 곳의 거의 끝에 다가갑니다. 이대로 내륙으로 들어가면 이렇게 멋진 바다는 다시 못 볼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좀 천천히 가고 싶습니다.
지나가는 모든 곳이 다 사진속의 풍경같이 멋집니다. 절벽과 파도와 바람들, 그 모든 것이 서로 섞여 강렬한 향수를 느끼듯 머릿속에 각인됩니다.
이젠 바다가 없어졌습니다.
무엇을 봐야 할지 모를 때, 강(Waiaru River)이 나옵니다. 그리고 언듯 비치는 표지판에 Suspension Bridge 가 보입니다. 흔들다리! 를 외치며 바로 핸들을 꺾어 들어갑니다.
우리가 간 곳은 Clifden Suspension Bridge입니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곳인데 이곳이 이날 기억에 가장 많이 남습니다.
사진으로는 표현되지 못한 강렬함이 있었습니다. 주변의 강과 나무와 물과 바위의 완벽한 자연 배경 위에 전혀 거슬림 없이 다리가 놓여 있었습니다. 이 길을 지나는 여행객은 극히 드물겁니다. 사실 크라이스트처치 에서 더니든 방향으로 오는 여행객은 매우 적습니다. 대부분 [마운트 쿡][] 이나 그레이마우스 방향으로 가는게 일반적이지요. 게다가 인버카길 에서 테아나우를 가는 길은 보통 인버카길 북쪽 도로를 타고 빠르게 이동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그러니 이 Clifden Suspension Bridge를 지나갈 일은 거의 없는 편입니다. 그래서 이 곳이 책자에도 소개되지 않았나 봅니다. 그런 곳을 발견한 저희는 시간이 가는것도 잊은 채 여기서 이야기하고 시간을 보냈습니다.
테아나우 로 가는 길은 경이로운 자연 풍경으로 가득합니다.
지나가며 보았던 Wetland 또한 경이로웠습니다. 높은 산과 낮은 평지에 넓게 깔려있는 습지가 눈을 가득 채우는 그 풍경은 아래의 작은 사진으로는 표현되지 못할 겁니다. 아마도 사진을 100인치 스크린에서 3D로 본다면 그 느낌이 조금은 되살아 날 수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진의 낮은 평지 부분을 실제 눈으로 보았을 때 광활함은 넋을 놓고 보게 만들었습니다.
Glowworm Caves
테아나우 에 도착하자 마자 바로 반딧불이 동굴(Glowworm Caves) 투어를 예약했습니다. 사실 반딧불이와 Glowworm은 좀 다르긴 한데 우리에겐 Glowworm을 표현할 다른 말이 없으니.. '반딧불지렁이'정도쯤 되려나요? 이 것은 아내가 꼭 보고 싶다고 해서 바로 신청했습니다. 사실 저도 궁금하긴 했습니다. 어릴적 외할머니댁에서 여름밤에 보았던 반딧불이가 생각났었거든요.
반딧불이 동굴은 Real Journey 회사를 통해서 배를 타야만 들어갈 수 있습니다.
저녁시간인데도 해는 아직 떠있습니다. 배안에 있기에 갑갑해서 갑판으로 올라왔더니 시원한 바람에 쌀쌀함을 느낍니다. 여름이 여름이 아닌 것 같습니다.
아쉽게도 반딧불이 동굴은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었습니다. 플래시를 터트리지 않고 찍으려해도 LCD불빛때문에 안되는것 같더군요. 그리고 동굴 자체가 물이 계속 떨어지는 상황이라 카메라가 왠만큼 방적되지 않는다면 무리가 갈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반딧불이 입구만 찍었습니다.
반딧불이 동굴은 짧은 관람시간이라는 것만 제외하면 대 만족입니다.
배를타고 들어가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칠흑같은 어둠속에서 별처럼 무수하게 빛나는 Glowworm을 보게됩니다. 아름다움을 넘어선 경외로운 수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