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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Unemployment Number

재택근무 14일째.

오늘 Washington Post 기사를 보았습니다. 지난 주 실업급여 신청자가 3백30만명이나 되었다는 글인데요. 이 수치는 전에 유래가 없을 만큼 엄청 난 숫자라는군요.

Graph from Washington Post

기사 이미지를 보면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때 보다 5배 정도 많습니다. 그 중 백만명 정도는 캘리포니아 주에 거주하는 사람이라고 하네요. 미국에서 많은 주가 Lockdown 또는 그와 비슷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어서 많은 가계들이 잠시 문을 닫았습니다. 그로 인해 비정규직이 직장을 잃게되어 이 현상이 나타난 것 같네요.

당장 미국 연방 정부에서 중산층 이하에 기본 소득 개념으로 돈을 지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지역 물가를 고려하지 않아서 뉴욕시나 실리콘 벨리에서는 해당 되지 않는 사람들이 꽤 되겠지만 그 이외의 지역에는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되네요.

Graph from Tax Foundation

위의 그래프에서 보여주듯이 2019년 Adjusted Gross Income이 20만불 근처가 되면 4인 가족이라도 혜택이 거의 없게 되네요. 이 지역의 렌트비를 고려하면 좀 아쉽긴 합니다만 나라 전체로 보면 그러한 세세한 조정은 힘들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이것 뿐만이 아니라 경기부양책으로 미국에서만 2조 달러를 풀기로 합의했고, G20 국가 전체로는 5조 달러가까이 시장에 돈을 풀겠다는 말도 들립니다. 그만큼 현재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일테고, 정부에서 2008년의 연쇄작용을 다시는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고 할 수도 있겠네요. (그런 의미에서 오늘 주식시장은 좋군요)

그러나 하이퍼인플레이션 때문에 정부에서 한없이 돈을 풀 수 없기에, 정부에서 돈을 푸는게 우세할 지, 위의 그래프에서 보는 것 처럼 실업으로 인한 경기 침체가 우세할 지 아직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꽤 많은 사람들은 이번 CARES Act로 인해 잠깐은 한숨 돌리겠지만 결국에는 경기 침체가 다시 올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하네요.

시기가 시기인만큼, 가정에서도 최대한 긴축정책을 펼쳐야 할 것 같네요. 긴급자금으로 모아둔 돈을 잘 간직해서 최악의 상황에서도 버틸 수 있어야겠지요.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들어보면 모기지도 특정 상황에서는 연기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하니 제가 산정하는 최악의 상황은 안 오긴 하겠지만요.

온라인 수업

재택 근무를 시작한 지 2주가 지났네요. 11일 째가 되었습니다. 아이들 학교가 문을 닫은 지 일주일이 되었습니다. 처음 학교 문을 닫을 때 온라인 교육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었는 데, 그 때만 해도 한 두 달은 걸린 후 원격 수업을 시작할 줄 알았죠.

그런데, 일주일이 채 되지도 않아서 담임 선생님들이 원격 수업을 준비하더군요. 첫째는 지난 주 목요일, 금요일에는 반 친구들과 짧은 영상을 올리고 서로 영상으로 댓글을 달아주는 Flipgrid라는 것을 하며 컴퓨터를 통해 의견을 나누는 것을 연습했고, 둘째는 밤에 잠자기 전 화상회의를 켜고 선생님이 들려주는 Bedtime story를 듣고 잠에 드는 연습을 했네요.

그리고 이번 주 부터 본격적으로, 그러나 처음은 가볍게 원격 수업이 진행되네요. 꽤 빠르게 진행이 된 터라 미국의 시스템을 고려해 볼 때 무척이나 놀랬습니다. 다행히도 이미 학교에서 어느 정도 온라인 수업과 비슷하게 병행을 하고 있었더군요.

gSuite for Education 계정이 이미 두 아이에게 만들어져 있었고, 수업 중 이 계정을 이용해서 Google Docs를 이용해 글을 쓰던지, 이 계정과 연동된 수학 프로그램으로 문제를 풀던 지 했더라구요.

원격 수업은 지금까지 해 왔던 것의 연장선인 듯 합니다. 처음엔 Zoom을 이용한 화상회의로 선생님이 약간의 지도를 하고, Google Classroom을 이용해 하루 하루 해야 할 공부 분량을 내어주고 Google Docs/ Slide로 답변을 적어서 제출하게 되어있더라구요. 기존에 해오던 것에서 Classroom, 화상회의 정도만 추가된 것 같네요.

그래서 첫째도 별 무리없이 원격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것 같네요. 둘째는 아무래도 저학년에 컴퓨터가 익숙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지 아이패드로 간단히 진행하는 것 같네요.

시국이 시국인 만큼 공부에 대한 것은 거의 포기하고 있었습니다. 여름까지 학교가 열지 않을 거란 의견이 대다수라 이번 학기는 거의 포기하고 있었죠. 아이들이 저학년이라 그다지 큰 문제는 되지 않았겠지만, 주변의 고학년 자녀를 둔 지인들은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였더군요.

효율은 좀 떨어지겠지만 다행히 이런 방식으로나마 수업을 진행할 수가 있어서 다행인 듯 합니다. 바램으론 Hangout Meet이 좀 더 많이 퍼졌으면 좋았겠지만, 아직 기능이 Zoom만큼 다양하게 지원하진 않아서 주류가 되진 못하는 것 같네요. 예를 들면 수업 중 진행자가 전체를 음소거 한다던지, 학생이 손을 든다던지 하는 기능은 아직 Hangout Meet에는 없습니다.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로 어려움도 많지만, 이 힘든 시기가 지나고 나면 교육에 관한 부분도 많이 바뀔 것 같네요. 지금까지는 아이가 감기걸리거나 다른 이유로 수업에 참석을 못할 경우 independent study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종이로 출력된 숙제를 하는 게 보통이었는데, 이 시기 이후엔 온라인 교육으로 많이 대체될 것 같은 느낌입니다.

Defense Production Act

재택근무 8일차에 접어들었습니다.

현재 기준 미국과 유럽에서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네요. 이탈리아는 이제 매일 3천명을 넘어서 4천명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고 사망률은 8% 가까이 됩니다. 이란의 상승세는 꾸준한 듯 하고 스페인, 독일, 프랑스가 제대로 검사를 하고 있어서 확진자 증가폭이 크네요. 미국과 마찬가지로 지역 감염이 될 동안 준비가 안되었다가 많이 퍼진 지금 검사역량이 늘어나고 있어서 확진자 증가 폭이 크다고 하는데, 그래도 번지는 것을 막기는 쉽지않아 보입니다.

오늘 뉴스에서 미국 연방정부가 Defense Production Act를 공표할 지도 모른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예전 전쟁시 군수물자를 빠르게 생산하기 위해 미국 내 공장을 전시체제하에 군용물품 생산하는 공장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한 법안인데 지금은 의료인들이 사용할 수 있는 방호복, 마스크, 장갑등을 생산하기 위함이라는 말이 들리네요. 조금은 늦은 감이 있어보이지만 지금이나마 정부가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어서 그나마 다행입니다.

그 외에도 연준은 기준금리를 0%로 낮추었고, 양적완화(Quntitative Easing, QE)를 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정부는 긴급자금 수혈을, 소득 기준 중하위계층에 바로 돈을 지급하는, 거의 기본소득 개념의 지원을 고려하고 있다고 하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상황을 안좋게 보고 있는 듯 합니다. 다우 존스는 서킷브레이커가 한번 발동되고 조금 상승해서 6.3% 하락한 19,898로 오늘 장을 마감했습니다. 여전히 더 떨어질 것 같죠.

그 와중에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난 주 사재기로인해 텅텅 비었던 마트의 선반이 다시 채워지고 있다는 점이겠네요. 아직 완벽하게 다 채워진 것은 아니지만, 마트마다 중요한 물건은 구매 수량을 제한하고 있고, 사재기 할 사람은 이미 사재기를 한 탓인지, 슬슬 물건 구하기가 쉬워집니다. 고기도 충분히 보이고, 화장지도 한가득 벽면을 차지하도록 쌓아뒀더군요. 쌀은 코스트코에는 없었지만, 한국마트에서는 구할 수 있어서 어떻게든 먹는 데에는 문제는 없을 듯 합니다.

안 좋은 상황 이야기는 이쯤에서 그만하고, 그동안 재택근무했던 경험을 좀 더 정리해 볼까 합니다. [며칠 전의 재택근무 글][wfh-2020]의 연장선인데, 재택근무를 하면서 효율적으로 재택근무하기 위한 몇가지 중요한 부분을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업무 환경은 확실히 준비

하루 이틀 재택근무 하는 것이라면 작은 랩탑 스크린에 랩탑의 키보드로 일하는 것이 불편하긴 하겠지만 감내하지 못할 정도는 아닙니다. 그런데 최소 한달, 길게는 여름까지 지속될 수도 있는 장기간 재택근무에서는 편하게 업무볼 수 있는 환경이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거의 회사의 자리(cubicle)를 그대로 집으로 옮겨올 정도로 환경을 만들어둬야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쓸만한 모니터와 키보드 마우스, 그리고 화상회의에 필요한 웹캠일 듯 합니다. 저희 회사에서는 회사에서 사용하던 모니터를 집으로 가지고 갈 수 있도록 했는데, 저는 이참에 큰 모니터를 하나 장만했네요. 기존에 27인치 모니터를 썼는데, 이번에 Built-in KVM 기능이 있는 델 U3419W 모니터를 장만했습니다. 편하게 기존 데스크탑과 회사 랩탑을 번갈아가며 작업할 수 있고, Ultra-Wide 모니터로 코딩하면서 자료띄워서 보거나, 화상 회의하면서 회의록 정리 또는 코드 수정할 수 있었습니다. 키보드 마우스는 Ergonomic까지는 아니지만, 꽤 괜찮은 기계식 키보드에 적당한 마우스를 사용하고 있어서 장시간 업무보는데에도 문제없었습니다.

책상과 의자는 키보드 마우스, 모니터만큼이나 중요하죠. 회사에서 사용하는 의자가 steelcase인데 집에도 steelcase를 중고로 얻어와서 사용하고 있어서 의자 자체는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미리 서랍이라도 준비 해 뒀어야 하는데 서랍이 없어서 책상이 서류로 너저분해 지는 것을 막을 수가 없네요. 그래서 자리가 깔끔하지 않다는 느낌을 받아서 주의가 좀 산만한 것 같네요.

또 하나 중요한 것은 화상회의를 원활히 하기 위한 웹캠인 것 같습니다. 회사 랩탑에 내장된 웹캠을 써도 괜찮고, 저같은 경우는 기존에 사용하던 웹캠을 사용해서 좋은 화질로 화상을 캡쳐하고 있습니다. 내 모습을 화상회의를 하는 상대방에게 보여주는 것, 온라인으로 일하는 환경에서는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이 드네요. 꽤 많은 사람들이 화상회의에서 캠코더는 켜지않고 보이스로만 회의하는데 그러면 서로 유대감이 좀 덜한 것 같네요. 아무래도 표정으로 느껴지는 뉘앙스와 음성으로만 받아들이는 게 좀 다릅니다.

매일 출근하는 기분으로 준비

가장 좋은 것은 집에 일을 하는 공간이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집이 정말 넓지 않은 이상, 이렇게 독립된 일하는 공간이 있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합니다. 그러나 한가지 도움이 되는 것은, 아침에 일어나서 그대로 일하는 것이 아니라 회의가 없다 할 지라도 회사에 출근하는 기분으로 차려입고 일을 하는 것입니다. 처음 재택근무를 하게되면 주의가 산만해지기 쉬운데, 씻고 옷을 입으면서 일하는 모드로 점점 바뀌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을 하는 도중에 일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는 정말 많은 요소들이 있지만, 준비를 함으로써 그나마 조금은 더 일을 한다는 느낌을 주는거죠.

동료와 자주 의견교환을 하는 것

사람마다 성향은 제각각이죠. 어떤 사람은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조용히 묵묵하게 8시간 일을 할 수 있는 반면, 혼자 놔두면 일도 손에 안잡히고 스마트폰을 보고 있기 일쑤에다 일보다 집안일이 생각나서 집안일로 하루를 허비하기 쉬운 사람도 있습니다. 네, 바로 저같은 사람이요.

어떤 사람은 그날 할 일을 정해두고 일을 하면 낫다고 하는 데, 전 그게 크게 도움이 되질 않았습니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는 게 회사에서 일을 할 때에도 일상인 터라 (그러고 어떻게 월급 받으며 잘 버티는지..) 집에서 일을 하게 될 때에는 더 어렵더군요. 잠깐만 일을 해도 집 안에서 들려오는 아이들 소리 (학교가 휴교라), 체크해야 하는 개인적인 이메일, 할일이 계속 생각나 일의 흐름이 끊기기 일쑤입니다. 실제론 제가 먼저 이야기 걸지 않는 이상 동료로부터 방해 받을 일이 거의 없는 상황인데도 집중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저희 팀은, 재택근무로 변경되면서 채팅방을 하나 만들어서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게 꽤 효과적이더군요. 채팅방에 뭐 거창한 업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고, 오늘 있었던 일, 사회 현상 토론 (바이러스는 언제 잠잠해질것인지), 아니면 간단하게 어떤 부분에서 진행이 안되고 있을 때 그에 관해 채팅하는 것 정도입니다. 그런 이야기를 동료들과 하면서 팀에 속해있다는 느낌도 들고, 다른 동료의 진행상황을 보면서 내가 해야 할일에 대한 압박도 좀 느낍니다. 그러면서 일이 조금씩 진행이 되네요. 가끔은 조용한 분위기에 일을 하면서 능률이 팍팍 오를때도 있지만, 방해가 덜 되는 선에서 잦은 의견을 나누는 것은 확실히 도움이 되는 것 같네요. 특히 지금같은 시국에서는 정신적으로 피폐해지기 쉬운데 동료들과 이야기 하면서 조금은 완화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회사에서 일을 할 때에는 바로 옆자리 동료에게 가볍게 물어보는 내용인데 재택을 하면서 연락하는게 좀 꺼려질 수 있겠지만, 채팅이나 1:1 화상회의를 종종 하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되는 듯 합니다.

캘린더 업데이트

이것은 내 업무를 돕는 것이 아니라 동료의 업무를 돕는 것인데, 재택근무를 하면서 캘린더에 일하는 시간과 데스크에 앉아있지 않는, 집안일을 하거나 밖에 나가거나 하는 시간을 기록해 두는 게 좋습니다. 원격으로 일을 하게 되면 자연적으로 이메일이나 기타 피드백이 느려지게 되는 데 이때 상대방이 무작정 기다리는 게 아니라 캘린더 일정을 보고 바로 응답할 수 있는 상황인 지 아닌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캘린더가 공유된다는 가정이 있긴 하지만, 제가 사용하고 있는 gSuite에서는 같은 그룹 내에서 캘린더가 자동으로 공유되서 이 부분은 무척 편합니다.

꾸준히 산책하기

이건 저도 잘 하지 못하는 부분이라 제 다짐이기도 한데, 일하면서 꼭 하루에 적어도 한 번, 아니면 오전/오후 두번은 주변을 산책하면서 갇힌 느낌을 받지 않고, 체력도 유지하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날씨가 계속 비가 와서 못하고 있긴 한데, 날씨가 좀 좋아지면 저도 꾸준히 주변 산책을 할 생각입니다.

회사에서는 일하다 종종 커피를 마시러 내려가서 커피 받고 회사 건물 근처를 한바퀴 돌고 오는데, 걷는 와중에 생각도 정리가 되고 좋더군요.


각설하고, 상황은 점점 안좋아지고 있는데 아직은 최악으로 치닫지는 않습니다. 물건도 동나는 것도 아니고, 주변 사람들 모두 차분하게 대응하고 있네요. 간간히 들리는 주변의 확진자 소식에 좀 안타깝고 가끔은 가슴이 철렁이기도 하지만 재택근무를 하면서 다른 사람 접촉할 일이 확실히 줄어들어서 심적 안정에 도움은 되는 것 같네요.

좋은 소식으로 글을 쓸 날이 어서 오면 좋겠습니다.

Virtual Lock Down

재택근무 2주차 (6일째)입니다. 오늘은 주 정부인지 카운티 정부인지 모르겠지만, 정부에서 베이지역을 Lock down 했습니다. 락다운을 해서, 이제 삶에 필수적인 곳, 예를 들면 마트, 주유소, 병원, 홈디포 같은 곳을 제외하곤 휴업해야 합니다. 그리고 정부는 주민들이 집에서 지내야 하고 위에서 언급한 필수적인 곳을 가는 것 외에는 돌아다니지 않기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점점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늘어나고 꽤 강력한 정책이 발효되다보니 시장의 반응이 심상치 않네요. 다우 존스가 1914년 세계대전때와 1987년 Black Monday를 제외하고는 가장 많이 하락한 날이 되었습니다. 1987년에는 22%, 오늘은 13% 가까이 떨어졌네요. 경제 대공황이던 시절이 12.8%가 떨어졌으니 그때와 맞먹는 파급력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2008년에 조차 하루 낙폭은 8%도 안되었으니 이번 바이러스의 충격이 엄청난 걸 볼 수 있네요.

그러나 이전 글에도 언급했지만, 아직은 끝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실제로 바이러스는 계속해서 급격하게 번지고 있고, 치료제는 1년간은 만나보기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증시가 더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겠죠.

이번 락다운으로 인해 피해를 크게 입을 계층은 베이지역의 테크회사를 다니는 엔지니어가 아니라, 하루벌어먹고 살아가는 (paycheck-to-paycheck) 사람들일 것입니다. 어떻게든 정부에서 이런 계층을 지원해 줄 수 있는 방안이 어서 나오면 좋겠네요. 락다운 동안 식당도 영업하지 않고 사람들은 지출을 줄이고 하면, 몇주 되지 않아 렌트비도 내지 못하게 될 터라 그 전에 빨리 방법이 강구되면 좋겠습니다.

두번째 주간으로 들어서면서 WFH은 점점 더 익숙해 집니다. 익숙해지면서 조금 헤이해지려 하는 데, 다시 집중해서 업무를 잘 처리해야겠네요. 아이들 학교도 4주간 휴교를 결정한 터라 더욱이 집중이 어렵게 되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회사에서 이런 부분을 충분히 인지한 덕분인지, 아이들로 인해 업무를 보지 못하게 되는 상황에도 연차를 쓸 필요는 없다고 공지가 내려왔네요.

연준과 정부는 꺼낼 수 있는 카드는 다 꺼낸 듯 한데, 이번 한주간 시장이 어떻게 반응을 할 지 좀 지켜봐야겠습니다.

Work From Home

재택 근무를 시작한 지 5일째가 되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중국에서 시작했을 때에는 이런 상황까지 올 줄은 몰랐습니다. 점점 번져서 한국과 일본, 그리고 이탈리아에 번지기 시작할 즈음에 슬슬 이쪽 실리콘벨리에도 동요가 좀 일더군요. 마트에 쌀, 생수, 화장지가 바닥이 나고 스팸같은 통조림 요리도 꽤 재고가 줄어드는게 보였습니다.

그리곤 실리콘벨리에 코로나바이러스(COVID-19) 확진자가 증가하기 시작했습니다. 12일 기준으로 총 66명의 환자가 저희 카운티(군 단위)에 발생했고, 베이지역 전체로는 138명의 확진자가 발생했습니다. 아직까지 많은 숫자는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산타클라라 카운티만 해도 2백만명 가까이 거주하고 있어서 0.01%도 되지 않는 숫자입니다.

다만, 이 숫자가 현재 증상을 보이는 사람 전체를 나타내는 게 아니라는 정황이 계속 포착되고 있기에 좀 걱정이 됩니다. 더 이상 확진자가 어디에서부터 감염이 되었는지 특정하는 게 불가능해졌습니다. 지역감염이 이미 되었다는 이야기죠. 검진키트는 부족해서 증상이 확연한 사람들만 검사하고 있다는 말도 들립니다.

WFH Battlestation

아무튼 이런 이유로 해서, 이 지역 왠만한 큰 회사는 이번주부터 재택근무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맡은 직무가 꼭 회사에 출근해야 되는 상황이 아니라면 집에서 일을 하라는 거죠.

이전에도 여기서는 Work From Home (WFH)이라 부르는 재택근무를 종종 하곤 했습니다. 대부분의 테크회사가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잘 구축해 두었습니다. 랩탑을 기본으로 사용하고, VPN으로 접속해서 회사에 있는 것과 거의 비슷한 환경으로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예전 회사 마벨에서는 서로 직접 얼굴을 보고 일하는 경우가 많아서 화상회의가 가능하다곤 하지만 재택근무가 그렇게 빈번하진 않았습니다. 이곳 구글에서는 정말 많은 사람이 재택근무를 합니다. 집에 배달 온다고 재택근무, 아이 픽업해야 한다고 재택근무, 기타 집안일이 있다고 재택근무, 출근버스 놓쳐서 재택근무 -_-, 정말 여러 이유로 재택근무를 합니다.

그리고 팀원도 전 세계에 퍼져있어서 회의를 할 때에도 기본으로 화상회의가 켜지는 게 보통입니다. 얼굴을 맞대지 않고 일하는 게 꽤 익숙한 환경이죠. 급하지 않은 일이면 이메일을 보내고, 급한 일이면 사내 채팅 (네 그 Hangout Chat)앱으로 연락을 하고, 대화가 길어진다 싶으면 화상채팅을 켜서 빠르게 말로 정리하고, 그 과정이 꽤 익숙합니다.

그런 배경이 있기에 전사적으로 재택근무를 한다고 할 때 큰 걱정은 없었습니다. 실제로 5일이 지난 지금, 제 개인적으로는 일의 능률이 늘었으면 늘었지 줄어들진 않은 것 같네요. 화상 채팅 앱인 Hangout Meet 자체가 현재 폭증하는 수요를 잘 감당하고 있는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기존에 회사 자리에서 앉아서 주변의 시끄러운 환경(오픈스페이스)에 방해를 받는 것도 아니고 조용히 방에서 일할 수 있는 덕분이기도 한것 같네요. 게다가 출퇴근 총 두시간 반을 절약할 수 있는 것도 매우 큽니다.

웍스테이션 접속하는 것도 회사에서나 여기에서나 SSH로 접속하는 것은 매 한가지라 인터넷 속도만 느리지 않다면 불편함을 못 느낍니다. 다행히 일반 가정집인데도 집으로 광케이블이 들어와서 인터넷 속도는 충분하네요. 저야 집에 넓은 모니터를 이참에 들여서 괜찮지만, 집에 모니터 없는 사람은 자기가 사용하던 모니터를 들고 갈 수도 있도록 해서 최대한 업무 효율이 떨어지지 않도록 배려해 주더군요.

일 하면서 계속 팀원들과 이야기 하고 화상회의를 하다보니 아직까지는 고립된 느낌은 들진 않지만, 앞으로 4월 중순까지는 계속 집에서 일을 해야 하니 그 부분은 걱정이 드네요. 말이 4월 중순이지 코로나바이러스가 그렇게 쉽게 사라질 것 같지도 않아서 두세달은 계속 재택근무를 해야 할 각오도 하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