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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 From Home

재택 근무를 시작한 지 5일째가 되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중국에서 시작했을 때에는 이런 상황까지 올 줄은 몰랐습니다. 점점 번져서 한국과 일본, 그리고 이탈리아에 번지기 시작할 즈음에 슬슬 이쪽 실리콘벨리에도 동요가 좀 일더군요. 마트에 쌀, 생수, 화장지가 바닥이 나고 스팸같은 통조림 요리도 꽤 재고가 줄어드는게 보였습니다.

그리곤 실리콘벨리에 코로나바이러스(COVID-19) 확진자가 증가하기 시작했습니다. 12일 기준으로 총 66명의 환자가 저희 카운티(군 단위)에 발생했고, 베이지역 전체로는 138명의 확진자가 발생했습니다. 아직까지 많은 숫자는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산타클라라 카운티만 해도 2백만명 가까이 거주하고 있어서 0.01%도 되지 않는 숫자입니다.

다만, 이 숫자가 현재 증상을 보이는 사람 전체를 나타내는 게 아니라는 정황이 계속 포착되고 있기에 좀 걱정이 됩니다. 더 이상 확진자가 어디에서부터 감염이 되었는지 특정하는 게 불가능해졌습니다. 지역감염이 이미 되었다는 이야기죠. 검진키트는 부족해서 증상이 확연한 사람들만 검사하고 있다는 말도 들립니다.

WFH Battlestation

아무튼 이런 이유로 해서, 이 지역 왠만한 큰 회사는 이번주부터 재택근무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맡은 직무가 꼭 회사에 출근해야 되는 상황이 아니라면 집에서 일을 하라는 거죠.

이전에도 여기서는 Work From Home (WFH)이라 부르는 재택근무를 종종 하곤 했습니다. 대부분의 테크회사가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잘 구축해 두었습니다. 랩탑을 기본으로 사용하고, VPN으로 접속해서 회사에 있는 것과 거의 비슷한 환경으로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예전 회사 마벨에서는 서로 직접 얼굴을 보고 일하는 경우가 많아서 화상회의가 가능하다곤 하지만 재택근무가 그렇게 빈번하진 않았습니다. 이곳 구글에서는 정말 많은 사람이 재택근무를 합니다. 집에 배달 온다고 재택근무, 아이 픽업해야 한다고 재택근무, 기타 집안일이 있다고 재택근무, 출근버스 놓쳐서 재택근무 -_-, 정말 여러 이유로 재택근무를 합니다.

그리고 팀원도 전 세계에 퍼져있어서 회의를 할 때에도 기본으로 화상회의가 켜지는 게 보통입니다. 얼굴을 맞대지 않고 일하는 게 꽤 익숙한 환경이죠. 급하지 않은 일이면 이메일을 보내고, 급한 일이면 사내 채팅 (네 그 Hangout Chat)앱으로 연락을 하고, 대화가 길어진다 싶으면 화상채팅을 켜서 빠르게 말로 정리하고, 그 과정이 꽤 익숙합니다.

그런 배경이 있기에 전사적으로 재택근무를 한다고 할 때 큰 걱정은 없었습니다. 실제로 5일이 지난 지금, 제 개인적으로는 일의 능률이 늘었으면 늘었지 줄어들진 않은 것 같네요. 화상 채팅 앱인 Hangout Meet 자체가 현재 폭증하는 수요를 잘 감당하고 있는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기존에 회사 자리에서 앉아서 주변의 시끄러운 환경(오픈스페이스)에 방해를 받는 것도 아니고 조용히 방에서 일할 수 있는 덕분이기도 한것 같네요. 게다가 출퇴근 총 두시간 반을 절약할 수 있는 것도 매우 큽니다.

웍스테이션 접속하는 것도 회사에서나 여기에서나 SSH로 접속하는 것은 매 한가지라 인터넷 속도만 느리지 않다면 불편함을 못 느낍니다. 다행히 일반 가정집인데도 집으로 광케이블이 들어와서 인터넷 속도는 충분하네요. 저야 집에 넓은 모니터를 이참에 들여서 괜찮지만, 집에 모니터 없는 사람은 자기가 사용하던 모니터를 들고 갈 수도 있도록 해서 최대한 업무 효율이 떨어지지 않도록 배려해 주더군요.

일 하면서 계속 팀원들과 이야기 하고 화상회의를 하다보니 아직까지는 고립된 느낌은 들진 않지만, 앞으로 4월 중순까지는 계속 집에서 일을 해야 하니 그 부분은 걱정이 드네요. 말이 4월 중순이지 코로나바이러스가 그렇게 쉽게 사라질 것 같지도 않아서 두세달은 계속 재택근무를 해야 할 각오도 하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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