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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fense Production Act

재택근무 8일차에 접어들었습니다.

현재 기준 미국과 유럽에서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네요. 이탈리아는 이제 매일 3천명을 넘어서 4천명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고 사망률은 8% 가까이 됩니다. 이란의 상승세는 꾸준한 듯 하고 스페인, 독일, 프랑스가 제대로 검사를 하고 있어서 확진자 증가폭이 크네요. 미국과 마찬가지로 지역 감염이 될 동안 준비가 안되었다가 많이 퍼진 지금 검사역량이 늘어나고 있어서 확진자 증가 폭이 크다고 하는데, 그래도 번지는 것을 막기는 쉽지않아 보입니다.

오늘 뉴스에서 미국 연방정부가 Defense Production Act를 공표할 지도 모른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예전 전쟁시 군수물자를 빠르게 생산하기 위해 미국 내 공장을 전시체제하에 군용물품 생산하는 공장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한 법안인데 지금은 의료인들이 사용할 수 있는 방호복, 마스크, 장갑등을 생산하기 위함이라는 말이 들리네요. 조금은 늦은 감이 있어보이지만 지금이나마 정부가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어서 그나마 다행입니다.

그 외에도 연준은 기준금리를 0%로 낮추었고, 양적완화(Quntitative Easing, QE)를 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정부는 긴급자금 수혈을, 소득 기준 중하위계층에 바로 돈을 지급하는, 거의 기본소득 개념의 지원을 고려하고 있다고 하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상황을 안좋게 보고 있는 듯 합니다. 다우 존스는 서킷브레이커가 한번 발동되고 조금 상승해서 6.3% 하락한 19,898로 오늘 장을 마감했습니다. 여전히 더 떨어질 것 같죠.

그 와중에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난 주 사재기로인해 텅텅 비었던 마트의 선반이 다시 채워지고 있다는 점이겠네요. 아직 완벽하게 다 채워진 것은 아니지만, 마트마다 중요한 물건은 구매 수량을 제한하고 있고, 사재기 할 사람은 이미 사재기를 한 탓인지, 슬슬 물건 구하기가 쉬워집니다. 고기도 충분히 보이고, 화장지도 한가득 벽면을 차지하도록 쌓아뒀더군요. 쌀은 코스트코에는 없었지만, 한국마트에서는 구할 수 있어서 어떻게든 먹는 데에는 문제는 없을 듯 합니다.

안 좋은 상황 이야기는 이쯤에서 그만하고, 그동안 재택근무했던 경험을 좀 더 정리해 볼까 합니다. 며칠 전의 재택근무 글의 연장선인데, 재택근무를 하면서 효율적으로 재택근무하기 위한 몇가지 중요한 부분을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업무 환경은 확실히 준비

하루 이틀 재택근무 하는 것이라면 작은 랩탑 스크린에 랩탑의 키보드로 일하는 것이 불편하긴 하겠지만 감내하지 못할 정도는 아닙니다. 그런데 최소 한달, 길게는 여름까지 지속될 수도 있는 장기간 재택근무에서는 편하게 업무볼 수 있는 환경이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거의 회사의 자리(cubicle)를 그대로 집으로 옮겨올 정도로 환경을 만들어둬야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쓸만한 모니터와 키보드 마우스, 그리고 화상회의에 필요한 웹캠일 듯 합니다. 저희 회사에서는 회사에서 사용하던 모니터를 집으로 가지고 갈 수 있도록 했는데, 저는 이참에 큰 모니터를 하나 장만했네요. 기존에 27인치 모니터를 썼는데, 이번에 Built-in KVM 기능이 있는 델 U3419W 모니터를 장만했습니다. 편하게 기존 데스크탑과 회사 랩탑을 번갈아가며 작업할 수 있고, Ultra-Wide 모니터로 코딩하면서 자료띄워서 보거나, 화상 회의하면서 회의록 정리 또는 코드 수정할 수 있었습니다. 키보드 마우스는 Ergonomic까지는 아니지만, 꽤 괜찮은 기계식 키보드에 적당한 마우스를 사용하고 있어서 장시간 업무보는데에도 문제없었습니다.

책상과 의자는 키보드 마우스, 모니터만큼이나 중요하죠. 회사에서 사용하는 의자가 steelcase인데 집에도 steelcase를 중고로 얻어와서 사용하고 있어서 의자 자체는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미리 서랍이라도 준비 해 뒀어야 하는데 서랍이 없어서 책상이 서류로 너저분해 지는 것을 막을 수가 없네요. 그래서 자리가 깔끔하지 않다는 느낌을 받아서 주의가 좀 산만한 것 같네요.

또 하나 중요한 것은 화상회의를 원활히 하기 위한 웹캠인 것 같습니다. 회사 랩탑에 내장된 웹캠을 써도 괜찮고, 저같은 경우는 기존에 사용하던 웹캠을 사용해서 좋은 화질로 화상을 캡쳐하고 있습니다. 내 모습을 화상회의를 하는 상대방에게 보여주는 것, 온라인으로 일하는 환경에서는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이 드네요. 꽤 많은 사람들이 화상회의에서 캠코더는 켜지않고 보이스로만 회의하는데 그러면 서로 유대감이 좀 덜한 것 같네요. 아무래도 표정으로 느껴지는 뉘앙스와 음성으로만 받아들이는 게 좀 다릅니다.

매일 출근하는 기분으로 준비

가장 좋은 것은 집에 일을 하는 공간이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집이 정말 넓지 않은 이상, 이렇게 독립된 일하는 공간이 있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합니다. 그러나 한가지 도움이 되는 것은, 아침에 일어나서 그대로 일하는 것이 아니라 회의가 없다 할 지라도 회사에 출근하는 기분으로 차려입고 일을 하는 것입니다. 처음 재택근무를 하게되면 주의가 산만해지기 쉬운데, 씻고 옷을 입으면서 일하는 모드로 점점 바뀌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을 하는 도중에 일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는 정말 많은 요소들이 있지만, 준비를 함으로써 그나마 조금은 더 일을 한다는 느낌을 주는거죠.

동료와 자주 의견교환을 하는 것

사람마다 성향은 제각각이죠. 어떤 사람은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조용히 묵묵하게 8시간 일을 할 수 있는 반면, 혼자 놔두면 일도 손에 안잡히고 스마트폰을 보고 있기 일쑤에다 일보다 집안일이 생각나서 집안일로 하루를 허비하기 쉬운 사람도 있습니다. 네, 바로 저같은 사람이요.

어떤 사람은 그날 할 일을 정해두고 일을 하면 낫다고 하는 데, 전 그게 크게 도움이 되질 않았습니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는 게 회사에서 일을 할 때에도 일상인 터라 (그러고 어떻게 월급 받으며 잘 버티는지..) 집에서 일을 하게 될 때에는 더 어렵더군요. 잠깐만 일을 해도 집 안에서 들려오는 아이들 소리 (학교가 휴교라), 체크해야 하는 개인적인 이메일, 할일이 계속 생각나 일의 흐름이 끊기기 일쑤입니다. 실제론 제가 먼저 이야기 걸지 않는 이상 동료로부터 방해 받을 일이 거의 없는 상황인데도 집중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저희 팀은, 재택근무로 변경되면서 채팅방을 하나 만들어서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게 꽤 효과적이더군요. 채팅방에 뭐 거창한 업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고, 오늘 있었던 일, 사회 현상 토론 (바이러스는 언제 잠잠해질것인지), 아니면 간단하게 어떤 부분에서 진행이 안되고 있을 때 그에 관해 채팅하는 것 정도입니다. 그런 이야기를 동료들과 하면서 팀에 속해있다는 느낌도 들고, 다른 동료의 진행상황을 보면서 내가 해야 할일에 대한 압박도 좀 느낍니다. 그러면서 일이 조금씩 진행이 되네요. 가끔은 조용한 분위기에 일을 하면서 능률이 팍팍 오를때도 있지만, 방해가 덜 되는 선에서 잦은 의견을 나누는 것은 확실히 도움이 되는 것 같네요. 특히 지금같은 시국에서는 정신적으로 피폐해지기 쉬운데 동료들과 이야기 하면서 조금은 완화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회사에서 일을 할 때에는 바로 옆자리 동료에게 가볍게 물어보는 내용인데 재택을 하면서 연락하는게 좀 꺼려질 수 있겠지만, 채팅이나 1:1 화상회의를 종종 하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되는 듯 합니다.

캘린더 업데이트

이것은 내 업무를 돕는 것이 아니라 동료의 업무를 돕는 것인데, 재택근무를 하면서 캘린더에 일하는 시간과 데스크에 앉아있지 않는, 집안일을 하거나 밖에 나가거나 하는 시간을 기록해 두는 게 좋습니다. 원격으로 일을 하게 되면 자연적으로 이메일이나 기타 피드백이 느려지게 되는 데 이때 상대방이 무작정 기다리는 게 아니라 캘린더 일정을 보고 바로 응답할 수 있는 상황인 지 아닌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캘린더가 공유된다는 가정이 있긴 하지만, 제가 사용하고 있는 gSuite에서는 같은 그룹 내에서 캘린더가 자동으로 공유되서 이 부분은 무척 편합니다.

꾸준히 산책하기

이건 저도 잘 하지 못하는 부분이라 제 다짐이기도 한데, 일하면서 꼭 하루에 적어도 한 번, 아니면 오전/오후 두번은 주변을 산책하면서 갇힌 느낌을 받지 않고, 체력도 유지하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날씨가 계속 비가 와서 못하고 있긴 한데, 날씨가 좀 좋아지면 저도 꾸준히 주변 산책을 할 생각입니다.

회사에서는 일하다 종종 커피를 마시러 내려가서 커피 받고 회사 건물 근처를 한바퀴 돌고 오는데, 걷는 와중에 생각도 정리가 되고 좋더군요.


각설하고, 상황은 점점 안좋아지고 있는데 아직은 최악으로 치닫지는 않습니다. 물건도 동나는 것도 아니고, 주변 사람들 모두 차분하게 대응하고 있네요. 간간히 들리는 주변의 확진자 소식에 좀 안타깝고 가끔은 가슴이 철렁이기도 하지만 재택근무를 하면서 다른 사람 접촉할 일이 확실히 줄어들어서 심적 안정에 도움은 되는 것 같네요.

좋은 소식으로 글을 쓸 날이 어서 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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