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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Power Outage

Winter Storm이 온다고 해서 타호에서 3박4일 일정을 다 채우지 않고 전날 저녁에 길을 나섰습니다. 타호 가는 길에 눈으로 인해 4시간 반 걸릴 거리를 7시간을 넘겨 겨우 도착해서 가는 길도 그렇게 고생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오늘 보니 눈이 많이 와서 아내 지인은 타호에서 새크라멘토로 오는 I-80 고속도로에서 네시간이 넘도록 갇혀 있었다고 하니, 오늘 출발 했으면 고생을 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온 지 하루도 되지 않아 오늘 집 근처 일대가 모두 정전이 되었습니다. 아침부터 비바람을 맞으며 레몬나무를 다듬는데, 바람이 심상찮게 느껴졌었는데 결국은 오후 늦게 정전이 되어버리네요. 바람이 거세서 어디 전봇대 하나가 넘어지기라도 했나봅니다.

덕분에 캠핑용 랜턴을 꺼내 거실에 켜 두고 헤드 플래시와 스마트폰 플래시로 겨우겨우 버텨야 했습니다. 전기가 없어서 히터도 돌지 않고, 워터리스 가스 보일러라 뜨거운 물도 나오지 않은데 다행히 가스레인지는 동작을 해서 어찌 저찌 저녁은 겨우 해 먹었네요.

그래도 타호에서 일찍 오길 잘했습니다. 일찍 온 덕분에 집안 온도도 미리 68도로 끌어올려 둘 수 있었네요. 오늘 왔다면 차가운 집에서 히터도 틀지 못하고 추위에 벌벌 떨 뻔 했습니다.

얼마 전 지인 집이 정전되었을 때 다시 전기가 들어오는데 하루 반나절이 걸렸다는데, 이번에는 정전 된 지역이 워낙에 커서 더 오래 걸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긴 한국과 다르게 정전이 빈번한 듯 합니다. 매번 폭풍우가 온다고 하면 여기에 오래 계셨던 지인들은 정전을 걱정했었습니다. 한번 정전되면 복구도 꽤 오래 걸리는 것 같아요. 한국 같이 수 시간 내에 복구되는 일은 드물고 보통은 하루, 길게는 일주일이 넘도록 복구가 안되는 경우도 있다고 하네요. 느린 걸 전제로 사회체계가 굴러갑니다.

Half Moon Bay 게잡이

이곳 캘리포니아에 와서 새로 경험한 것이 정말 많습니다. 그 중에서, 겨울철이 되면 보게 되는 '게'가 그 중 한 종류일 것 같네요. 한국에서는 꽃게, 가끔씩 매우 비싼 베링해 근처에서 잡힌 킹크랩을 보는게 전부인데요. 이곳 캘리포니아에서는 가장 유명한 게를 꼽으라면 던저니스 크랩(Dungeness Crab)일 겁니다.

Dungeness Crag

정말 큰 크기에 깜짝 놀라고 살이 킹 크랩만큼 많이 들어있어서 또 한번 놀란 게 입니다. 지역이 다르니 먹거리도 다르구나.. 라는 생각을 들게 한 녀석이죠. 이쪽 북캘리에서부터 알래스카까지 퍼져있는 종 인데 겨울철 인기 음식입니다.

매번 사서 먹다가, 한번 직접 잡아볼 생각으로 지인에게 장비를 빌려서 다녀왔습니다.

면허 (License) & 규칙

캘리포니아에서는 한국과 다르게 아무 곳에서나 게를 잡거나 낚시를 하면 깜짝 놀랄만한 벌금을 물게 됩니다. 가장 큰 벌금은 '전복잡기' 인데요, 면허없이 잡으면 문제고, 면허가 있어도 정해진 수량 (2개)이상 잡으면 벌금이 10,000 달러가 넘을 정도로 큽니다.

게잡이나 낚시도 면허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면허가 없이 낚을 수 있는 곳이 있는데, 바로 공공 부두입니다.

Pacifica 공공부두: 출처 Fishermenneverlie

이곳에서는 정해진 규칙 안에 자유롭게 낚시와 게잡이가 가능합니다. 제가 사는 곳에서는 게잡이로 위 사진에 보이는 퍼시피카 부두로 가는게 보통인데, 저기는 전문적인 기술이 없으면 쉽지 않다고 해서 초보자에게 인기가 있는 하프 문 베이로 가보았습니다. 게잡이는 하프문 베이가 남쪽으로 잡을 수 있는 한계선이고, 그보다 아래에 있는 산타크루즈 피어나 Seaside 피어는 일반 낚시하러 갈 수 있습니다.

게잡이는 크기에 제한이 있는데, 던저니스 크랩은 등껍질 크기가 5.75인치 이상이 되어야 하고, 그 외의 게는 4인치 이상이 되어야 합니다. 또한 상업용도로 게잡이를 할 때에는 암컷은 놔주어야 하며, 일반인이 게잡을 때는 성별에 상관없이 잡을 수 있습니다. 다만 관례상 암컷은 풀어주는 게 보통입니다.

하프 문 베이 피어

Pillar Point Harbor

물이 찰 때 게를 잡아야 잘 잡힌다고 해서 일찍 서두른다고 했는데 하프문 베이 피어(위의 사진에서 보이는 필라 포인트 항구가 하프 문 베이 피어입니다)에 도착하니 9시 30분이 되어버렸네요. 서둘러 빌려온 낚시대 두개와 통발에 준비해 온 닭고기를 썰어 넣고 던졌습니다.

5~10분마다 한번 씩 들어올려보면서 게가 잡혔나 보는데, 작은 게들만 올라와서 바로 바로 풀어주었습니다. 던질때 마다 미끼로 준비해 간 닭고기가 싸그리 사라지는 걸 보니 게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바다속에 먹는 녀석이 매우 많나봅니다. 그런데 잡혀주질 않네요. ^^

12시까지 낑낑대면서 5인치 가량 되는 던저니스 크랩을 잡아서 아쉬워 해 보고, 작은 녀석들은 바로 바로 풀어주고 했지만, 운이 좋게 5인치쯤 되는 Red Rock Crab과 6인치쯤 되는 Red Rock Crab 두 마리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큰 게가 올라오자 아이들이 무척이나 즐거워 하네요. 이리 보고 저리보며 신기해 합니다.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다시는 Fish & Chips는 주문하지 않을겁니다) 다시 와서 한시간 가량을 더 낚으니 6인치쯤 되는 Red Rock Crab을 한마리 더 잡았네요.

3시간 반 정도 낚은 끝에 던저니스 크랩을 낚지도 못하고, 레드 락 크랩만 세마리 잡았습니다. 그래도 아이들도 게잡는 걸 지루해 하지 않았고, 날씨 좋은 날 바깥 구경도 하고, 집에 와서 잡은 게를 쪄서 먹으니 재밌는 경험이네요.

다음엔 좀 제대로 된 낚시대로 일반 물고기를 잡아볼까 생각 중입니다. 어릴 적 아버지와 함께 낚시를 종종 갔던 기억이 나네요. :)

미국에 넘어온 3년

오늘 2017년 1월 14일은 제가 미국에 넘어온 지 만 3년이 되는 날입니다. 달랑 캐리어 하나 들고 가족은 한국에 잠시 두고 장거리 비행을 한 후 초췌한 모습으로 입국 심사관을 대했던 게 기억에 나네요. 친한 형의 도움을 받아 그날 바로 중고 자동차를 구입하고 익숙하지 않은 차를 몰며, 익숙하지 않은 교통체계에 실수를 연발하며 어두운 밤길을 운전해 오던 것도 기억이 납니다. 그날 San Ramon에 멈춰서 인앤아웃에서 햄버거를 먹었던 것도 기억이 나고요.

3년이 지나고 나니, 어느새 아이들은 부쩍 커서 큰 아이는 킨더를 가고, 작은 아이는 자기 주장이 생겨서 미운 네.살이 되고, 단칸방 하숙에서 아파트를 거쳐 월세지만 단독주택에 지내게 되었네요. 영주권도 무사히 받아서 신분 걱정을 하지 않고 지내게 되었고요. 직장도 비록 회사 자체가 위태위태하지만, 직장 내에서 적당히 인정받고 열심히 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이들과 아내는 아직은 완전히는 아니지만 꽤 많이 미국생활에 적응해 가고 있네요. 짧지 않은 시간이지만 그래도 정말 빠르게 지나간 것 같습니다.

3년동안 있었던 많은 일들이 추억으로 느껴질 만큼 아련하면서도 눈을 감으면 떠오를 만큼 선명하네요. 지나온 3년이 우리 가족에게 적응의 시간이어서 힘든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나름 좋은 일이 가득했었던것 같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얼마나 길게 미국에 거주하게 될 지 모르겠지만, 앞으로의 시간도 좋은 일만 가득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