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로 이동

Breville the Barista Express

Motivation

Breville the Barista Express (이하 BES870XL) 을 구입하기 전 까지 포렉스 세라믹 미니 핸드밀과 하리오 드리퍼를 이용해 드립 커피를 주로 마셔왔습니다. 그러다 직장을 옮긴 뒤로는 짐 정리다 뭐다 정신이 없어지고 결국 드립 커피를 먹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커피 마시는 양이 줄어들기는 커녕 회사에서 Brewing Coffee를 무한대로 제공하면서 하루 한잔 마시던 습관이 하루 세잔으로 껑충 뛰어버렸습니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카페인 중독이 되어버렸습니다. 어느새 주말이 되면 어김없이 두통이 찾아왔는데 알고보니 이게 카페인 금단 증상이더군요. 스타벅스에 가서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나면 두통이 사라지는 걸 보면 확실합니다.

아내 또한 커피에 적응할 기회가 필요했습니다. 주변 또래 엄마들과 만나면 커피를 마시는데 아내는 첫째 출산 후 거의 커피를 끊다시피 해서 몸의 피가 아주 깔끔합니다. 커피를 한 잔만 마셔도, 그것도 점심 때 마셔도 혈압이 올라가고 밤에 잠을 못자는 걸 주변 엄마들이 듣더니 촌사람 다 됐다고 하네요 ㅎㅎ

그런 이유로 인해 커피머신을 장만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제는 어떤 커피머신을 구입하느냐 였죠.

Capsule Espresso Machine

처음, 그러니까 지금 세 잔 씩 마시기 이전부터 눈여겨 봐왔던 것은 캡슐 커피 머신이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커피 맛이 괜찮다는 일리 커피 머신을 생각해 두었었죠. 라떼까지 염두해 두면 머신은 X7.1 밖에는 선택지가 없었습니다.

Illy X7.1 Capsule Machine

하지만 가격이 꽤 비쌉니다. 정발 가격이 70만원이 넘었으니 선뜻 구입하기 망설여졌습니다. 미국으로 건너오니 가격이 300달러로 거의 반 가격이 되었습니다. 정말 이렇게 가격이 많이 차이 나니 직구가 활성화 되는 거라 생각이 들긴 합니다. 그래서 가격대가 낮아져 더 가시권에 들어와서 구입 직전까지 갔었습니다. (일리가 행사를 정말 자주 해서 실질 구입 가격은 더 낮습니다)

그러나 망설였던 원인은, 다양하지 않은 캡슐종류였습니다. 처음엔 미디엄, 다크, 룽고 세종류였는데 지금은 MonoArabica가 더 늘긴 했지만 선택이 제한되어있습니다. 각각의 커피 맛은 훌륭하지만 짜여진 판 위에서 논다는 느낌일까요? 마치 아이폰 같이 정해진 대로 쓰면 굉장히 편하지만 그 이외의 변수는 상당히 제약된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네스프레소로 넘어가면 다양한 캡슐이 나와서 이러한 문제점이 사라지겠지만 종종 마셔본 느낌은 커피맛이 뛰어나다는 느낌은 아니였네요.

캡슐커피가 편하긴 무척 편하겠죠. 커피가루가 휘날릴 일도 없을 테고 커피 퍽을 버리려 포타필터를 흔들지 않고 그냥 캡슐만 버리면 되니 편리함에서는 최강입니다. 다만 제 성격을 돌아보면 이대로 만족할 리가 없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다음으로 눈을 돌린 것이 반자동 에스프레소 머신입니다.

Semi-automatic Espresso Machine

반자동 에스프레소 머신은 정말 다양한 종류가 있습니다. 드롱기부터 해서 세이코, 브레빌 등 수 많은 회사에서 이런 저런 기능을 넣고 뺀 다양한 에스프레소 기계를 판매합니다. 제 조건은, 하나의 머신에서 다 할 수 있을 것, 그라인딩과 추출이 다른 경로로 될 것 정도였는데, 이 이유는 중저가 자동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커피를 그라인딩 하면서 바로 추출구로 커피가 오게 되서 제대로 커피가루가 걸러지지 않아 꽤 머리가 아팠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수소문 끝에 가정용으로는 중상급의 브레빌 BES870XL을 점찍었습니다.

Breville the Barista Express from Breville

한 기계안에 그라인더와 에스프레소 추출과 스팀까지 다 있고 그 어느것 하나 성능이 빠지지 않습니다. 듀얼보일러가 아니라 스팀과 추출이 동시에 되진 않지만 스팀에서 추출로 변경 시 Auto Purge 기능이 뜨거운 스팀 물을 빼기 때문에 온도를 잘 맞출 수 있습니다. 혼자서 스팀치고 추출하고 할 순 없으니 싱글 보일러도 나쁘지 않은 선택인 것 같습니다.

가격은 꽤 쎕니다. 듀얼보일러(BES920XL)의 1300달러에 비하면 적지만 600달러 가격이 싼 가격은 아닙니다. 2014년 여름, refurbished 제품(Warranty 90일)이 299달러에 나온 적이 있었지만 그 때는 이 기계를 몰라서 절호의 기회를 놓쳐버렸네요. 그 사실을 안 뒤 인터넷 잠복을 한달을 넘게 하다가 지레 포기하고 remanufactured(Warranty 6개월)를 420불에 구입하려 했는데 지인의 고급 정보를 듣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20퍼센트 할인된 가격에 신품을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Unpack and Design

새 제품을 개봉할 때면 항상 가슴이 설렙니다. 막상 박스를 뜯고 몇 번 쓰다 보면 그 느낌은 사라져버리기 마련인데, 구입을 고민할 때 부터 제품을 받아서 박스를 개봉할 때 까지의 즐거움이 큰 것 같습니다.

Unpacking BES870XL

박스를 열면 먼저 악세서리가 보관된 상단부가 나오고 내부 완충제를 들어내면 본 제품인 Breville the Barista Express (BES870XL)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BES870XL의 외관은 스테인리스가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요즘 주방가전 트랜드가 최상급은 모두 스테인리스 제품인 경우가 많습니다. 냉장고나 빌트인 전자레인지, 빌트인 세탁기 등 가장 비싼 제품은 모두 스테인리스로 되어있죠. 브레빌도 고급임을 부각시키기 위해 대부분의 제품에 스테인리스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BES870XL 뿐만이 아니라 그 상위 Oracle (BES980XL), BES920XL, 그 외에 과즙기 등에 스테인리스를 많이 쓰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다른 주방 가전과 어울리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BES870XL 전면 사진

이리 저리 살펴보면 단차가 거의 없이 꽤 단단하게 만들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버튼이나 바닥의 워터 트레이 모두 딱 들어맞습니다. 그로 인해 처음부터 좋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가운데 있는 압력 게이지는 정확한 수치가 표시되진 않지만 알맞은 에스프레소 압력이라는 것을 알려 주어 사용하기에 불편함은 없습니다.

이전 버전(BES860XL)과 달라진 점은 커피콩을 보관하는 통이 위로 솟은 점과 Hot water가 나오는 곳이 새로 생긴 것 두개입니다. 이 Hot water 로 인해 아메리카노를 좀 더 편하게 만들 수 있어서 상당히 편리합니다. 이전 버전을 쓰시는 아는 분은 아메리카노를 위해서 물을 항상 데우시더라구요.

다만 이렇게 여러가지 기능이 한 기기에 몰려있다보니 조금 좁다는 느낌이 듭니다. 추출기에 포타필터를 끼울 때 그라인딩 거치대에 걸리는 경우도 종종있고 스팀완드가 Hot water를 뽑을 때 걸리적 거리기도 합니다.

Espresso Extraction

캡슐 머신에 비해 복잡하긴 하지만, 일반 커피점에서 바리스타가 뽑던 모습을 기억해 낼 수 있다면 BES870으로 에스프레소 뽑는 것이 어렵지는 않습니다. 다만 맛이 훌륭한 에스프레소를 뽑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왠만한 프렌차이즈 커피숍에서 마시는 커피보다는 맛있게 나오는 것 같습니다.

이게 기계가 프렌차이즈 커피점보다 좋아서 맛있게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수천만원 짜리 대용량 기계와 수십만원 짜리 기계의 성능을 비교하면 당연히 차이가 많이 날 수 밖에 없습니다. 다만 신선한 콩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과, 입맛에 맞춘 설정이 가능하다는 점이 개인에게 좀 더 맞는 커피 맛을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그라인더 분쇄도와 분쇄양을 설정한 후 포타필터를 그라인더 거치대에 걸고 버튼을 누르듯이 손잡이를 안으로 눌러주면 그라인더가 작동을 하면서 커피를 담아줍니다. 가정용이라 분쇄 속도가 빠르진 않지만 에스프레소 용으로 곱게 갈려서 잘 나오는 것 같습니다.

에스프레소 추출은 압력을 조정할 수는 없고 추출 시간과 추출 온도만 조절이 가능합니다. 압력은 그라인딩 분쇄도를 얼마로 설정하느냐, 도징과 탬핑을 얼마나 하느냐에 따라 결정되어지기 때문에 사용자의 실력이 어느정도 좌우됩니다. 이것 또한 커피 콩마다 달라지기 때문에, 커피를 다른 종류로 구입할 경우, 여러번 세팅을 바꿔가며 내려서 맞는 커피맛을 찾아야 합니다.

Milk Steaming

스팀을 켜면 써머코일의 온도를 높이기 까지 완드에서 물이 나오므로 피쳐를 넣지 않은 상태에서 스팀을 켜야 합니다. 그 후 스팀이 제대로 나오기 시작하면 스팀을 끄고 완드를 우유에 담그고 8초 이내에 다시 스팀을 켜면 기존 가열을 반복하지 않고 곧바로 스팀이 나옵니다. 스팀압은 꽤 쎈것 처럼 느껴집니다. 기술 부족으로 아주 고운 폼을 만들지는 못하지만 연습 좀 하면 잘 될 것 같습니다.

Conclusion

870은 싱글 써머코일을 사용하여 어느 정도 한계가 명확한 가정용 에스프레소 머신임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기발한 아이디어 또한 보입니다. 그라인더가 붙어있음으로 인해 윗판이 가열될 때 그라인더에 까지 열이 전달 되는 것이 분명함에도 붙여 놓은 것은 목표로 하는 사용자가 가정에서 어느 정도 입맛에 맞추면서 편하게 에스프레소를 즐기고자 하는 사람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점을 감안하고 가격을 감안할 때 가격에 비해 과분할 정도로 각각의 기능이 제 역할을 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로 인해 부담없이 에스프레소에 입문할 수 있는 최고의 머신이 아닐까 합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