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via Acquired by Qualcomm
4개월 전 NVidia가 ARM을 인수했다는 글을 썼습니다. 그 뒤로 쓰는 글이 또 다른 칩 제작 하드웨어 회사의 인수 관련 글이네요. 1월 13일, Nuvia가 퀄컴에 인수되었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인수 금액은 $1.4B, 한화로 1.6조 정도 되는 금액이네요. (현대의 10조로 이런 회사 6개를 살 수 있는데...)
Nuvia는 어떤 회사인가?
Nuvia회사에 대한 소문이 제 귀에 들려온 건 아마 2019년 초 중반이었던 것 같습니다. 애플에서 A시리즈 칩 아키텍트로 일했던 창업자 두 사람이 구글에서 일한 후 나가서 창업한 회사라, 구글에서 꽤 많은 직원이 Nuvia로 옮겼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회사인지 알음알음 소문은 듣고 있었는데, Stealth Startup에서 공식적으로 회사를 알린게 2019년 후반이었던 것 같네요.
애플에서 A시리즈 칩 제작을 맡았던 세 사람이 창업한 회사라, 회사 목표도 ARM 기반 SoC를 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일반 모바일용 ARM 칩이 아니라 데이터센터용 SoC를 제작하는 것이었죠. 한창 데이터센터에 저전력 ARM을 쓰는 것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었던 시기이고, Marvell(마벨)이 Cavium(캐비움) 회사를 인수하며 멀티코어 고성능 칩에 대한 기술을 확보하던 시기였습니다.
그래서 Nuvia의 창업은 이해가 가면서도 걱정이 되는 이야기였습니다. 칩을 제작하는 스타트업이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게다가 작은 칩도 아니고 데이터센터용이라면 상당한 비용이 들어갈 법했거든요. ARM 회사와는 다르게 일단 Nuvia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칩을 만들어야 하는 데, 데이터센터용 고성능 칩을 만든다 하면 7nm, 아니면 5nm의 집적도를 가지는 칩을 목표로 해야 하고, 칩 크기도 매우 클 수 밖에 없어서, 제작 비용이 상상을 초월하게 비싸기 마련입니다.
그런 큰 비용을 감당할 만큼 자금을 잘 확보할 지도 의문이었고 (창업자가 워낙 이름이 알려진 사람들이라 그 걱정은 좀 덜 했겠네요), 스타 플레이어 세명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얼마나 실력 있는 사람들이 들어가서 일을 할 지 의문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1년 반이 지나는 동안 별다른 소식이 없었죠. 무슨 칩을 제작한다, 예상 성능이 어떻다 말은 간간히 들리긴 했지만, 특별한 소식은 듣지 못했습니다. 칩이 나왔다는 말도 듣지 못했구요. 2년도 안되서 칩을 만든다는 게 사실 거의 불가능이기도 하구요. 아직 테입아웃 했다는 말도 못 들었네요.
퀄컴의 인수
그러다 갑자기 퀄컴이 Nuvia를 14억 달러에 인수한다는 뉴스가 발표되었습니다. Nuvia입장에서는 곧장 Exit을 할 수 있고, 금액도 꽤 후하니 안할 이유가 없어 보이네요. 주변에서 Nuvia로 이직한 사람들이 많이 부러워집니다. :)
퀄컴의 입장도 이해가 갑니다. 엔비디아가 암을 인수한 것과는 다르게, 퀄컴은 모바일 시장에서 살아남고 데이터센터용 활로를 찾는 데 Nuvia의 고성능 코어 기술이 꽤 눈에 들었을 것 같습니다.
퀄컴이 수년 전 고성능 ARM 코어를 개발하다 접은 전력이 있는데, 그 이후로 이렇다할 코어 성능을 내지 못했죠. ARM 커스텀 코어인 스냅드래곤이 그닥 발전을 하지 못했던 반면, 애플은 A시리즈 코어의 성능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렸고, 얼마 전 M1 칩을 발표하고 제품으로 내놓으면서 명실상부한 고성능 ARM SoC 제작 업체가 되었죠. 스마트폰, 태블릿 뿐만이 아니라 랩탑 시장에까지 먹힐만한 고성능 제품으로요.
그로 인해 퀄컴이 위기감을 느꼈을 것 같습니다. 절치부심해서 내놓은 고성능 Snapdragon 8cx 조차도 애플의 M1칩에 비교하면 부끄러운 수준입니다. 그 와중에 Nuvia의 Pheonix 코어가 M1보다 전력당 성능이 더 좋다는 소식은 퀄컴에겐 구미가 당기는 소식이었을겁니다.
이 광고성 짙은 글이 어느정도 사실이 조금 가미되어 있다 생각하면 이 Nuvia의 기술을 스냅드래곤에 적용하면, 애플의 A시리즈와 비벼볼만 한 제품이 나올 수 있을거라 생각했겠죠.
인수가 잘 마무리 되고 Nuvia의 기술이 퀄컴의 모바일 칩에 적용되기 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겁니다. 그 시기가 지나고 나면 다시 ARM SoC의 춘추전국시대가 올 수도 있겠네요.
다른 회사는?
그러면, 시장을 한번 돌아보면, 애플은 모바일에서 데스크탑 컴퓨터 시장까지 쌈싸먹을만한 칩을 만들 수 있습니다. 아마존은 모바일은 포기한 듯 하지만, 데이터센터에선 자체 제작한 Graviton 칩으로 전력 소모 비용을 낮춰서 유저를 유혹하고 있죠. 엔비디아는 ARM을 인수해서, 머신러닝에 특화된 데이터센터용 서버를 만들어 낼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퀄컴은 비실 비실하다 Nuvia를 인수하면서 숨통이 트이게 될 수도 있겠네요.
그러면 남은 업체는 어디가 있을까요? 삼성이야 고성능 칩 제작이 절실하지만, 자체 코어인 몽구스 개발을 접고 삼성 오스틴의 코어 개발 팀을 전체를 레이오프 한 지 얼마 안되어 다시 커스텀 코어 시장에 발 붙이기 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데이터센터로 가보면,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이 있겠네요. 구글은 제 회사니 언급하긴 그렇고, 마이크로소프트 또한 무언가를 들고 시장에 나와야 할 겁니다.
Surface 랩탑은 퀄컴의 칩을 사용한다는 말이 있으니, 퀄컴 칩이 좋아지면 그것을 쓸 테고, 데이터센터용 고성능 칩은 자체 개발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으나 아직 팀이 크진 않은 듯 합니다. 그리고 사람을 하나 둘 모아서 개발 하려면 많은 어려움이 있죠. 그래서 제 예상으로는 마이크로소프트 또한 고성능 ARM 개발 회사를 인수하지 않을 까 생각해 봅니다.
현재 시장에 나와있는, 그나마 이름이 좀 언급되는 코어 제작 회사는 마벨과 Ampere가 있는 것 같네요. 그 외에 ARM이 아닌 RISC-V까지 범위를 넓히면 SiFive 도 포함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SiFive는 아직 고성능 코어는 내놓지 못하고 있죠)
마벨은 회사가 워낙에 커서 인수하기가 부담이 될 것 같습니다. 뭐 현찰 쌓아두는 마이크로소프트 입장에서는 껌값이긴 하겠지만요. 반면에 Ampere나 SiFive는 아직 상장 하지 않은 회사이고, 회사 규모도 크지 않죠. 마이크로소프트 입장에서는 이미 제품 수치까지 나온 Ampere가 꽤 구미가 당길 것 같습니다. 어떻게 될 지는 좀 지켜보면 알게 되겠죠?
요약
오늘 Nuvia가 퀄컴에 인수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과 트럼프가 탄핵 소추되었다는 두가지 흥미로운 소식이 발표되었습니다. 관심이 있었고, 리쿠르터에게 2019년 말 즈음이었나 한두번 연락을 받기도 해서 어떤 회사인지 알아보기도 했던 Nuvia 회사가 인수된 소식은 그래도 칩 제작 스타트업이 아직 가능성은 있구나 알게 해 준 소식이라 기쁩니다.
그리고 인터뷰조차 안보고 단칼에 거절해 버린 저에게 아쉬운 소식이기도 하구요.
네 맞아요. 배가 아파서 쓴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