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삼성의 머신러닝칩 협업

TL;DR 네이버와 삼성이 머신러닝 생태계를 위해 칩 제작 협업을 하기로 했습니다. 실제 쓰이는 거대 모델을 기반으로 제작하기에 긍정적입니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머신러닝 관련 칩 제작 스타트업이 정말 많습니다. 종종 거의 관련없는 저에게도 채용 연락이 오곤 합니다. 아주 관련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수박 겉핥기 식으로 몇 개월 참여한 게 전부라 연락은 모두 거절하거나 무시하고 있죠.

밖에서 보는 입장이라 제 의견이 안 맞을 확률이 높지만, 전 머신러닝 스타트업을 꽤 회의적으로 봅니다. 실제 머신러닝 트레이닝을 사용하고 있는 회사의 요구사항은 스타트업이 뛰어들기엔 리스크가 큽니다. 인퍼런스 칩이라면 모를까 트레이닝 칩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많은 리소스가 들어갑니다.

스타트업의 문제는 그런 칩이 나올때 까지 그 칩이 효과적인지 제대로 검증하기 힘들다는 점입니다. MLPerf로 하면 되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죠. 그러나 MLPerf는 실제 쓰이는 모델을 반영하고 있지 않다는 게 업계에 어느정도 알려진 사실입니다. 아마 네이버에서 초거대모델을 담당하고 계신 분이 보면 웃지 않을까 싶네요.

스타트업이 실제 쓰이는 데이터를 가져다가 테스트 해 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 가상으로 데이터를 만들어서 해 볼 수 밖에 없죠. 그런데, 머신러닝 트레이닝 칩이 워낙에 자본이 많이 들어가다 보니, 한번 삐끗하면 수백억, 수천억, 그 이상의 금액이 한 순간에 날아갑니다. 왠만큼 자본이 받쳐주지 않는 이상 한 번의 실패는 바로 파산으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이번 네이버와 삼성의 협업은 조금은 긍정적으로 봅니다. 두 회사 모두 자본도 받쳐주고, 실제 쓰이는 거대 모델도 준비되어 있으니, 칩과 시스템이 제작된다면 그래도 낫겠죠.

바라는 것은 네이버와 삼성의 윗 분들께서, 수조원의 돈과 수년의 시간을 쏟아부을 각오가 되어있으시길 바랍니다. 1~2년만에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프로젝트 방향이 이리 저리 휘둘리는 걸 보아와서, 이번에도 그렇게 된다면 헛된 시간, 돈만 쓰게 될테니까요.

추신: 사진에 익숙한 분들이 많이 보이네요. 같은 팀에 계셨던 상사분들도 계시고, 연구실 선배님도 계시고..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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