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 여행 #02 - 뉴욕: 15년 만에 다시 마주한 마천루의 에너지

보스턴을 떠나 뉴욕으로 향했습니다. 기차를 타고 갈까 하다가, 여유롭게 차량을 렌트해서 갔습니다. 지난 2007년 배낭여행 당시 찾았던 뉴욕 이후 무려 15년 만의 재방문이었습니다. 15년이라는 세월 동안 도시는 변한 듯하면서도 뉴욕다움은 달라지지 않았더군요.
덤보(DUMBO)와 두 개의 다리: 맨하탄 브릿지와 브루클린 브릿지
브루클린의 덤보(DUMBO) 거리를 걸었습니다. 붉은 벽돌 건물 사이로 맨하탄 브릿지의 교각과 그 아치 사이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완벽하게 들어맞는 유명한 포토스팟에 섰습니다. 맑고 푸른 하늘 아래 웅장하게 솟아오른 푸른빛 철골 교각과 고풍스러운 붉은 벽돌의 대비는 언제 보아도 감탄을 자아냅니다.
덤보(DUMBO)의 붉은 벽돌 건물 사이로 웅장하게 서 있는 맨하탄 브릿지와 아치
아래로 보이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이어서 이스트 리버를 건너는 상징적인 브루클린 브릿지(Brooklyn Bridge)를 도보로 건넜습니다. 거대한 석조 타워와 정교하게 얽힌 부채꼴 와이어 케이블 사이로 맨하탄의 마천루 숲이 한눈에 들어오는 풍경은 다시 보아도 경이로웠습니다.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올려다본 고딕 양식의 아치 타워와 클래식한 가로등은 뉴욕의 오랜 역사와 낭만을 고스란히 품고 있었습니다.
브루클린 브릿지 산책로를 걸으며 바라본 타워와 맨하탄 스카이라인
페리에서 마주한 자유의 여신상 (Statue of Liberty)
뉴욕 항구를 가로지르는 페리에 올라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자유의 여신상이 있는 리버티 섬으로 향했습니다. 이전에 뉴욕에 왔을때는 방문해 볼 생각도 하지 못했는데, 가족과 함께 이민의 역사를 돌아볼 수 있는 의미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여신상 안에서 올라가는 계단은 가파르고 좁아요. 머리까지 올라가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고, 겨우 발 받침대까지만 올라갔네요.
페리를 타고 리버티 섬에 도착해 올려다본 자유의 여신상
15년 만에 다시 선 곳: 원월드 프리덤 타워와 오큘러스
2007년 5월, 아무런 잔해도 남아있지 않던 그라운드 제로 공사 현장을 바라보며 가슴 먹먹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당시에는 크레인 아래 기초 공사만 진행 중이었고, 언젠가 '프리덤 타워'라는 이름의 단일 빌딩이 세워질 것이라 들었습니다.
15년이 지나 다시 찾은 그 자리에는 1,776피트 높이의 원월드 트레이드 센터가 웅장하게 서 있었습니다. 미국 독립을 기념해서 첨탑을 높이 올려 1776피트 숫자를 맞추었다고 하네요.
희생자들의 이름이 빼곡히 새겨진 난간과 끝없이 쏟아져 내리는 9/11 메모리얼 풀(Memorial Pool)의 물소리는 깊은 숙연함을 자아냈습니다. 난간에 새겨진 희생자의 이름 위에 꽂혀 있는 한 송이 하얀 장미(생일을 맞은 희생자를 기리는 의미)를 마주했을 때는 먹먹하더군요.
9/11 메모리얼 풀의 희생자 명단에 꽂힌 하얀 장미 한 송이와 끝없이 쏟아지는 거대한 폭포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102층 전망대에 올랐습니다. 통유리 너머로 360도 막힘없이 펼쳐지는 뉴욕의 파노라마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 보는 것과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동쪽으로는 브루클린 브릿지와 맨하탄 브릿지가 한눈에 들어왔고, 북쪽으로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과 크라이슬러 빌딩, 원 밴더빌트 등 맨하탄의 상징적인 초고층 건물들이 밀집한 미드타운 스카이라인이 펼쳐졌습니다. 우리 가족이 걸었던 거리와 다리를 하늘 위에서 내려다보는 기분은 특별한 감회를 주었습니다.
원월드 전망대(One World Observatory)에서 동쪽으로 내려다본 로어 맨해튼 빌딩 숲과 브루클린 브릿지 전경
102층 전망대에서 북쪽으로 바라본 미드타운 맨하탄의 마천루 숲.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과 빽빽한 도심 전경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타워 바로 앞에는 거대한 흰 새가 날개를 펼치고 비상하는 듯한 독창적인 건축물, **오큘러스(The Oculus, 세계무역센터 교통 허브)**가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스페인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산티아고 칼라트라바(Santiago Calatrava)가 설계한 이 건물은 '아이의 손에서 날아오르는 비둘기'를 형상화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하얀 강철 늑골 구조물 사이로 한낮의 눈부신 햇살이 쏟아져 내리고, 그 너머로 원월드 트레이드 센터의 푸른 유리벽이 솟아오른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산티아고 칼라트라바가 설계한 오큘러스의 유려한 날개 구조물 사이로 올려다본 원월드 트레이드 센터
허드슨 야드, 베슬(The Vessel), 그리고 첼시 마켓
과거 철도 조차장이었던 곳이 완전히 탈바꿈한 허드슨 야드로 향했습니다. 거대한 벌집이나 나선형 계단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조형물 베슬의 입체적인 구조물은 마천루 사이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구릿빛 광택을 내뿜는 2,500개의 나선형 계단과기하학적 벌집 구조는 맨하탄 서부의 새로운 랜드마크더군요. 숙소도 뉴저지에 잡았던터라 허드슨 강 너머에서도 보며 감탄한 건물입니다.
허드슨 야드 광장에 우뚝 솟은 나선형 벌집 구조의 독특한 랜드마크, 베슬
옛 고가 철로를 공원으로 탈바꿈시킨 하이라인(The High Line)을 따라 걸어 내려와 첼시 마켓(Chelsea Market)에 들렀습니다. 유서 깊은 비스킷 공장 건물의 분위기 속에서 맛있는 길거리 음식들과 활기찬 인파를 즐겼습니다.
첼시 마켓 바로 맞은편에는 당시 재직 중이던 구글의 뉴욕 오피스와 함께 구글 스토어가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알록달록한 'Welcome All' 무지개 글귀와 네온사인이 반겨주는 매장 앞을 지나며, 본사가 있는 캘리포니아가 아닌 뉴욕 한복판에서 마주한 회사의 모습이 무척 반갑더군요. 아이들과 함께 매장 앞에서 기념사진도 한 장 남겨보았습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보려고 했는데, 판데믹 기간이라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된 상태였습니다.
첼시 마켓 맞은편 구글 스토어 앞에서
5번가와 센트럴 파크
세계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 중 하나인 5번가의 명품 숍들과 빌딩 숲을 구경한 뒤, 뉴욕 도심의 거대한 허파인 센트럴 파크로 들어섰습니다.
센트럴 파크의 완만한 언덕 잔디밭과 벤치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 그리고 푸른 숲 너머로 우뚝 솟은 432 파크 애비뉴의 초고층 실루엣
한 블록만 벗어났을 뿐인데 도시의 경적 소리가 잦아들고, 푸른 잔디와 숲, 벤치 위에서 여유롭게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의 일상이 펼쳐졌습니다. 울창한 녹음 너머로 우뚝 솟은 연필 모양의 '432 파크 애비뉴' 등 미드타운의 날렵한 초고층 마천루들과 자연이 공존하는 이 독특한 대비야말로 뉴욕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사이에 그랜드 센트럴역도 들르고, 뉴욕 라이브러리, 유니온 파크의 쉐이크쉑 버거에서 버본 버거도 먹는 등, 뉴욕 곳곳을 누비고 다녔습니다.
일주일 동안 쉴 새 없이 발걸음을 옮기며 뉴욕의 숨 가쁜 맥박을 온몸으로 느꼈던 시간이었습니다. 다음은 이번 여행의 마지막 거점인 워싱턴 DC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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