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한달살기 #01 : 한달 베이스캠프의 이상과 현실, 그리고 여행 루트

피렌체 아르노강의 노을 피렌체 아르노강 위로 내려앉는 노을

왜 이탈리아, 그리고 왜 '로마 한달살기'였을까

예전에 혼자 40L 배낭 하나 메고 유럽을 여행했을 때, 이탈리아는 유독 재미있게 돌아다녔던 기억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골목마다 켜켜이 쌓인 역사도 그렇고, 어딜 가나 활기차고 볼거리가 넘쳐났거든요. 그때는 일정에 쫓겨 로마와 피렌체, 베네치아를 불과 며칠 만에 훑고 지나가야 했던 게 내심 아쉬웠습니다. 아내 역시 이탈리아는 꼭 한 번 가보고 싶어 했던 곳이라, 이번에는 아예 가족들과 작정하고 여름 한 달간 이탈리아로 떠나기로 했습니다.

처음부터 "한 달 동안 한곳에 머물며 느긋하게 살아보자"는 컨셉을 잡았습니다. 매일 짐을 싸고 숙소를 옮겨 다니는 대신, 로마에 한 달짜리 에어비앤비 베이스캠프를 차려두고 평일이나 더운 날에는 현지인처럼 느긋하게 일상을 보내다가, 가끔 근교나 다른 지역으로 여행을 다녀오는 방식이었죠.

로마콜로세움 전경 17년 만에 가족들과 다시 찾은 로마 콜로세움


테르미니 역 베이스캠프: 한 달 숙소를 잡고 다닌다는 것

숙소는 로마 테르미니(Termini) 역 근처로 잡았습니다. 로마를 거점 삼아 다른 도시들을 기차로 오가야 하는 상황이 많을 것 같아 교통이 가장 편리한 역세권을 선택한 것이었죠. 실제로 기차를 타러 가거나 공항을 오갈 때, 혹은 로마 시내 지하철·버스를 이용할 때 테르미니 근처라는 위치 자체는 꽤 편리했습니다.

로마 테르미니 역 한 달 동안 오가며 가장 자주 마주했던 로마 테르미니 역

하지만 막상 한 달 동안 로마에 집을 둔 채 다른 지역을 여행해 보니, 출발 전에 상상했던 '베이스캠프 여행'의 이상과 현실 사이에 생각지 못한 장단점이 있었습니다.

기차 vs 렌터카, 그리고 짐의 딜레마

하루치 당일치기(오르비에토, 아시시 등)로 다녀올 때는 큰 짐을 로마 숙소에 그대로 두고 가볍게 기차를 타면 되니 정말 편했습니다. 문제는 3~4박 이상 다른 지역을 묶어서 다녀올 때였습니다.

도시에서 도시로 이동하며 다시 돌아오지 않는 편도 일정이라면 기차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지만, 여러 소도시를 거치며 숙소를 옮겨 다녀야 할 때는 아무리 로마에 본진(?)이 있어도 결국 며칠 치 캐리어를 끌고 다닐 수밖에 없더군요. 특히 친퀘테레(Cinque Terre)에 갔을 때는 기차역 주변에 짐을 맡기기도 마땅치 않아서 캐리어를 끌고 비탈진 해안 마을을 돌아다녀야 했는데, 이때가 가장 고역이었습니다.

피사 아르노강의 해 질 녘 친퀘테레에서 기차를 타고 넘어와 마주한 피사 아르노강의 고즈넉한 저녁 풍경

반면 다른 지역을 길게 돌고 다시 로마로 복귀하는 일정에서는 렌터카가 일정의 여유나 체력 면에서 훨씬 나았습니다. 토스카나의 발도르차 평원을 달릴 때나, 베네치아에서 돌로미티 산군을 넘어 코모 호수와 밀라노까지 돌고 내려올 때는 차에 짐을 실어두고 원하는 포인트마다 자유롭게 멈춰 설 수 있어서 만족도가 훨씬 높았습니다.

토스카나 사이프러스 길 렌터카로 달리며 만났던 토스카나의 구불구불한 사이프러스 나무 길

다음에 다시 한 달을 간다면?

한곳에 한 달 내내 숙소를 잡아두면 "언제든 돌아갈 내 집이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은 확실히 크지만, 장거리 외출을 나갈 때마다 양쪽에 숙박비가 이중으로 나가는 셈이기도 하고, 어차피 로마로 다시 돌아와야 한다는 동선상의 제약도 생깁니다.

만약 다음에 다시 이탈리아로 한 달을 간다면, 한곳에 내내 묶여 있기보다는:

  • 로마 2주 (로마 시내 + 당일치기 근교)
  • 시칠리아 1주
  • 돌로미티 + 베네치아 1주

이렇게 거점을 세 군데 정도로 쪼개서 지내는 게 훨씬 효율적이고 여유로울 것 같습니다. (물론 그렇게 말해놓고 다음번에 또 한 달 시간 내서 유럽에 간다면, 가보지 않은 스페인으로 갈 것 같긴 합니다 ㅎㅎ)

돌로미티 고갯길 파노라마 북부 로드트립의 하이라이트였던 돌로미티 고갯길과 알프스 초원

한눈에 보는 4주간의 여정 (2024.06.12 – 07.09)

6월의 로마는 한낮 기온이 훌쩍 올라가 꽤 더웠습니다. 그래서 로마에 머무는 날에는 대개 해가 쨍쨍한 낮 시간엔 숙소에서 쉬거나 여유를 부리다가, 오후 늦게 해가 기울기 시작하면 슬슬 걸어 나와 밤늦게까지 야경을 보며 산책하는 루틴으로 지냈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 총 다섯 번의 근교·지방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기간구분주요 여정
6/12 ~ 6/14로마 정착테르미니 숙소 체크인 및 동네 파악
트레비 분수, 베네치아 광장, 포로 로마노, 콜로세움 야간 산책
6/15오르비에토언덕 위의 중세 도시 오르비에토(Orvieto) 두오모 및 골목 산책
6/16로마 일상스페인 광장, 나보나 광장 골목 산책
6/17 ~ 6/21토스카나 · 친퀘테레 · 피사 · 피렌체6/17: 발도르차(몬탈치노, 피엔차 등) 드라이브 & 농가 숙박
6/18: 발도르차 거쳐 피렌체 이동 → 친퀘테레 투어 → 피사 숙박
6/19: 오전 피사의 사탑 관람 → 피렌체 이동, 두오모 & 구시가지
6/20: 피렌체 종일 여행 (미켈란젤로 언덕, 미술관, 베키오 다리)
6/21: 로마 복귀
6/22로마 일상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 마르첼로 극장 주변 산책
6/23아시시성 프란체스코의 도시 아시시(Assisi) 당일치기
6/24 ~ 6/29로마 탐방몬티 지구, 보르게세 미술관 & 공원, 트라스테베레, 판테온
바티칸 박물관 & 성 베드로 대성당, 산 조반니 인 라테라노 대성당
6/30남부 투어나폴리 · 소렌토 · 아말피 해안(포지타노) · 폼페이 일일 투어
7/01로마 휴식남부 투어 후 휴식 및 북부 로드트립 준비
7/02 ~ 7/06베네치아 · 돌로미티 · 코모 · 밀라노7/02: 로마 출발 → 밤에 베네치아 메스트레 도착
7/03: 베네치아 본섬 (산마르코 광장, 리알토 다리) 및 리도 섬
7/04: 돌로미티 고갯길 드라이브 (파소 포르도이, 파소 팔자레고 등)
7/05: 코모 호수 산책 → 오후 밀라노 두오모 관람 후 로마 복귀
7/06: 로마 복귀 및 휴식
7/07 ~ 7/09로마 마무리포폴로 광장, 천사의 성 야경 산책 및 짐 정리 후 귀국

아시시 코무네 광장 기차로 가볍게 당일치기 다녀왔던 중세 언덕 도시 아시시(Assisi)의 광장

베네치아 대운하 풍경 물의 도시 베네치아 대운하를 오가는 곤돌라

전체 일정을 돌아보니 한 달이라는 시간이 결코 길지만은 않더군요. 로마 골목골목을 걸으며 보낸 느긋한 저녁 시간들부터, 렌터카 창밖으로 펼쳐지던 토스카나의 사이프러스 언덕과 돌로미티의 거대한 암봉들까지, 기억에 남는 장면들을 다음 글부터 하나씩 풀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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