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 쉐드(Shed)를 홈오피스로: 두 달간의 DIY 개조기
얼마 전 Actual Budget 가계부 글에서 최근 통장에 구멍을 낸 주범으로 마당 쉐드(Shed) 공사를 살짝 언급했었습니다. 아이들의 온라인 수업과 방과 후 활동이 부쩍 늘어나면서, 제가 집에서 화상회의를 해야 할 때 아이들도 수업을 듣고 있는 상황이 자주 생기더군요. 결국 뒷마당에 창고로 사용하던 8x12피트(약 2.4x3.6m) 크기의 쉐드를 홈오피스로 개조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두 달 동안 주말마다 땅을 파고 전선관을 묻고 합판을 치며 땀 흘렸던 DIY 작업기를 정리해 봅니다.
계기: 겹치는 화면, 섞이는 소리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가 일상이 되면서 집 안의 방 한구석에 데스크를 마련하고 꽤 만족스러운 서재 환경을 꾸려 사용해 왔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집 안에서의 근무가 큰 문제 없이 잘 굴러갔었죠.
그런데 아이들이 자라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학교 수업뿐만 아니라 방과 후 활동과 과외, 숙제까지 온라인 교육의 비중이 부쩍 늘어났고, 자연스레 아이들의 컴퓨터 공간과 제 업무 공간이 부딪치기 시작했습니다.
저녁에 회사 미팅을 할 때면 아이들이 온라인 수업을 듣고 있어서 거실로 나와야 하거나, 미팅 도중 아이들의 악기 연습 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들어오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반대로 제가 회의 중일 때는 아이들이나 아내가 거실을 편하게 쓰지 못하기도 했고요.
더 이상 '방 안의 한구석' 수준으로는 해결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집 안에서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컴퓨터를 쓰고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내어주고, 저에게는 집의 생활 소음과 물리적으로 완전히 분리된 전용 업무 공간이 절실해졌습니다.
예전부터 직접 바닥을 다지고 설치했던 Tuff Shed를 홈오피스로 개조하고 싶다는 생각은 굴뚝같았습니다. 하지만 혼자 감당하기엔 과정이 너무 험난해 보여 선뜻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죠. 그러던 중 마침 친한 동생도 쉐드를 오피스로 개조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서로 품앗이하듯 일손을 보태며 제 쉐드 역시 본격적인 오피스로 탈바꿈하게 되었습니다.
가장 고된 시작: 땅파기(Trenching)와 전기 인입
오피스의 기본 중의 기본은 '전기'입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창고용 쉐드에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습니다. 콘센트 하나, 전등 하나 없는 텅 빈 목조 창고였죠.
결국 본채의 메인 전기 패널에서 쉐드까지 전력을 끌어와야 했습니다. 쉐드 근처 집 외벽 쪽에 서브패널을 증설하는 것은 안전 및 건축 퍼밋(Permit) 규정 때문에 전문 업체를 통해 진행했지만, 서브패널에서 쉐드까지 땅을 파고 배관을 매설하는 작업은 직접 하기로 했습니다.
공사의 첫 단추이자 가장 혹독했던 작업은 바로 트렌치(Trench, 도랑) 파기였습니다. 미국 전기 규정(National Electrical Code)에 맞춰 지중 매설 깊이를 확보해야 했기에, 본채 외벽 아래부터 잔디마당을 가로질러 쉐드 밑바닥까지 약 18인치(약 45cm) 깊이로 길게 땅을 파 내려갔습니다.
캘리포니아의 바짝 마른 점토질 흙은 돌덩이나 다름없더군요. 주말 내내 곡괭이로 땅을 내리치고 흙을 퍼 올리고 나면, 일주일 내내 뻐근한 몸을 이끌고 출근해야 했습니다. 이대로는 안 되겠더군요. 홈오피스를 써보기도 전에 몸부터 상하겠다 싶었습니다. 예전에 앞마당 울타리를 만들 때도 뼈저리게 느꼈지만, 저희 집 마당은 돌이 너무 많습니다. 바짝 마른 진흙과 자갈이 한데 엉켜 돌 하나 파내는 것조차 고역이었습니다.
결국 홈디포에서 27파운드짜리 잭해머를 빌려왔습니다. 삽 비트(Clay spade)를 장착하고 주말 이틀을 매달린 끝에야 겨우 규격(깊이 18인치, 폭 4인치)의 도랑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잭해머 작업이 곡괭이질보다는 훨씬 수월했지만, 진동 탓에 결코 만만치는 않더군요. 제대로 하려면 도랑 파는 전용 기계(Trencher)를 빌리는 게 정석이겠지만, 파야 할 길이가 15피트 남짓이라 트렌쳐 대여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었습니다.
완성된 도랑에 회색 PVC 전선관(Conduit)을 깔고 그 속으로 THHN 전선을 통과시켜 쉐드 내부로 인입했을 때의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쉐드로 인입되는 전선관 2개(일반 20A 전원선용 1개, 네트워크 통신 케이블용 1개) 외에도, 훗날 설치할 태양광 패널을 고려해 중간에 위로 솟아오르는 전선관 하나를 미리 더 매립해 두었습니다.
18인치 깊이로 파낸 트렌치와 쉐드로 연결되는 PVC 전선관 매설 전경
쉐드 안에는 규정에 맞춰 콘센트를 12피트 간격으로 총 4개 설치했고, 쉐드 외벽에 아웃도어용 방수 콘센트 하나, 그리고 천장에 조명 배선을 마쳤습니다.
뼈대를 채우다: 단열재와 '합판(Plywood)' 마감
전기가 해결되었으니 다음은 벽체 마감이었습니다. 캘리포니아의 여름 햇볕은 자비가 없습니다. 단열이 전혀 안 된 목조 쉐드는 한여름 낮에 들어가면 거의 찜질방 수준으로 온도가 치솟습니다.
스터드(기둥 목재) 사이사이에 R-15 락울(Rockwool) 단열재를 빈틈없이 채워 넣고, 천장 서까래 사이에도 꼼꼼히 단열재를 밀어 넣었습니다.
벽체 스터드 사이에 빈틈없이 채워 넣은 Rockwool R-15 단열재
내부 벽면 마감재를 고를 때는 고민이 많았습니다. 보통 주택 실내처럼 석고보드(Drywall)를 칠까도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석고보드는 혼자서 무거운 보드를 들고 붙이기도 힘들뿐더러, 테이핑(Taping)과 퍼티(Mudding), 샌딩으로 이어지는 끝없는 분진 지옥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실제로 석고보드로 작업했던 친한 동생의 몰골을 보니 도저히 엄두가 안 나더라구요.
고민 끝에 제가 선택한 것은 합판(Plywood) 마감이었습니다.
약 1/2인치 두께의 샌딩 합판을 벽체 크기에 맞춰 재단해 기둥에 직접 나사로 고정했습니다. 석고보드 대신 합판을 선택한 것은 지금 생각해도 신의 한 수였습니다:
- 원목 감성: 거친 일반 합판 대신 조금 더 값을 주고 단풍나무(Maple) 합판을 선택했습니다. 나이테 무늿결이 과하게 튀지 않고 은은해서 공간이 한층 아늑해 보입니다.
- 실용성: 벽면 전체가 단단한 목재라 스터드 탐지기(Stud finder)를 쓸 필요가 없습니다. 선반이든 모니터 암이든, 케이블 타이 홀더든 벽 어디에나 나사를 튼튼하게 바로 박을 수 있습니다. 엔지니어의 작업실에는 이보다 더 실용적일 수 없더군요.
일부러 합판 사이에 약간의 간격을 띄워 시공하여 몰딩을 덧대지 않아도 눈에 거슬리지 않도록 했습니다. 천장은 재단 실수가 좀 있어서 보기 흉한 부분이 남았는데, 이는 나중에 흡음 패널을 덧대어 깔끔하게 가릴 예정입니다.
단풍나무 합판으로 마감한 박공벽과 환기팬 컨트롤러
바닥에는 내구성이 좋고 청소가 쉬운 방수 클릭 락 비닐 플랭크(Luxury Vinyl Plank)를 깔고 코너 베이스보드로 깔끔하게 마감했습니다.
방수 비닐 플랭크 바닥재와 코너 원목 베이스보드 마감
아지트의 귀환: 장비 셋업과 현재의 모습
벽과 바닥이 완성된 날, 집 안 구석에 있던 제 책상을 드디어 쉐드로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2022년에 구축했던 재택근무 장비 글에서 소개했던 워크스테이션 환경을 쉐드로 그대로 옮겨왔습니다. 장비 구성에 약간의 변화는 있었지만, 기본적인 데스크 배치는 동일하게 유지했습니다.
합판 벽면 덕분에 네트워크 장비 세팅도 아주 수월했습니다. 본채에서 끌어온 이더넷 배선을 벽면에 직결하고, UniFi 스위치를 브래킷 없이 벽면에 바로 단단히 고정해 든든한 네트워크 인프라를 완성했습니다.
합판 벽면에 직결한 UniFi 스위치와 네트워크 배선
계획: 태양광, 냉난방, 창문
아직 몇 가지 남은 숙제가 있습니다.
- 냉난방: 현재는 창문과 선풍기로 환기하며 버티고 있지만, 본격적인 여름과 겨울을 대비해 조만간 소형 미니 스플릿(Mini-split) 히트펌프를 추가로 설치할 예정입니다. 작은 공간용 미니 스플릿은 일반 120V 전원으로도 충분히 구동되므로, 현재 전기 구성으로도 설치 및 사용에 문제가 없을 듯합니다.
- 태양광 패널: 쉐드 지붕 위가 아니라 집과 쉐드 사이 공간에 퍼골라(Pergola)를 설치하고, 그 위에 태양광 패널을 얹어 마이크로 인버터와 연결할 계획입니다. 최근 캘리포니아 SB868 법안이 통과되어 복잡한 인허가 절차 없이도 콘센트 연결형으로 최대 1.2kW까지 자가 발전이 가능해졌습니다. 전기 인입 공사를 할 때 미리 여분 배관을 빼두었기에 배선 작업도 수월할 것 같습니다. 요즘 태양광 패널 가격도 많이 저렴해졌더군요.
- 창문: 아직 창문 마무리가 덜 되었습니다. 창틀 주변 단열 실링과 트림 마감을 마치고 블라인드를 달아, 늦은 오후 쉐드 안으로 쏟아지는 햇살의 눈부심을 막아줄 생각입니다.
에필로그: 출근 시간 10초의 행복
주말마다 틈틈이 매달려 거의 두 달 만에 완성한 마당 오피스. 요즘 재택근무를 하는 날의 일상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아침에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내려 들고 슬리퍼를 꿴 채 뒷마당 잔디를 가로지릅니다. 쉐드 문을 열고 들어가 문을 닫는 데 걸리는 시간은 딱 10초.
문을 닫는 순간 바깥의 모든 소음이 뚝 끊어지고, 오롯이 저만의 고요한 정적이 찾아옵니다. 창밖으로 살랑이는 마당 나무들을 바라보며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으면 몰입감이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아이들은 집 안에서 눈치 보지 않고 편안하게 컴퓨터를 쓰며 공부하고, 저는 저대로 미팅이든 코딩이든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되어 가족 모두의 만족도가 매우 높습니다.
가계부 통장 잔고는 꽤나 털렸지만, 두 달간 주말을 바쳐 흘린 땀방울과 비용이 전혀 아깝지 않은, 근래 몇 년간 제가 저지른(?) 일 중 가장 가치 있는 프로젝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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